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진주성 느티나무
[천왕봉] 진주성 느티나무
  • 경남일보
  • 승인 2019.06.2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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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진주성에 사는 느티나무가 쓰러졌다. 서장대 쪽 매표소, 즉 서문을 통과한 뒤 왼쪽에 자라고 있던 느티나무다. 수령 600년 정도로 추정되는데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으나 속이 썩어 빈 상태였다. 더 이상 썩지 않도록 수목관리 조치를 해놓았으나 쓰러짐을 막지는 못했다.

▶당시 비바람이 몰아친 것도 아니어서 자연 고사한 것으로 보인다. 속이 비어 약해진 상태에서 여름철을 맞아 나뭇잎이 울창해지면서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넘어진 것으로 보인다. 느티나무가 고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진주 시민들이 너도나도 이 나무에 얽힌 추억을 되새기면서 아쉽다는 반응을 보인다.

▶어릴 적 소풍을 갔을 때 봤던 할아버지 나무라거나, 학창시절 백일장이나 그림그리기 대회를 하면서 이 나무를 그렸다거나, 나무 아래서 시상(詩想)을 떠올렸다는 등 다양하다. 일각에선 임진왜란 때에도 살았던 나무라면서 불사조 이미지까지 보탠다. 큰 느티나무와 함께한 시절을 그리워하면서, 자연물이지만 정든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같은 진한 아쉬움을 표현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주목을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고 한다. 죽은 뒤에도 1000년이나 그루터기가 남는다는 주목의 물리적인 생태를 말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진주성 느티나무는 단순히 그런 의미에만 머물지 않을 듯하다. 나무에 서린 진주인들의 추억과 애환, 나아가 전쟁의 고통까지도 함께 아우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진주성 느티나무가 수 백년 동안 진주인들에게 회자(膾炙)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창민 편집국 부국장대우(취재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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