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평범한 실천의 위대함
[기고] 평범한 실천의 위대함
  • 경남일보
  • 승인 2019.06.0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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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수(낙동강유역환경청장)
신지수 낙동강유역환경청장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열풍이 거세다. 이 영화는 역대 최고 오프닝, 역대 일일 최다 관객수 및 역대 외화 흥행 1위 등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방대한 세계관과 높은 완성도, 섬세한 연출 덕분일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시선을 모으는 캐릭터는 타노스라고 생각한다. 타노스는 인피니티 건틀렛을 이용하여 우주 생명의 절반을 몰살시키는데 그 이유가 흥미롭다. 바로 인구 증가로 파괴된 환경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서다.

영화를 보고 짙은 기시감이 들었다. 현실에서도 환경 파괴는 영화 못지않게 심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핵과학자회는 ‘운명의 날’ 시계가 종말을 뜻하는 자정을 불과 2분 남겨둔 23시58분을 가리키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1947년 ‘운명의 날’ 시계 첫 발표 이후 종말에 가장 가까운 분침이다. 이들은 ‘운명의 날’을 재촉하는 2대 요인으로 기후변화와 핵무기를 꼽았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기후변화로 인해 매년 25만 명 이상이 사망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변화라는 현실이 영화와 다른 점은 인류가 스스로 자초한 위기라는 것이다. 인류는 불의 발견과 농업혁명, 산업혁명 등을 차례로 거치면서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다. 특히 18세기 이후 화석연료 사용으로 촉발된 산업혁명은 인류의 생산력을 비약적으로 증대시켜 문명발전의 기폭제가 됐지만 어두운 그늘도 함께 남겼다. 화석연료 사용이 기후변화를 일으켜 가뭄, 홍수, 해수면 상승 등 생태적 위기도 함께 불러온 것이다.

특히, 기후변화는 대기정체(air stagnation)를 유발하여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금년 1월에서 3월중에는 이러한 대기정체로 인해 유례없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했다. 미세먼지는 폐뿐만 아니라 혈관, 뇌까지 침투하여 조기 사망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기후변화가 미세먼지를 통해 인류 눈앞의 위협으로 부상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이러한 재앙에 대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세계기상기구와 세계에너지기구는 탄소 배출량이 ‘돌아올 수 없는 지점(point of no return)에 근접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IPCC 제5차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상이며,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의 정도와 규모를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한다.

정부는 이 같은 심각성을 인식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친환경투자 및 기술혁신 등을 통해 2030년까지 BAU(기존 방식대로 배출할 시, 전망치) 대비 37%까지 줄일 계획이다. 미세먼지 또한 2022년까지 국내배출량을 35% 이상 줄이기 위해 법·제도, 예산, 조직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도 동남권 미세먼지 대책협의회 및 미세먼지 저감 기술지원단 운영, 미세먼지 사물인터넷(IoT) 모니터링 등을 통하여 이러한 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의 참여와 협조가 필요하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차량부제 참여, 에너지 절약, 공회전 자제 등 생활 속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저감 운동을 실천해야 한다. 1980년대 후반 심각한 대기오염문제를 연료 전환과 사업장 총량 관리 등 국민 참여를 통해 획기적으로 개선한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나는 ‘어벤져스’ 보다 ‘반지의 제왕’이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지구를 구하는 것은 비범한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반지의 제왕’에서 세계의 구원자는 평범하고 나약한 호빗족이였다. 영화에서 마법사 간달프는 “이 세상을 구하는 건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이들의 사소한 친절이다”라고 했다. 사소한 친절은 곧 작고 평범한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대중교통 이용, 대기전력 차단과 같은 평범한 실천이 세상을 구하는 시발점인 것이다. 6월 5일은 ‘환경의 날’이다. 환경의 날을 맞아 이러한 평범한 실천을 나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신진수(낙동강유역환경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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