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꽃 소비, 생활 속 문화로 정착해야
[농업이야기]꽃 소비, 생활 속 문화로 정착해야
  • 경남일보
  • 승인 2019.06.1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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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화훼산업이 한 때는 농업부분을 주도하는 성장 동력산업으로 각광을 받아 왔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2005년 이후 생산비 상승 등으로 성장세가 꺾였고, 이어 2016년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화훼시장은 더욱 침체에 빠져 들게 되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법 개정으로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였지만 꽃은 여전히 사치라는 소비자의 인식은 바뀌지 않았고, 이상기후에 따른 생산량 감소,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은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수입 꽃의 증가와 수출부진으로 국내 시장가격까지 불안정해 지면서 화훼농가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인간은 꽃의 아름다움과 향기를 오감으로 느끼면서 다양한 상징적 의미들을 부여하고, 꽃을 의미 전달을 위한 매개체로 활용하여 마음을 표현하는 가장 멋진 도구로 여겨왔다. 예로부터 우리민족은 사군자와 부귀영화의 상징인 모란꽃을 좋아하고 문학과 회화 등에 사용하였던 점을 볼 때, 꽃은 일찍이 우리민족 일상생활 속에 스며들어 문화, 예술로 자리매김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꽃 문화는 유럽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낮은 동남아 국가들보다도 뒤진 면이 있다. 우리나라 화훼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시급히 개선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개산해야할 꽃 문화 중 하나가 우리나라 화환문화다. 대부분의 화환이 보내는 사람의 마음과 정성을 나타내기보다 크기나 직함만 중요시 하는 획일적이고 형식에 치우친 문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는 곧 꽃의 재사용, 중국산 인조 꽃 사용 등으로 이어져 유통업자들만 부당이익을 보는 잘못된 유통구조가 고착화되었고, 정작 국내 화훼재배농가들은 어쩔 수 없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실정에 이르렀다. 선진국에서는 생화 화환은 기본이고 크기보다는 주는 이의 정성과 마음을 담아 보내는 다양한 화환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과시욕이나 형식주의에 치우친 우리의 화환 문화와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오늘날 꽃은 본질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패션, 공기정화 등 기능성 영역과 꽃 축제, 디자인, 식품소재, 화장품, 향수, 원예치료, 아로마테라피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꽃과 관련된 수많은 가공기술들이 산업체에 이전된다면 화훼시장규모는 갈수록 커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정작 퇴근길에 꽃 한 송이, 주부들이 마트에서 먹을거리와 함께 꽃 한 송이를 사는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꽃을 제대로 감상하고 즐기는 문화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꽃은 생일이나 기념일, 졸업식, 시상식에서나 사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을 위한 꽃에서 나와 가족을 위한 꽃으로 꽃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즐길 줄 아는 문화야 말로 우리가 본받아야 할 선진문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화훼산업은 사회가 발전할수록 미래 가치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 성장산업이다.

우리 화훼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퇴근길에 꽃 한 송이 사가지고 가는 남편, 시장보기 위해 마트 갔다가 사온 꽃을 식탁이나 거실에 꽂아두는 주부, 학업에 지친 아이들 방에 꽃 한 송이 놓아주는 부모, 사무실 컴퓨터 옆에 작은 화분하나 꽃 한 송이가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활력소가 될 수 있는 꼭 필요한 필수품은 아닐까. 바쁜 일상 속에서도 우리 가정과 사무실에 꽃 한 송이를 놓고 행복해 할 수 있는 여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기대해 본다.

/황주천 경남도농업기술원 화훼연구소장



 
황주천 경남도농업기술원 화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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