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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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9.06.2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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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지연과 진주 논개(1)

진주 초전북동 출생 진주여중·고 졸
196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작가 데뷔 전 경남일보 기자로 근무
현재 한국소설가협회장 회장 맡아
김지연(金芝娟·1942~ ) 소설가는 진주 초전북동 출생으로 진주여중 진주여고를 졸업했다. 진주여고라 하면 소설가 빅경리가 연상되는데 1926년생 박경리 작가가 16년 연상이고 졸업연도도 아마도 김지연에 비해 16년 정도 앞서지 않을까 한다. 김지연 작가는 진주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라벌예술대(지금의 중앙대 예술대)문창과를 다녔는데 재학 중에 김동리 선생에게서 소설을 배웠다. 재학중 교류를 했던 동기 선후배로는 권오운 시인, 이덕영 작가, 전진호 극작가, 조세희, 김원일, 김주영, 오정희 , 이경자, 한승원 등 기라성 같은 이름난 이들이 즐비하다.

김지연 소설가는 196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당선으로 신고를 하고 다음해 1968년 현대문학에 김동리 선생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그 당시 월간 현대문학에서는 지금과는 달리 신춘문예 출신들을 홀대했는데 그래서 김지연은 신춘 당선을 1회 추천 받은 것으로 인정되고 이어 한 번 더 잡지에 추천을 받음으로써 2회 추천 데뷔라는 절차를 밟았다.

김지연 소설가는 아직 작가가 되기 전에 진주 경남일보 기자로 1년 남짓 근무했는데 그 당시 한 기자를 통해 필자를 만나보고 싶다는 뜻을 전달해 왔다. 그래 1966년 후반기쯤 필자가 산청 본가에 들리는 중에 본성동 경남일보 앞에 있는 대호다방에서 잠시 김지연 기자를 만날 수 있었다. 필자는 고교 재학중에 시내 고등학생 동아리에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슷한 연배의 동아리 학생들을 잘 몰랐다. 물론 김지연 기자도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그는 대뜸 “우리 지역 진주고 출신이 신춘문예(65년)에 당선되고 이어 금년에는 최근 신춘이나 문학지 출신들의 리턴 매치 성격을 띄는 공보부 신인예술상 본상까지 거머쥐었으니 축하드립니다. 어찌 이런 일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다니 놀랍습니다. 앞으로 좋은 일들을 주변에도 나눠 주세요.” 그날 필자에게 하는 문학상 주변 이야기를 들어본 바로는 곧 등단에 임박한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김지연 기자에게는 고교 재학때 동아리 같이 했던 최용호, 강동주, 손상철, 김영화 등이 주변에 있었고 당시 진주여중 미술교사로 와 있던 김석규 시인과 종종 통화하고 있었다. 경남일보는 그 무렵 박세제 사장체제였고 새로운 편집 아이디어를 낸 김지연 기자를 사장 박세제는 회사의 마스코트로 김기자를 대동했다. 그 다음 해 김기자는 마산 제일여고 국어교사로 가서 고3 담임을 맡는 등 교사가 힘드는 직분이라는 것을 만분 체감하고 4년 동안 일했다. 제일여고는 문인 교사로 유명했는데 유안진, 조병무, 김지연 등을 영입하여 사학 제일학원의 진용을 자랑해 마지 않았다. 그후 김지연 작가는 서울로 가서 의사신문에 10여년 근무하면서 의료계 쟁점을 소상히 취재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병원 주변과 생명을 주제로 한동안 잘나가는 소설을 써서 발표했다.

김지연 작가는 현재 한국소설가협회 회장을 맡아 ‘한국소설’ 계간지를 발행하는데 필자에게 권두시를 부탁해 왔다. 마침 4년 전에 김동리기념사업회가 부산 광복동에서 ‘밀다원 시대 문학제’를 열기 시작했는데 그때 축제에 갔다 와서 쓴 시 ‘밀다원 다방’ 원고를 보냈다. 당시 김동리 제자 소설가인 백시종, 김지연, 이근배(시인), 황충상 등의 얼굴이 보였고 부산 중구청에서 그 대회를 지금까지 열어오고 있다. 시 원고는 다음과 같다.

“전쟁 중 부산은 대한민국의 끝이었다/ 수도였다/ 피난문인들은 광복동 밀다원 다방에 모였다// 다방 밖에 나가면 그들은 피난민이고/ 다방에 들어와 앉으면/ 도민증 없이 임시수도 시민이 되었다// 속으로 우는 사람들/ 머리로 걱정하는 사람들뿐// 김동리는 이들을 잉잉거리는 꿀벌로 보았을까/ ‘밀다원 시대’라는 이름의 소설을 썼다// 시대는 가고/ 김동리도 가고/ 밀다원도 가고 오늘은 김동리의 제자 소설가들이/ 그날의 끝으로 와/ ‘밀다원시대 문학제’를 연다// 부산 광역시 중구 광복동 2가 38-2번지/ 2층 밀다원은/ ‘화로가’ 식당이 되어 있다// 주인공 이중구가 죽고 죽은 뒤/ 이 식당으로 되짚어 와 주인이 된 것일까”

문학제 주 멤버들은 김지연 작가의 대학 동문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소설 속에서는 피난 온 문인들이 큰 소리치고 있었지만 부산 토박이 문인들이 문단의 중심이라는 것을 은연중 내비치는 언사들이 주석의 한 모퉁이를 적시고 있었다. 갑이 을이 되고 을이 갑으로 싱승하고자 하는 현실이 가시권 밖에서 꿈틀대고 있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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