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 생명 산업인 쌀이 걱정된다
[경일칼럼] 생명 산업인 쌀이 걱정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06.1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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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수(전 경남도농업기술원장)
강양수
강양수

우리에게 쌀은 오랜 역사를 함께 해온 공동체의 근간이자 문화의 중심이었다. 이러한 쌀이 살이 찐다는 영양학적 오해와 재고 누적, 소비 감소, 수입개방 등의 이유로 어려움을 넘어 푸대접을 받는다는 생각에 가슴 한편이 씁쓸하다. 올해도 정부와 농협에서는 쌀이 과잉 생산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벌써 선제적인 수급 대책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벼 재배면적은 1980년 122만 ha에서 지난해에는 73만8000 ha, 금년도에는 68만3000 ha를 재배할 계획이다. 10a당 수량은 1980년 289kg에서 지난해에는 1.8배가 증가한 524kg을 기록했다. 이는 우순풍조(雨順風調) 한 탓도 있지만, 다수확 품종 개발과 함께 생력 재배기술을 지속해서 보급함으로써 쌀 생산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쌀 소비량은 1980년 연간 132.4kg에서 먹거리의 다양화와 간편식 선호 등으로 지난해에는 61.3kg을 소비함으로써 국민 1인당 하루에 168g, 밥 2공기도 먹지 않아 소비량은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 필자의 어린 시절에는 쌀은 정말 귀하고 귀한 대접을 받았고 많은 국민들은 흰쌀밥을 실컷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던 시절이 있었다. 지난 반세기를 돌이켜 보면 정부는 국민들의 배고픔을 해결하고자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주곡의 자급자족을 위한 많은 투자와 노력으로 매년 쌀의 자급률은 100%를 넘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유일한 국가가 되어 지난해 식량 위기가 심각한 중동, 동아프리카 4개국에 사상 처음으로 쌀 5만 t을 원조했다. 최근 쌀이 조금 남아돈다고 호들갑을 떨고, 경제논리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곡물자급률이 23.4%로 매우 낮고 지구온난화에 따른 빈번한 기상이변과 사막화, 바이오 연료 개발 등으로 세계 식량 부족 현상이 예견되어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에서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인구는 약 30억 명으로 전체 인구의 34% 정도이다. 2018년 세계 쌀 생산량 4억 9900만 t 중 수출량은 겨우 생산량의 9% 정도인 4700만 t에 불과하다. 특히, 우리가 먹는 자포니카종 쌀은 전체 쌀 생산량의 14% 정도 이고 수출되는 양도 5% 이내이기 때문에 외국에서 쌀을 값싸게 사거나, 돈이 있어도 사 올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쌀 수출국이던 중국이 쌀 수입국으로 전환된 지 오래되었고 곡물 수출을 엄격히 제한하면서 종자회사인 신젠타를 인수하는 등 발 빠른 대응을 하고 있는 점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미 쌀의 용도는 포만감에서 맛으로, 맛에서 건강 기능성으로 진화되었다. 쌀 품종은 농촌진흥기관을 중심으로 식이섬유 함유량이 높은 다이어트 쌀, 필수 아미노산이 많아 어린이 성장을 촉진하는 키 크는 쌀, 미량원소를 보충해 주는 미네랄 쌀, 항산화 기능과 스트레스 저항력을 높여주는 젊어지는 쌀, GABA(가바) 함량이 높은 알코올 중독 치료 쌀, 특정 질환 환자용 맞춤형 쌀, 코팅 쌀, 발효 쌀, 막걸리 전용 쌀, 화장품 제조용 쌀 등 다양하게 개발되었다. 생명 산업인 쌀 정책이 과거 인구 억제 정책처럼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도록 식량안보에 대한 장기적이고 세밀한 계획을 수립함과 동시에 우리 쌀의 세계화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쌀 생산 기반이 붕괴하고 나면 다시 회복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기능성 벼, 가축 사료용 벼 재배면적을 늘리고, 더 많은 기능성 쌀 품종 개발과 저비용 고품질 생산·저장 기술을 개발 보급하는 한편, 전략적 산·학·관·연 협력 체계를 구축, 원천기술을 확보하여 산업화하는 등 부가가치 창출로 뙤약볕 아래서 쌀농사를 짓는 농업인들의 걱정을 덜어 주고 새로운 희망이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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