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바다에 감성을 묻다[4]
쪽빛바다에 감성을 묻다[4]
  • 박도준
  • 승인 2019.06.0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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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머물다 가는 바다 명품길
통영 미륵도달아길
코스:신봉삼거리~달아공원~산양읍 삼덕리 해안길(9.8㎞)
오션뷰 전망대:달아전망대
명소:산양일주로, 수산과학관, 달아전망대, 당포성지, 산양항
문의:통영관광안내소 055-650-2570

 
산양일주도로 달아공원 노을은 우리나라 3대 노을로 손꼽힌다. 해가 바다로 넘어가자 관광객들은 노을 속에서 저마다 섬이 되었다.


통영 미륵도는 두 개의 다리와 하나의 해저터널로 육지부와 연결되어 있다. 관광특구로 지정된 미륵도를 반 바퀴 휘감아 도는 23.9㎞의 산양일주도로는 시간도 머물다가는 꿈의 드라이브길이다. 이곳의 가로수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빨간 꽃봉오리를 피우는 동백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어 일명 ‘동백로’로 불리며 사시사철 통영 여행의 백미로 손꼽힌다. 시원한 바다와 섬, 그리고 어촌들이 어우러진 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다도해의 절경을 즐길 수 있는 이 드라이브 코스는 그 경관이 아름다워 ‘한국의 아름다운 길’ 중의 하나이다. 거제의 섬들이 아기자기한 모습이었다면 미륵도에 달린 섬들은 중후한 맛이 난다. 특히 이곳은 바닷바람에 갯내음이 물씬 나는 전형적인 어촌 풍경이 묘미를 더해준다.

 
달아항에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아이들과 둘러보기 좋은 통영수산과학관이 있다.


미륵도달아길은 한국카레이스협회가 추천한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에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들머리는 신봉삼거리에서 시작한다. 로터리 한가운데 ‘산양일주도로’라는 머릿돌이 서 있다. 그 옆엔 아담한 쉼터 걸망개숲이 소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400여 년 전 방조림으로 심었다는 팽나무, 느티나무 등 고목들이 기라성 같이 서서 그늘을 만들고 있다. 임진왜란 때는 이곳 사람들이 풀띠로 엮어 만든 거적인 뜸을 삼천진에 납품한 곳이기도 해 한산대첩길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풍파에 시달린 채 서 있다. 마을사람처럼 한참을 쉬었다가 왼쪽 바다와 산 자락 사이로 난 도로를 달린다. 이곳도 남해안의 특징인 리아식해안이라 굴곡이 심해 속도를 줄여야 한다. 봉전건강장수마을과 패션촌을 지나 10리쯤 오다보면 갈림길이 나온다. 쭉 가면 동백나무가 울창한 구간이고, 간선도로로 빠지면 미륵도의 땅끝마을 척포항으로 가는 길이다. 송도와 저도, 학림도가 어서 오라 손짓한다. 저 멀리 바다 위에는 좌대인지 양식장인지 구조물들이 섬처럼 떠 있고, 그 너머로 조그마한 예인선이 피라미드형태의 구조물을 실은 바지선을 끌고 가고 있었다. 미동마을 방파제를 지나면 도로변에 차를 세워놓고 낚시를 즐기는 꾼들을 만날 수 있다. 물고기들이 많이 잡히는지 많은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다. 중곡봉 자락을 끼고 돌다 산을 오르면 리조트 아래에 통영수산과학관이 숨어 있다.

 
발해 1300호 기념탑


차에서 내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은 듯한 곳으로 올라서자 발해 1300호 기념탑이 있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1997년 발해 건국 1300년을 앞두고 장철수 대장을 비롯한 탐사대 4명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부산, 제주를 거쳐 일본까지 가려다 악천후로 숨진 기상을 기려 추모비를 세웠단다. 잊힌 땅, 발해. 잃어버린 호연지기. 한순간 숙연해졌다.

전망대에 올라서니 섬들이 어깨 맞대고 앉아 있는 듯 했다. 파도에 잠방이는 작은 섬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왼쪽 끝으로 한산도가 살짝 보이고 오른쪽으로 추봉도, 거제도, 용초도, 가왕도, 비진도, 매물도, 연대도, 부지도, 연화도, 우도, 초도, 만지도, 저도, 욕지도, 노대도, 두미도, 추도, 남해까지 병풍처럼 전시되어 있다. 앞, 좌우를 둘러봐도 육중한 섬들뿐이다. 파도도 이들 앞에선 조용했다. 유료 망원경으로 섬들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수산과학관을 둘러보고 찾은 곳은 이번 코스의 백미 달아공원 전망대.

 
달아공원
한낮의 달아공원, 둘 셋씩 찾아온 관광객들은 이른 뙤약볕에 나무그늘을 찾아 앉았다.


우리나라 3대 해넘이 명소를 꼽으라면 태안의 꽃지해변, 변산반도의 채석강, 그리고 통영 달아공원을 꼽는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달아공원은 봉긋하게 솟아 걸리버여행기에 나오는 거인이 삽으로 조그마한 섬 하나는 떠서 붙여놓은 듯 소담하다. 달아공원은 일주문과 관해정, 나무을 중심으로 빙 둘러 만든 나무의자와 데크, 섬들의 안내하는 지도판 뿐이라 마을정원 같다. 관해정은 달아마을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일 뿐만 아니라 한려수도의 전경도 감상하고 석양이나 달이 뜬 밤의 은파를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정자로 지난 1997년에 세워졌다. 정자 양편으로는 동백나무가 줄지어 자란다. 통영수산과학관과 다른 점은 나무숲 너머로 보이는 바다와 섬들이 평온해 보인다. 주위에 나무들이 자라기 때문일까.

달아공원은 지형이 코끼리 어금니와 닮았다고 해서 달아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현재는 달구경하기 좋은 곳이라는 뜻으로 쓰인다고 한다. 시간도 가는 길을 멈출 만하다. 하늘에 떠있는 구름 사이로 지는 해가 마지막 정염이라도 불태우듯 찬연하다. 빨강, 노랑, 자주, 분홍 등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오만가지 빛깔을 빚어내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 한려수도의 진수를 보여준다.

 
연명예술촌


폐교를 리모델링해 만든 연명예술관을 겉모습만 구경하다 한국의 아름다운길 100선에 선정된 ‘동백나무와 함께하는 꿈의 60리, 산양일주도로’라는 입석이 있는 중화마을을 거쳐 삼덕항을 찾아갔다.

삼덕항에서 운 좋게 통영수협 삼덕위판장을 만났다. 어민들은 배에서 갓 잡은 고기들을 어망으로 퍼 양동에 담아 수족관의 개인 콘테이너박스에 종류별로 나눠 담았다. 수십 수백 척에서 잡은 비늘이 번뜩이는 생선과 패류들로 가득 차 있다. 바쁘게 움직이는 어민들의 모습과 펄떡이는 수산물들의 경매장면을 보려면 새벽에 가야 한다. 수산물 도매원의 도움을 받아 판매자와 구매자간 거래가 이어지는데 가격을 흥정할 때 알 수 없는 사인들과 구매자들의 눈치싸움은 색다른 볼거리이다. 청정해역 통영바다에서 갓 잡은 수산물들은 활어차에 실려 전국의 식도락들을 찾아간다. 이번 여정에서 잊지 못할 코스이다.

 
삼덕수산물위판장


아쉬움을 뒤로 하고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최영 장군이 쌓았다는 당포성지를 찾았다. 임란 당시 왜군들에게 함락되었다가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앞세워 탈환하여 성으로 사용했다 한다. 당포성지에 올라서면 한려수도의 또 다른 면이 연출된다. 섬과 등대, 어촌마을이 발아래 펼쳐지고 고개 건너 장군봉이 보인다. 갑옷과 투구를 입은 장군의 모습과 흡사하다 하여 장군봉이라 이름 붙였다 한다. 임란 때 탁연 장군 3형제가 전투를 벌이다 아우들은 전사하고 형은 혁혁한 전공을 세워 장군봉이라 명명했다는 설도 있다.

 
당포 벅수



삼덕항에서 산양읍으로 가는 길에 돌벅수 한 쌍을 만났다. 삼덕리는 이 뿐만 아니라 마을제당, 장군당, 천제당, 당산나무 등 토속민속신앙물들이 많이 남아있다.

‘시간도 머물다 가는 바다 명품길, 통영 미륵도달아길’은 발해, 고려, 임란의 역사를 다시 생각하게 했으며 치열한 어촌현장인 수산물위판장, 바닷가 마을의 토속신앙 등 과거와 현재가 우리네 삶 속에 스며있는 길이었다.

글·사진=박도준·김지원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삼덕항에서 산길을 조금 올라가면 박경리기념관이 있다. 이 곳에는 박경리 선생이 잠든 묘소가 있어 문학을 꿈꾸던 관광객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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