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현실 괴리 겉돌고 있는 경제 패러다임’
[경일시론] ‘현실 괴리 겉돌고 있는 경제 패러다임’
  • 경남일보
  • 승인 2019.06.1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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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 교수)
문 대통령 대선공약 가운데 초지일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공약은 한국경제 운영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스웨덴 국빈 방문 일정 중 살트셰바덴 그랜드호텔에서 진행된 스테판 뢰벤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국제노동기구, ILO 핵심협약 비준은 나의 대선공약이기도 하고, 한국의 경제적인 패러다임 전환에 속한다’고 밝힌 바도 있다. 패러다임은 일반적으로 한 공동체 일원들에 공유되는 이론, 법칙, 방법, 지식, 믿음, 가치, 전통, 기술 등의 전체적 집합을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패러다임에 새로운 지평을 넓힌 사람이 과학사학자 토마스 쿤(Thomas Kuhn)이다. 쿤은 과학은 일직선으로 점진적 발전을 해온 것이 아니고 한 시대 과학의 틀이 한계에 봉착하면 다른 체계가 대체해왔다는 패러다임(paradigm)이론을 주장한다. 이러한 쿤의 생각은 과학이나 정책의 기초가 궁극적으로 사회적이요 상대적인 것임을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새롭게 제시되는 패러다임은 무언가 새로운 틀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정치가나 지적 설계자들에게 새로운 소명의식과 신선한 매력을 가지게 하고 있다.

문 대통령 경제 패러다임 전환의 인식 기조는 이러한 흐름에 터 잡고 있고, 그 논의의 중심에 소득주도 성장이 있다. 그런데 주류 경제학자들은 문 대통령이 언급한 소득주도 성장 족보건과 관련하여 그 사실 관계는 1970년대 자본주의 황금기 시기에 임금인상 수준을 통제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던 그 논리를 뒤집은 방식을 말하는 것이며, 그리고 이것은 하나의 정치적 진술일 뿐이고 이론이 아니라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 이론구성에 있어서도 성장과 분배 사이에 정책적 매개가 전제되어야 가능한 문제이지 자동적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 그래서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용어자체가 논리적으로 성립이 안 된다는 것이다. 현 국가 각종 경제지표에서도 그렇고 소득주도 성장론은 주류 경제학에서 볼 때 국민의 경제적 생존을 견인할 수 있는 정책으로서는 현실성과 정교함이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모순적인 대통령 행보가 읽혀지는 탈원전 정책이 현 정부운영 기조에 비판을 더해주고 있다.

현실정치에 비판의 날이 더해지는 상황이면 정치적 상황결정권, 이른바 헤게모니(hegemony)를 쥐고 있는 대통령을 비롯한 실세 정치인이 던지는 언행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 경우 그 언행은 고도의 정치성을 지니고 있으며, 설사 A라는 의도로 했다고 하더라도 현실정치에서는 B, C, D…의 해석이 뒤 따르고 우연적 정국전환의 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현충일 날 대통령의 김원봉 발언도 이러한 범주에서 해석이 가능한 사안이다. 옹호와 비판의 뜨거웠던 주장들은 ‘독립 이전의 행위가 정당했다고 하더라도 분단과 전쟁이 아직 청산되지 않은 상황에서 분단과 전쟁 과정에서 대한민국을 부인하고 적대하는 세력이었다면, 특히 6·25 전몰자를 기리는 현충일에 대통령의 발언은 오히려 진보·보수간 소모적인 이념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이슈를 던진 청와대의 현 규정상 불가’라는 입장정리로 진정되고 있다. 정치는 이렇게 의도적이건 의도적이지 않건 간에 특정 시점, 특정 이슈 발발은 다른 이슈에의 비판 상황을 엷게 하거나 관심을 잠시 돌리게 한다. 정부 출범과 더불어 선한 의도에서 제시된 특정 패러다임이 현실과의 괴리에 대한 극복 논리가 결여되면 그 패러다임에 대한 설득력은 떨어지게 된다. 궤도 수정을 할 때가 되었는데 청와대는 심각성을 아직 모르는 것 같다. 한시적 위임을 받은 정부가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세상 모든 일은 이리저리 얽혀있는 상대가 있는 법이다. 패러다임 전환과 관련하여 이 시점, 이 정부는 보다 나은 국가 미래 초석을 다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겸손하게 고민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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