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햇살 탑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햇살 탑
  • 경남일보
  • 승인 2019.06.2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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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햇살탑

동절기 오전 열 시 십칠 분. 하절기 아홉 시 삼십이 분. 흐린 날 빼고 이 마룻바닥까지 와서 햇살 탑 쌓고 동절기 열시 삼십구 분, 하절기 아홉 시 오십이 분. 쌓은 탑 스스로 허무는 염원이란 그늘 하나 타일러 목 떨어진 꽃이나 피우자는 일. -박해람

햇살이 만든 이미지다. 태양에서 지구까지 약 1억 5000만 ㎞의 거리를 8분 19초 만에 당도하여 만든 공든 탑이다. 겨울이면 동백이 피었다 지는 어느 사찰의 암자인 듯, 시인으로 하여금 최초로 만나는 햇살 탑이다. 혹한기며 혹서기를 막론하고 쌓았다 스스로 허무는 시간은 대략 20여 분이 걸리는 것으로 계산된다. 햇살이 머무는 시간은 곧 마음이 머무는 시간으로 탑 또한 염원의 흔적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는 백팔 배에 소요되는 시간과 거의 동일하다.

108배의 염원이 이루어낸 꽃 한 송이. 수많은 번뇌에서 벗어나 떨어진 동백을 저리도 환하게 피워내고 있다. 빛과 어둠이 찰나에 만들었으니 둘은 절대 둘일 수 없는, 하나임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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