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남성시대? 여성시대? 사람시대
[여성칼럼] 남성시대? 여성시대? 사람시대
  • 경남일보
  • 승인 2019.06.1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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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진주여성회 대표)

박혜정

“‘여성’이라는 이름을 내건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약자이기 때문이잖아요. 그만큼 치우쳐 있기 때문에 메울 곳이 많다는 거죠. 저는 여성시대도, 남성시대도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냥 ‘사람시대’라고 해도 될 만한 세상이.” 모 언론사의 기사에 실린 여성시대 라디오 진행자 양희은씨의 말이다. 그냥 ‘사람 시대’라는 말에 공감을 보낸다.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데이트폭력에 휘둘리고, 같은 일을 해도 상대방보다 60%정도의 임금밖에 받지 못하고, 독박육아를 해야 한다면 그는 이 시대의 을이다. 아동학대로 고통받고 학교폭력에 시달린다면 그 역시 을이다. 많은 을들있다. 사람시대로 가는 길을 위해 이제 그 을들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을들을 위한, 약자를 위한 법과 제도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경남학생인권조례가 도의회에서 부결되었고 도의회장의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10월 18일 입법예고 된지 8개월만의 일이다. 인권을 존중하자는데 왜 반대한다는 걸까. 인권은 인간의 권리의 줄인말이다. 즉, 학생인권을 존중하는 조례라는 이야기다. 조례의 전문을 살펴보면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교 구성원들간의 감수성을 높임으로써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조례 본연의 목적이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권리를 주고 자율성을 높여주자는 말이다. 학생인권조례 반대라는 것은 인간의 권리가 학생에게는 없어도 된다는 것일까. 학생인권조례를 내건다는 것은 아직 학생은 우리 사회의 약자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목소리도 들어주자는 것이다.

그러면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 학생들은 어리고 배움의 위치에 있기에 판단력이 미숙하여 권리를 주장하기에는 이르기 때문인가? 하지만 본 조례에서 뜻밖의 난관에 부딪힌 내용들은 따로 있다. 교권의 침해발생 우려, 성적문란조장 염려, 심지어 성소수자문제까지 논란의 도마위에 올랐고 반대의 이유가 되었다. 내가 경험한 인권조례제정을 위한 공청회장에서도 조례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물을 뿌리고 소리를 지르며 반대했다. 그 사이에서 갈등은 점점 커졌다.

물론 이런 갈등은 비단 인권조례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사회 곳곳에서 갈등은 발생하고 자신의 입장만 분명하다보니 민주주의 사회의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 다르다는 것은 있는 것을 없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틀리다는 것은 있는 것을 원래 없었던 거라고 우긴다고 맞는 것이 되진 않는다. 인정할 것은 하고 차별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 대한 이해와 소통은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할 때 시작된다. 나누고 구별하느라 우리가 애쓴 시간 동안 차별이 발생했고 그 사이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은 소외되었고 어느새 을이 되어 있다. 우리는 늘 서로를 존중하는 평화롭고 건강한 공동체를 꿈꾼다. 어느 누구도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건강한 사회가 왔으니 걱정할 거 없다고 말하는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우리는 사람다운 시대를 위해 어느 만큼 와 있을까? 어떻게 해야 그 시대에 빨리 갈 수 있을까? 답은 의외로 너무 쉬울지도 모른다. 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입장에 서보는 배려다. 갑이 하라고 하는 데로 움직이는 을이 아니라 서로의 필요에 의해 움직이기 위하여 소통하는 것이다. 단지 여성만을 위한, 남성만을 위한 아닌 약자의 사회를 위해서 한발짝을 내디뎌 보는 것부터 가 이 사회의 민주주의 시작이다. 우리는 위아래, 좌우, 남자, 여자 등 그 어느 시대도 아닌 다만 ‘사람시대’에 살고 싶다. 당신은 우리는 사람시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해야 할지 진심어린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사람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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