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용복의 세계여행[16]트루크메니스탄 1
도용복의 세계여행[16]트루크메니스탄 1
  • 경남일보
  • 승인 2019.06.09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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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도시의 붉은 지붕
화려하지만 낯선 아름다움
 
대통령궁 앞의 열병식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에 나는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유서를 남기는 습관이 있다. 처음 한두 번은 긴장과 흥분에 들떠 그냥 여행지로 떠났으나, 여행을 거듭하면서 무시로 맞닥뜨려지는 위험들을 경험하고는, 떠나기 전 유서를 쓰는 버릇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무사히 돌아와선 감사의 심정으로 그 유서를 태우곤 했던 것이다.

처음엔 불의의 사고에 대비하여, 떠나는 이의 절절함과 남는 이들에 대한 애정과 염려 따위로 유서를 도배질 했다. 불행을 미리 예감이라도 하듯 감정에 겨워 써내려 갔던 것이다. 그러나 죽을 고생을 하면서도 끝내는 무사히 귀환하여 유서는 재가 되곤 했다. 이 일들이 반복되자 나의 유서는 여행을 위한 출국신고서 같은 통과의례로 느껴지기 시작했으며, 오히려 싱겁기까지 했을 정도이다.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투르크메니스탄 대사관을 찾아가 여행입국 신청서를 제출했더니 대기자가 많아 일주일 정도 소요될 것이라 한다. 기다리는 동안 이곳저곳 낯선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러 다녔다. 그러나 뜻밖에도 우즈베키스탄에 사는 대부분의 한국인들로부터는 투르쿠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당시에는 투르크메니스탄으로 여행했던 사람을 좀체 찾을 수 없어, 중간 기착지인 우즈베키스탄에서 정보를 얻으려던 궁리가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오랫동안 소비에트연방공화국의 일원이었다가 지난 1991년 소련의 붕괴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탄, 타지키스탄 등과 함께 독립을 얻은 신생 중앙아시아 5개국 중의 하나이다. 3주를 기다린 끝에 비자를 받았다. 막상 간다고 생각하니 불안했다. 착륙직전 비행기 유리창 밖으로 본 아쉬하바드의 야경은 화려하고 찬란했다. 우여곡절 끝에 입국심사를 겨우 마무리 짓고 나니 갑자기 사복군인들이 나타나 카메라의 크기와 용도에 대해 묻는다. 제복은 권위를 의미하지만 낯선 이방인으로서는 긴장감을 주는 존재다.



 
대통령 일가의 공


도로는 속이 시원하도록 넓게 뚫렸으나 한산하기만 하다. 도로의 폭이 굉장한데도 차선은 잘 보이질 않는다. 간혹 보여도 희미해 무시해도 좋을 듯하다. 가로등 마다마다 다국적 기업들의 간판이 계속 걸려 있는데 우리나라 대표 브랜드도 보인다. 낯선 땅에서 만나는 전혀 낯설지 않는 이미지가 정말 눈물겹게 반갑다. 중앙아시아 신생 5개국 중 최남단인 투르크메니스탄 공화국. 이 나라가 시장개방 정책을 취하면서 ‘은둔 소련연방국’에서 ‘글로벌 신생국’으로 크게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하지만 제 나라 찾아오는 외국인을 무엇 때문에 스파이를 대하듯 심하게 다루는가.

다음날 시내로 가는 길에 밀집되지 않고 일정한 공간을 두고 드문드문 지어진 백색건물은 도시를 더 여유롭게 보이게 했다. 고급별장같은 고층아파트의 붉은 지붕은 도시의 풍광을 아름답게 만들었다. 국회의사당, 대통령 집무실, 국방부 건물 등 정부 건물과 문화센터, 역사박물관 등 각종 기념관들이 제각기의 기능을 고려해 잘 배치되어 있다. 시내 곳곳에 아름다운 수목들로 꽉 찬 정원들이 즐비하고, 모든 건물들은 하나같이 고풍스러우면서도 유려한 세련미를 잃지 않고 있다. 탄복할 노릇이었다. 도시의 기능과 배치가 거의 환상적이다. 지구상에 이런 도시가 있더란 말인가. 어떻게 사람의 힘으로 이런 이상적인 도시를 꾸밀 수 있단 말인가. 타계한 전직 대통령의 자기과시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앞으로 이 수려한 도시에 세계가 탄복할 것이고 이 도시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관광자원이 될 것이다. 관광객이 끊임없이 몰려들 테이니 세계 4위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천연가스가 언젠가 고갈되더라도 투르쿠멘의 앞날은 아무 걱정이 없을 것 같다.



 
아쉬하바드 공


실내마다 온통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더니 건물벽, 옥상, 입간판 등 다양한 표정과 포즈의 사진이 걸려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보다 더 잘 기억할 것 같다. 화폐에 새겨진 대통령의 모습이 그림과 사진 외에도, 동상으로 만들어져 관공서는 말할 것도 없고 큰 건물이나 대로의 입구에도 서 있다. 그것도 화려한 황금을 입힌 동상이다.

푸슈킨 거리 남쪽에 있는 투르크멘 역사박물관으로 가기 위해 레닌 공원으로 갔다. 공산주의 이론의 창시자인 막스 레닌과 칼 마르크스를 기념하기 위한 공원이 서로 이웃해 있다. 오랫동안 구 소련의 지배를 받은 흔적이다. 국립역사박물관은 레닌 공원 남쪽 한 모퉁이에 있다. 건물의 원주 꼭대기서부터 타고 흘러 내려오는 계단식 폭포를 장식용으로 달고 있는 역사박물관은 아름다운 기하학적 무늬로 장식된 현대식 건물이다. 투르크멘에서 최근에 건립하고 있는 기념비나 기념비적 건물들은 모두 하단 부분이 세 개 혹은 네 개, 다섯 개의 발 등이 달려 건축된다. 땅에 몇 개의 다리를 박고 있는 독특한 형태. 다리는 독립된 햇수를 의미한다.

온 도시가 철저한 의도 아래 인위적으로 건설되었고, 지금도 그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각 도로마다 거리의 주제가 분명하다. 역사박물관이 있는 민족의 역사를 기리는 거리, 트레이드 빌딩이나 커머셜 센터가 있는 경제를 위한 거리, 각 정부 청사가 들어있는 행정거리, 시민생활을 위한 바자르 거리 등 거리의 기능과 성격에 맞는 도시 분위기를 연출하며 제각기의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소비에트 코민테른 기념
아쉬하바드 시내 공원


어둠이 깃들자 모든 도로와 건물들은 가로등, 조명등으로 환하고 선명하게 드러났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중립국 선포기념탑 꼭대기에서 바라본 도시의 야경은 너무 아름다웠다. 곳곳에서 빛나는 유백색 불빛 기둥들이 눈부신 모습으로 다가왔다. 도시 전체가 빛의 바다로 출렁이면서, 마치 거대한 무대를 가득 채운 불의 쇼를 보는 듯 하다. 거리마다 뿜어져 나오는 갖가지 형태의 분수대 물줄기들은 휘황한 광채를 전신에 두르고 온몸을 뒤틀면서 밤하늘로 비상한다.

대통령궁과 이슬람사원인 터키 사원도 유난히 눈부시게 위용을 드러내고, 대통령 일가들의 공원에서 시작된 그 환상적인 파장은 밤이 깊어지면서 도시전체로 번져 물과 불의 바다로 변했다. 인구 60만인 이 도심 공원의 규모는 무려 수천 만평이나 되어 도시의 반이 공원으로 뒤덮여 있는 셈이니, 물과 불의 쇼를 펼치기 시작하는 밤이면 온 도시가 물과 불의 황홀한 무대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 나라의 지도자는 국민에게 놀라운 시설과 웅장한 기념물, 그리고 화려한 빛과 물의 아름다움을 느껴 보라 하는듯 하다. 그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 행복해지라고 요구한다. 때문에 세계적인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을 불러모아 다른 사람들이 감히 엄두도 못 낼 엄청난 시설을 꾸며 놓았다. 그래서 몰려온 사람들이 나처럼 소스라치게 놀라고, 감탄과 존경 속에 빠져들어 이 공원을 창조한 그를 칭송하고 기념할 것을 바랐을 것이다.







 
아쉬하바드 시내에 있는 터키사원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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