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나’의 주체 되찾기
[여성칼럼] ‘나’의 주체 되찾기
  • 경남일보
  • 승인 2019.06.2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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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성(대학생·경상대학교)
“This is our age”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영어가삿말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검색창을 켰다. 누구의 노래인가 했더니 ‘림킴(Lim Kim)’이란다. 생전처음 듣는 노래와 목소리의 주인은 슈퍼스타K에서 투개월로 이름을 알리고 활동했던 가수 김예림이었다. 허스키한 목소리에 몽환적인 분위기의 소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그는 소속사에서 나와 완전히 다른 장르와 분위기의 음악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처럼 그의 음악 행보로 봤을 때 이번 앨범은 ‘클리셰가 전혀 없는 활동’인 것이다.

‘Don’t identify self in the male gaze(남성의 시선으로 자신을 재단하지마)’라는 가사는 우리나라 여성 가수들의 고충을 잘 표현해준다. 단적으로 아이돌 산업만 놓고 보았을 때도 그렇다. 아이돌의 성별, 팬의 성별에 따라 팬이 가수를 대하는 방식은 차이를 보인다. 여성 팬이 남성 아이돌을 대하는 방식은 과연 우상이라는 말에 걸맞다. 단순히 앨범을 사고 콘서트를 가는 팬심을 넘어서서 억소리 나는 서포트가 이어진다. 천문학 적인 액수가 아이돌 산업으로 인해 시장에서 움직인다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여자 아이돌을 대하는 남성 팬의 경우는 어떤가? 필자가 보았던 인상적인 글이 있다. 남성팬이 다른 남성 팬들을 향해 명품 선물을 지양하자고 쓴 글이었는데 그 글에 이런 말이 있었다. ‘명품을 선물하면 버릇 나빠진다.’ 버릇이 나빠진다는 말의 기저에는 어떤 생각이 있을까? 그 팬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 아이돌은 명품을 좋아하지 않는 ‘개념녀’여야 하고 순종적이며 자신들의 비위를 맞춰주길 바라는 하나의 상품에 불과하다.

물론 모든 팬이 앞서 말한 팬과 같이 ‘버릇이 나빠진다’는 식의 사고를 하진 않을 것이다. 또한 성별에 관계없이 아이돌을 꼭 우상으로 여길 필요는 없다. 하지만 성별에 따라 다른 잣대가 작용하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여성아이돌에게만 엄격한 덕성을 요구한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한 남자 아이돌은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기초적인 지식을 잘 모르는 캐릭터로 자리 잡아서 다양한 예능이나 광고 촬영 등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친근감’있다는 이미지가 좋게 작용한 것이다. 여자 아이돌의 경우는 어떤가? 몇 년 전 안중근 의사를 못 알아 봤던 한 아이돌은 대중에게 몰매를 맞았으며 기자회견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사과해야만 했다.

공인인 연예인은 대중에게 영향을 줄 수 있고, 특히 아이돌의 경우 10대와 20대에게 영향을 많이 주기 때문에 어느 정도 언행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공인에게 요구하는 덕성이 성별에 따라 다른 것은 동의할 수가 없다. 여자 아이돌은 대중의 입맛에 맞춰야하는 인형 같은 존재가 아니다.

소속사에서 나와 림킴이 전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그는 자신이 가진 가능성과 잠재력을 사용 할 수 있는 주체가 ‘나’가 됐을 때 좀 더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노래 ‘SAL-KI(살기)’에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가사가 반복된다. 동양여성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본인 안의 에너지를 뿜지 못하는, 그것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내 목소리를 내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정해주는 ‘나’는 언젠가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소속사에 있을 때 그의 노래는 독특한 분위기를 가졌었지만 오히려 그 분위기가 하나의 틀이 되었었다. 주체가 그 자신이 되자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였던 그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주체가 자신에게 머물러 있는 한 어떤 누구도 ‘나’를 한계지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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