17년 만에 날아온 민방위 통지서’ 누구 책임?
17년 만에 날아온 민방위 통지서’ 누구 책임?
  • 박준언
  • 승인 2019.06.02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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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수술로 군 면제 김해 A씨
37세에 첫 민방위 소집통지서
시 “신고의무 당사자에 있다”
책임지는 사람 없는 시스템에 분통
김해시의 느슨한 행정 탓에 병역면제자가 17년 만에 뒤늦은 민방위 1년차 교육을 받게 됐다.

국가 비상사태나 재난 등을 대비하기 위한 민방위 편성과 교육이 지자체 관리 소홀로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김해시는 교육 대상 신고의무는 당사자에게 있는 만큼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어방동에 주소를 둔 A(37)씨는 지난 4월 주민센터로 민방위훈련소집통지서를 받았다. 5살과 19살 두 차례에 걸쳐 심장수술을 받았던 A씨는 2002년 병역신체검사에서 5급 전시근로역 처분으로 병역 면제와 함께 민방위 대원 편성자로 분류됐다.

그러나 대학생 신분이었던 A씨는 민방위기본법 제18조에 따라 당연제외자가 됐다. 2007년 김해로 이사해 가정을 이루고 직장을 다니던 A씨는 자신에게 날아온 통지서에 의아해하며 주민센터로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담당 직원은 “앞선 업무담당자들은 현재 시청에 근무하고 있으니, 자세한 것은 시청으로 문의하라”라고 답했다. 다시 시청으로 문의한 A씨는 담당자로부터 “훈련편성은 읍면동 담당자가 하며 시청은 편성된 사항에 관해 ‘관리’만 한다”는 책임 없는 답변을 들었다.

관련법 시행령 제17조에 따르면 민방위교육 제외자로 분류된 학생은 통상 6년까지로 기간을 한정하고 있다. A씨의 경우 법을 최장 적용해도 2009부터는 교육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시 담당자들은 A씨가 2018년까지 ‘학생’으로 잘못 기록돼 있었지만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여러 차례에 걸친 A씨의 항의로 행정 착오가 드러나자 시 담당부서는 회의를 거쳐 ‘누락된 시간 동안의 교육은 지나가고 남은 기간 동안 교육만 받도록 해 주겠다’며 A씨에게 제안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법 위반이다. 행정안전부 담당자는 “지자체가 임의대로 민방위 교육 연차를 조정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자신의 누락 이유를 듣고 관련자 책임을 묻고 싶었던 A씨는 김해시에 ‘진정서’를 접수했고, 담당부서는 행안부 질의를 통해 A씨가 다시 1년차 교육부터 받아야 한다며 재고지 했다. 시 담당자는 “A씨는 계속 학생신분으로 기록돼 있어 누락됐다”며 “법정제외자 소멸 신고의무는 학교장 또는 본인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학교장이 학생 졸업 후 민방위 대상이라는 점을 신고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소멸 사유를 본인도 신고할 수 있도록 돼 있기는 하지만 학생이 민방위 대원으로 편성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 만큼, 읍면동 담당자가 매년 민방위 편성시 당연제외자, 누락자, 편성가능성이 있는 자에 대해 확인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17년간 교육을 받지 않은 경우는 처음 들어보는 사례”라며 “김해시의 민방위 업무가 제대로 처리되고 있는지 감사 등을 통해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A씨의 항의가 이어지자 시 담당자들은 지난달 23일 A씨를 만나 경위를 설명했다.

A씨는 “민방위 교육은 당연히 받아야 하지만, 명백한 행정 실수에도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이 회피만하는 안일한 김해시의 시스템에 화가 난다. 이래서야 어떻게 시를 믿을 수 있겠냐”고 질타했다.

박준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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