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부경남 광역행정이 생존의 해법이다
[기고]서부경남 광역행정이 생존의 해법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06.0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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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중(넥센타이어 KNN 회장)
마쓰다 히로야 전 일본 총무장관이 2014년 펴낸 책 ‘지방 소멸’은 일본 뿐 아니라 한국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796개 일본 지방자치단체가 2040년 이후 인구 감소로 소멸된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이 ‘마쓰다 방식’을 적용해 발표한 보고서에는 우리나라 229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89개 지자체가 30년이 지나면 ‘소멸 위험’에 해당된다고 전망했다.

지난 5월 1000여 명이 참석한 ‘재부 진주 향우회’ 모임에서는 “머지않아 고향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근심어린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거점도시인 진주와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는 사천은 예외이지만, 거창 합천 함양 산청 하동 남해 등 서부경남 대부분의 군 지역에 ‘소멸 위험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저성장이라는 악순환을 가져오고, 인구 감소는 선거구제 개편, 지방교부세와 행정조직의 축소, 삶의 질을 저하시키게 된다. 출산장려금 지급, 관광산업 육성 등 온갖 인구증가 대책이 나와도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지방 도시의 쇠퇴는 국가 전체의 공멸을 불러온다. 서울과 5대 광역시의 주민 1인당 평균 세출은 2011년 427만 원에서 2016년 1612만 원으로 늘어났지만, 군 단위 지역은 1984만 원에서 7369만 원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인구가 줄어들면 병원과 은행, 학교는 통합되거나 사라져도 도시 인프라는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수 감소는 중앙정부 의존도를 높이고, 지방자치는 허울만 남게 된다.

향우회 참석자들의 얼굴에는 모처럼 만난 반가움과 함께 외딴 섬처럼 내버려진 고향에 대한 안타까움이 교차되었다. 10여 년 전부터 ‘진주를 인구 100만의 서부경남 거점도시’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던 필자는 이 자리에서 “진주가 중심이 되고 서부경남 군(郡) 지역을 묶어 광역시 형태의 특별행정구역으로 만들자”고 제안하였다. 광역시 승격에 법적 인구 기준은 없으나 인구 100만 명이 기준이 되었던 사례가 많았던 만큼, 인구에 관계없이 하나로 통합하는 행정구역 광역화가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특례시, 특별자치시 등 통합 행정구역의 명칭은 검토해야 하겠지만 중심 도시인 진주에 행정과 교육, 문화, 의료, 생활편의 시설을 집중시켜 서부경남의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군 지역은 기존 명칭을 유지하면서 중심 도시가 불러일으킨 성장에너지를 받아 지역별로 특화 발전시키는 전략이다. 광역 교통망 등 유기적 연대를 강화하면 중복투자로 인한 예산 낭비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행정과 재정에 재량권을 확대해주는 법제화가 첫 걸음이다. KTX가 운행될 남부내륙철도 완공 시점인 2028년께 통합한다는 목표로, 내년 총선 서부경남 후보들의 공동 공약으로 추진한다면 힘이 실릴 것이다. 새로운 광역행정구역이 발전하려면 일자리 확충이 필수적이다. 젊은 세대나 귀촌생활을 꿈꿔온 은퇴 세대도 일자리를 찾아 이동한다. 사천의 얕은 해수면을 매립하거나 옛 진양군 지역의 용지를 활용해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30여 년 포스텍 교수를 했던 서의호 아주대 경영대 학장은 “지방 도시 주변에 창업생태계가 갖춰져 있지 않으니 졸업생들이 수도권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인재확보를 위해 지방에 대도시권 생태계를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 시사전문지가 선정한 미국 ‘최고의 주’는 워싱턴주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의 본사가 있고 보잉사의 조립공장이 자리 잡은 ‘일자리 천국’ 덕분일 것이다.

창원, 고양, 용인, 수원시가 특례시 지정을 위해 ‘공동 연구협의회’를 구성한다고 한다. 인구가 많은 대도시 뿐 아니라 소멸 위험에 놓인 낙후지역의 생존을 위한 광역행정도 고려해야 할 때다. 서울시가 지역 간 불균형 해소를 위해 2400여억 원을 투자해 지방과 상생하겠다고 밝힌 것도 지방의 희생 덕분에 수도권이 팽창했다는 의미다. 이젠 정부가 나서야 한다.
 
강병중(넥센타이어 KNN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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