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이 아닌 어쩌면 영원할 떨림
한순간이 아닌 어쩌면 영원할 떨림
  • 경남일보
  • 승인 2019.06.0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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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희(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나는 어릴 때 친구들이 연예인을 보고 꺅꺅거리는 게 한심해 보였다.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할 수도 있는 존재를 왜 동경하고 좋아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됐기 때문이다. 나는 남들이 다 외우는 아이돌 얼굴과 이름도 옆에서 친구가 강제로 주입해야 하나둘씩 외울 수 있었다.

그러던 와중 2013년, MBC에서 방영한 ‘구가의 서’라는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나는 극 중 한 배우에게 속절없이 빠져들었다. 그는 바로 구월령이라는 인물을 맡은 최진혁 배우였다. 처음에는 목소리가 좋아서 자꾸 보게 되었다. 중저음으로 낮게 울리던 그 목소리는 계속해서 내 귓가를 맴돌았다. 그냥 딱 내 취향인 목소리였다. 1화부터 마지막 화까지 계속해서 돌려보았지만 입덕은 아닐 거라며 부정했다. 부정하면서도 그 배우가 나온 다른 드라마를 찾아보았고 그가 부른 OST도 반복재생하며 한 달 내내 들었다.

2013년, 2014년, 2015년이 지나서도 최진혁 배우의 행보를 다 찾아보았다. 주위 친구들은 다 그렇게 시작하는 거라며 웃곤 했다. 그러던 중 입대 소식이 전해졌다. 뭔가 무너진 느낌이었다. 그제야 애써 부정하던 마음을 접고 인정했다. ‘아, 난 이 배우를 정말 좋아하는구나’하고 인정하고 나니 더 편해졌다. 오히려 삶의 활력소가 되었고 이 사람 덕분에 행복하게 산다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어느새 나는 팬카페까지 가입해있었다.

입대 전, 국내 팬 미팅 소식이 전해졌다. 정말 가고 싶었지만 엄마가 안 된다고 할 게 뻔해서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행사가 끝난 뒤, 엄마한테 사실 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엄마는 “그럼 갔다 오지 그랬어”라며 예상치 못한 말을 꺼냈다. 그렇게 4년간 후회 속에 살았다.

나는 꼭 그를 직접 만나보고 싶었다. 직접 보면 마음이 사그라들진 않을까 하는 호기심과 그 사람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결국 큰 결심을 한 채, 4년 만에 열린 팬 미팅에 참석하러 얼마 전 서울로 떠났다. 1시간 전부터 가슴이 떨리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실물을 마주하고 너무 행복했다. 불러주는 노래에 가슴이 떨렸고 솔직한 얘기에 마음이 아팠다. 마지막 장미를 직접 나눠줄 때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겨우 용기내서 고개를 들자 그 배우는 이미 나를 봐주고 있었다. 그 짧은 3초가 영원 같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에겐 평생의 추억이 되었다. 나는 아직 그 기억 속에 살아간다.

박수희(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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