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 말의 품격이 절실히 요구되는 사회
[경일칼럼] 말의 품격이 절실히 요구되는 사회
  • 경남일보
  • 승인 2019.06.1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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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실(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켜켜이 쌓인 세월의 앙금을 털어 속세를 떠나고 싶다. 구구절절 할 말은 많아 산사를 찾아 고뇌, 번뇌 털고 나면 발걸음이 가벼울까.” 솔향 시인의 ‘속세를 떠나’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처럼 누구나 한번쯤은 탈피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 그래서 사람이다. 그래서 때론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산사(山寺)를 찾기도 한다. 요즘 현대인들은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참된나를 찾기 위해 템플스테이(temple stay)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필자도 통도사에서 3박 4일 동안 산사(山寺) 수련회에 참가한 경험이 있다. 이른 새벽에 종성(鐘聲)을 듣고 일어나 108배와 새벽예불을 시작으로 늦은 밤 잠자리에 누울 때까지 하루 일과는 만만치 않다. 산사 수행 중 가장 어려운 것은 뭐라 해도 묵언수행(默言修行) 이었다. 묵언수행은 말을 하지 않으면서 자신을 성찰하는 수행이다. 말은 하지 않는 것도 수행 중의 하나이다. 수행이란 욕심을 버리고 참고 인내하면서 자신을 되돌아 보고 반성하면서 올바른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다. 말을 함으로써 짓게 되는 온갖 죄업을 묵언을 함으로써 죄를 짓지 않고 스스로 마음을 정화시키는 것이다. 달마선사는 무려 9년간이나 면벽수행을 하면서 묵언수행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말을 참지도 못하고 순화되지 않은 막말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정치세계를 바라보는 대다수 국민들은 실망을 금치 못할 것이다. 막말이란 생각없이 마음대로 함부로 말하는 것으로 근거가 없는 허위사실이나 과장 비속어를 사용하여 타인을 폄하, 폄훼 하기위한 비이성적 언어다. 우리 속담에도 “관 속에 들어가도 막말은 말라”고 했는데 요즘 정치인들의 막말을 보면 살인에 가까운 이전투구식 막말을 늘어 놓는다. 마치 내일은 없고 오직 오늘만이 존재하는 것 같은 착각을 느낄 정도의 심한 막말을 한다. 말은 본인의 의사와 느낌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마음의 소리다. 그 마음의 소리는 항상 산소와 이슬같이 신선하고 부드럽고 아름다워야 한다. 정치는 당리당략을 위해서가 아니고 국민들에게 행복을 선사하기 위해 봉사하는 공복(公僕)이 되어야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정치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 국민들은 정치에 기대를 걸어보는 겻이다. 우리의 삶은 사람과의 만남으로 시작되고 또 그 만남은 말로서 의사를 소통하게 된다. 모든 것이 다 그렇듯이 매사에 품격이 있어야 된다. 말에도 품격이 있다. 말의 품격이 곧 인격이다. 격과 수준을 의미하는 한자 품(品)은 입 구(口)가 세 개 모여 이루어 졌음을 알 수 있다.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격이 형성 된다는 뜻이다. 말은 할지 말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우리는 가끔 청문회 장면을 보게 된다. 청문회의 목적도 이해 관계자나 제삼자의 의견을 듣는 것이다. 그런데 주도하는 국회의원의 이야기만 듣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논어에 ‘이청득심’(以廳得心)이라는 말이 나온다. ‘경청하면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는 것이다. 이제 정치인들은 말을 하기 전에 국민이 원하는 소리를 먼저 들어야 한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은 품격있는 말로 정치를 해야 한다. 그들의 품격없는 말이 자칫 국격(國格)까지 손상 시킬 수 있다. 이해인 수녀님의 ‘말을 위한 기도’ 라는 시의 한 구절로 마무리 할까 한다. “하나의 말을 잘 탄생시키기 위하여 먼저 침묵하는 지혜를 깨치게 하소서. 헤프지 않으면서 품위있는 한 마디의 말을 위해 때로는 진통 겪는 어둠의 순간을 이겨 내게 하소서.”
 

고영실(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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