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신속 간단한 법적 권리 실현 ‘지급명령제도’
[법률칼럼]신속 간단한 법적 권리 실현 ‘지급명령제도’
  • 경남일보
  • 승인 2019.06.0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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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준(변호사·바른숲법률사무소)
오동준 변호사



지인에게 빌려준 돈 200만원, 거래처에서 받을 물품 대금 300만원. 누군가에게는 이 돈이 적은 금액일 수 있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무척이나 큰 금액이고 중요한 돈이다. 다만 이 돈을 받아낼 수 있는 방법, 특히 소송을 통해 받는 방법을 생각하면 참으로 애매한 금액이 아닐 수 없다. 변호사를 선임하자니 그 비용을 생각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 같고, 나홀로 소송을 하자니 바쁜 와중에 재판에 출석하는 것이 벌써 걱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유용한 제도가 바로 ‘지급명령’이다.

민사소송법은 제5편에서 ‘독촉절차’를 마련하고 있는데, 보다 구체적으로 “금전, 그 밖에 대체물(代替物)이나 유가증권의 일정한 수량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청구에 대하여 법원은 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지급명령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즉, 누군가로부터 받을 돈이나 대체가 가능한 물품 등이 있다면, 법원에 그 지급을 신청하여 별도의 재판 없이도 상대방에게 그 돈·물품의 지급을 명령하는 제도이다.

지급명령의 가장 큰 장점은 ‘별도의 재판 절차 없이’ 확정 판결문과 같은 집행력을 지닌 집행권원(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근거)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사소송법 제467조는 “지급명령은 채무자를 심문하지 아니하고 한다”라고 규정하는데, 원·피고가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법원에 출석하여 재판을 받는 일반 민사소송과 달리 지급명령제도는 채권자의 신청이 그 주장 자체로 이유 없음이 명확하지 않은 이상 채무자를 심문하지 않고, 법원에 따로 출석할 필요도 없이 지급명령을 내려준다. 즉 지급명령을 신청한 채권자는 후술하는 문제점이 없는 이상 언제든지 강제집행에 착수할 수 있는 집행권원을 손쉽고 신속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전자소송을 통해서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적·장소적 제약도 없다고 할 수 있으며, 일반적인 소송 제기에 비해 인지대(법원에 내는 수수료 개념) 역시 1/10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지급명령신청을 고려하고 있다면 다음과 같은 점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첫째는 지급명령이 가능한 채권이 ‘금전, 대체가 가능한 물건’ 등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만약 ‘부동산 등기 이전해라’ 라는 내용으로 지급명령을 신청하게 된다면 곧바로 각하 당하게 될 것이다. 둘째는 채무자의 현 주소나 송달받을 장소를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반 민사소송의 경우 채무자의 주소를 모르더라도 일단 소송을 제기하면 소송절차가 시작되어 별도의 신청을 통해 주소를 보정할 수도 있고, 주소를 몰라서 관할 법원이 아닌 곳에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관할 법원으로 이송이 될 수 있지만, 지급명령의 경우 주소가 부정확하다면 소송절차에서는 할 수 있었던 사실조회 등 신청을 할 수 없고, 관할이 없는 법원에 신청이 접수된다면 곧바로 각하를 당하게 된다.

셋째로 채권채무관계가 비교적 명확하여 채무자가 지급명령을 받더라도 이의신청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민사소송법 제470조는 “채무자가 지급명령을 송달받은 날부터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한 때에는 지급명령은 그 범위 안에서 효력을 잃는다”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만약 채무자가 채무 자체를 부인하거나 금액에 다툼이 있어 이의신청을 한다면 해당 지급명령 결정은 그 효력이 소멸되고, 지급명령신청으로 시작된 독촉절차는 일반 민사소송절차로 바뀌게 된다.

비록 위와 같은 제약이 있지만, 불과 1개월 내외의 기간 안에 집행권원을 확보할 수 있는 지급명령 제도는 금전 청구에 대해서는 무척 유용한 제도이다. 법과 제도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실현하는 것이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편견은 쉽게 사라지지 않겠지만, 지급명령과 같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도도 있다는 것을 늘 기억하자.

 

오동준(변호사·바른숲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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