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일본속의 존경받는 한국인
[경일시론]일본속의 존경받는 한국인
  • 경남일보
  • 승인 2019.06.1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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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서울대 재외동포교육 자문위원장)
히로시마현 아키다카시(廣島縣 安藝高田市)에 일본 최고의 요양병원인 야치요(八千代)병원은 진주가 고향인 아버지가 강제징용으로 작업하던 야마구치현(山口縣) 우배(宇部)탄광막사에서 통영에서온 어머니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동포 2세인 강 인수(姜仁秀 )이사장이 설립한 요양병원이다.

일본에서의 차별과 생활하기가 어렵고 희망이 없어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던 1959년 12월에 북송선을 타기를 희망했으나 아버지의 반대로 포기했는데, 절친한 친구의 어머니가 오랜 병환을 앓다 사망했는데 병간호를 하던 친구가 지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노인복지병원을 세우게된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2006년 6월 본인이 처음 요양병원을 방문했을 때 강인수 이사장은 이런 얘기를 들려 주었다.

2005년 7월 어느 일요일 아침부터 푹푹 찌는 더위에 병원을 둘려보고 있던 때 노인을 태운 휠체어 한 대가 그의 앞에 멈춰서면서 “병원오너 입니까?” 해서 “네,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하니 “그동안 당신을 꼭 만나 뵙고 싶었고 제가 고백해야할 말이 있다”고 했다. “어머니를 야치요로 모시기 전에 히로시마 인근 요양병원 8곳을 돌아보고 시설이 가장 좋은 야치요로 가족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했는데 내가 반대를 했다. 오너가 한국사람이라 불안한 곳이라 반대했는데 다른 형제들이 일단 믿어보고 좋지 않으면 즉시 다른 곳으로 옳기자고 해서 마지못해서 오게 되었는데 벌써 3년이나 지났는데 어머니가 여기 생활이 그렇게 편안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여태한번도 불평하신 적이 없어요. 제가 아무 이유 없이 한국인을 차별하고 있었던 것이 아직 까지도 부끄럽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어머니를 가족과 같이 보살펴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해서 강 인수 이사장님은 내앞에서 바로 이거다 하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주먹을 불끈 쥐면서 만면에 웃음을 지었습니다.

강 인수 이사장은 1988년 5월부터 히로시마에 병원개설 준비위원회를 차리고 병원설립에 필요한 서류등 준비를 완벽하게 하고 3년이 넘는 기간을 인가받는 일에만 매달렸으나 허송세월 이었다. 아마도 설립자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설립이 어렵다는 것을 인지한 후, 일본도 민주국가이고 국민이 주인이고 국민이 원한다면 가능하지 않겠나하는 생각으로 요양병원건립예정지 인근 주민들 에게 “야치요마을에 가족 이상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병원의 이상향을 세우겠습니다. 몸이 아픈 환자들과 환자 가족을 병원의 주인공으로 모시겠습니다, 믿어 주십시오”라고 설득하여 주민 1만여명 가운데 76%가 병원설립에 지지서명을 하여 1992년 5월에 노인복지병원 야치요가 세워졌다. 강 이사장은 병원의 캐치프레이즈로 “정성을 다해 손님을 대접하는 마음”을 내걸었다.

야치요는 병원이지만 병원스럽지 않다. 건물안에 들어서면 특급호텔에 와 있는 듯 하다. 특유의 소독약 냄새도 나지 않고 바닥은 반들반들 윤기가 흐르지만 전혀 미끄럽지 않다. 일류 주방장이 만드는 요리에 수영장과 온천장까지 구비되어 있으니 호텔보다 오히려 낫다.강 이사장은 하루에 청소를 6번 정도 한다고 했다.

강 이사장의 원래의 꿈은 의사였다.의사가 되고 싶은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의사들을 통솔하는 병원 이사장이 되어 의료인의 길에 다가섰다. 야치요병원에는 의사와 간호사, 간병인 등 1000여명의 직원들이 있는 데 마주치는 이들마다 서로 인사하고 안부를 물었다. 이사장이 정성을 다해 사람들을 대하는 걸 지켜보면서 어쩌면 직원들이 따뜻한 애정의 손길로 환자를 돌보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이 추천하여 2009년 2월 경남대학교에서 명예경제학박사를 수여 받았다. 동경의 요양병원관계자의 말은 일본에서 최고가 아니고 세계에서 최고이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이광형 (서울대 재외동포교육 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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