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소방서 이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사천소방서 이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 문병기
  • 승인 2019.06.0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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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기자(서부취재본부장)
문병기기자

사천소방서 직원들을 보면 존경심이 생긴다. 어떻게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주어진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건물은 낡고 비좁은 데다 곳곳에 보수의 흔적들이 보인다.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마음 편히 대기하거나 쉴 수 있는 공간도 거의 없다. 주차공간도 턱없이 부족해 소방차량과 직원, 민원인 차량이 뒤엉켜 제 기능을 못한 지 오래다. 그런데도 불평불만을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

이들은 시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최일선에서 일한다. 때로는 가장 위험하지만 가치 있는 일을 위해 기꺼이 목숨까지도 내놓는다. 불이 나거나 사고가 나면 가장 먼저 달려오는 사람도 이들이고, 도움을 요청하면 기꺼이 손을 내미는 사람도 이들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무슨 일만 생기면 119를 부른다. 그만큼 소방관은 우리 곁에 깊이 자리 잡았으며,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이란 뜻일 것이다. 그런 만큼 사회적 인식의 변화는 물론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말로는 처우개선을 외치지만 공염불에 그친다.

사천소방서 신축문제가 대표적이다. 사천소방서의 전신은 삼천포소방서다. 1969년 대지 1746㎡(530평)에 연면적 1930㎡(584평)의 철근콘크리트 3층 건물을 완공하고 인구 6만의 옛 삼천포시를 관할했다. 그러다 1995년 옛 사천군과 삼천포시가 통합 사천시로 출범하면서 사천소방서로 기관 명칭이 변경됐고, 인구는 두 배, 면적은 다섯 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사천지역은 대규모 공단과 초고층 아파트 건립으로 도시평창이 가속화됐고, 소방 수요도 급증했다. 만약 사천지역에서 대규모 화재나 재해 상황이 발생될 경우 이동거리로 인해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란 우려가 높았다. 여기에 지은 지 50년이나 된 낡은 시설로는 제대로 된 소방행정을 펼치기에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을 들었다

이렇게 되자 이전 여론이 고개를 들었다. 통합 사천시청사가 용현면에 들어서고 행정타운이 조성되면서 사천시의 중심지역으로 이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걸림돌이 많았다. 경남도가 이전 부지를 사천시가 확보하면 추진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여기에 소방서가 이전되면 도시공동화현상이 가속화된다는 동지역 주민들의 반대도 한몫을 했다. 부지확보와 예산문제, 지역이기가 맞물리면서 십 수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최근 사천소방서 이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시가 예산확보와 이전 반대 여론의 부담에도 시청 인근에 9007㎡(2730평)의 부지를 확보한 것이다. 이어 지난 4월 중앙투융자심사까지 통과하면서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그런데 넘어야할 산이 또 하나 생겼다. 부지는 마련했으나 이전 사업비가 발목을 잡고 있다. 6월중 있을 경남도 2차 추경에서 신축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데 녹록치 않은 모양이다. 추경은 예기치 못한 지출요인이나 긴급 상황 발생할 시 편성하는 예산이다. 소방서 신축이 추경에 포함돼야할 만큼 긴급한 것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이는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소방업무는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지키는 게 목적이다. 이보다 중요하고 긴급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정부가 최우선하는 복지도, 일자리창출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사천소방서 신축 사업이 우선순위에서 밀려 추진을 못한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 굳이 사천소방서 170여 직원들이 처해 있는 열악한 환경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복지와 효율적인 소방행정을 펼칠 수 있는 토대는 마련해줘야 한다. 이들이 ‘24시간 잠들지 않는 안전의 파수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경남도의 통 큰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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