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법 안지키는 법무부장관
[경일시론] 법 안지키는 법무부장관
  • 경남일보
  • 승인 2019.06.2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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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객원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회장)
정승재<br>
정승재<br>

형(刑)이 확정되기 전이라 단언하기 힘들지만, 재혼 전 남편을 죽이고 시신을 엽기적으로 훼손한 30중반 여성피의자에 대한 손가락질이 유별나다. 생물시간에 실습하는 개구리 해부도 섬뜩하게 여기는 게 보통사람의 성정이라면, 참 잔인하고 기이한 살인사건이다. 강간을 피하려고 6층에서 투신한 20대 여성을 잡아끌고 성폭력 후 무자비하게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그 피의자는 범죄 전력으로 전자 발찌를 차고 있었다. 여성의 아버지는 그를 사형시켜 달라고 애절한 청원의 글을 올렸다. 그런데 그 피해자의 절규는 공허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재판을 통해 설령 사형선고가 있다 한들, 집행을 22년째 하지 않음으로써 이들의 사형은 없을 것이다.

사전에 모의한 계획 살인이라도 한 두 사람 정도를 죽인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많아야 무기징역 정도에 그친다. 지금도 기억되는 희대의 연쇄 살인마 김길태, 유영철, 강호순, 정남규 등의 범죄는 오금 저려질 정도의 극악무도한 사건이었다. 이들 사형수중에는 복수단위의 사람을 죽였다. 사형선고를 받고도 많게는 십 수 년 간 집행 없이 복역하고 있다. 반면에 이들의 피해자 가족은 평생을 씻지 못할 극도한 트라우마를 안고 살고 있다. 어쩌면 가해자인 사형수가 생명을 잃은 피해자를 차치하고도, 그 가족보다 더 편한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해괴한 일도 있는가.

사형수인권을 들먹이며 사형제 폐지를 금과옥조로 봐선 안된다. 또한 그 존치를 야만적이거나 반인권 개념으로 등식화 시키는 것도 우둔하다. 기실, 사형제도의 유무와 그것과 관련한 인권 및 민주개념을 연관시키는 것은 무리다. 체제와 민족마다의 문화와 사회적 배경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 가치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종교적 교리(敎理)가 강하게 남아있는 유럽의 많은 나라는 사형제를 폐지했다. 하지만 공동체 윤리나 죄 값, 응보(應報)개념이 활발한 우리와 일본, 중국 등 아시아 대부분은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범죄유형 등 문화적 배경에 따라 각주마다 다르다. 교포가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38개주가 사형제를, 알라스카를 포함한 13개주는 사형제도가 없다.

사형제도가 없는 유럽과 알라스카는 민주 혹은 인권범주이고 일본과 미국, 캘리포니아는 반인권, 비민주주의 구분하는 것은 이성적 분류가 아니다. 나라마다의 관습에 따른 선택적 결과다. 사형제도를 유지하는 나라를 비민주주의 국가로 몰아가는 폐지론자들의 상징폭력이 간단하지 않다. 미국의 텍사스주는 사형제를 부활시킴으로써 이전의 연간 700여 건의 살인사건이 평균 300여건으로 줄었다는 사례가 있다. 범죄예방 효과가 있다는 방증이다.

형사소송법 465조는 사형의 집행을 규정하면서 법무부장관은 형의 확정일로 부터 6개월 이내에 집행하도록 했다. 그런데도 지난 1997년 12월에 23명의 사형수를 형 집행하고는 아직까지 목숨을 내 놓은 사형수는 없다. 법무부장관의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다. 사문화된 조문을 방치한다면 입법기관인 국회도 책임이 있다. 행여 사형집행이 비인권론자로 비춰질까 봐 망설이는 것이다. 비겁하게도 비친다. 누가 사람의 천부적 권리인 삶을 박탈하고 목숨을 거두는 형벌을 찬성하겠는가. 하지만 사형수인권 보다 잠재적 피해자가 될 전체 국민의 그것이 더 존귀하다.

언젠가 국회에서 사형제도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좌장으로 폐지론 주제발표자에게 공개적으로 물었다. 그 폐지론자에게 늘 하던 질문이다. “그대 배우자나 누이를 강간하고 살해하여 사형수가 되어도, 당사자로써 용서하고 사형불가를 주장할 수 있냐”고. 수준 낮은 질문이었는지 멀뚱한 모습에 답을 듣지 못했다. 그는 부산출신으로 당시 서울대 법학과 교수였다. 지금은 실세중의 한사람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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