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바다에 감성을 묻다[6]
쪽빛바다에 감성을 묻다[6]
  • 박도준
  • 승인 2019.06.2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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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싸한 굴 향기를 맡으며 달리는 고성 고성만 해지개길
고요한 해안길 걸으면 사랑이 움튼데요

코스:고성읍 신월리 곡용마을~삼산면 두포리 장지마을(11.7㎞)
오션뷰 전망대:해지개다리, 솔잎동산
명소:당항포관광지, 남산공원, 고성탈박물관
문의:삼산면사무소 055-670-5051



고성만은 고성군 삼산면과 통영시 도산면 일대 해안을 일컫는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복주머니 형태를 띠고 있는데다 통영지역의 봉화산과 도덕산, 통영과 고성을 아우르는 벽방산, 고성의 갈모봉의 산세가 만을 감싸고 있어 바람을 막아 호수처럼 잔잔하며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굴 양식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거대한 호수같은 바다 절경에 해지는 모습이 아름다워 사랑하는 사람이 절로 생각나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고성만 해지개길은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하얀 부표와 분홍 부표들을 감상하면서 알싸한 굴 향기 속으로 달리게 된다. 해지개길 해안도로에서 바라보면 육지와 섬으로 둘러싸인 바다는 연인의 품안에 있는 듯 고요하고 한가롭다. 특히 해지개 해안둘레길은 시시각각 변하는 조명과 트릭아트, 포토존까지 자리잡고 있어 방문객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고성만 해지개길은 고성읍 신월리 곡용마을에서 출발해 삼산면 두포리 장지마을까지 11.7㎞의 코스이다.

 
해지개 다리 끝에는 점점 커지는 하트 조형물이 있다. 불이 들어오는 야간에는 두근두근 커지는 핑크색 조명이 연인들의 발걸음을 이끈다.
 


이번 여정은 고성의 새로운 관광 명소인 남포항 ‘해지개 다리’에서 시작한다. 해지개 해안둘레길은 왕복 2.8㎞로 도보로 약 40~50여분 걸린다. 해질 무렵 황금빛 호수 같은 바다도 아기자기하지만 일몰이 끝나면 다리를 비추는 조명이 연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일몰 후부터 밤 11시까지 무지개빛 경관조명이 어둠을 밝힌다. 바다 바람과 갯내음 속에 걷다보면 어느새 ‘두근두근’ 조명이 점멸하는 하트 조명 아래 서게 되는, 연인과 부부들에게 걷기 좋은 길이다.

이 길을 따라 캠핑장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잔잔한 바다 덕에 바다를 보면서 캠핑을 즐길 수 있어 주말에는 캠핑차량이 줄을 잇는다. 신부선착장 인근에는 남산공원 오토캠핑장과 씨월드 레저클럽이 있다. 서쪽으로 300여 m 떨어진 끝섬까지 해안선을 따라 데크로드가 이어져 있다. 야간 조명 속에 바다에 비친 끝섬의 모습은 태고적 공룡들이 놀던 숲을 떠오르게 한다. 꽤 긴 해상산책로에는 곳곳에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데크로드는 낮 산책도 심심하지 않다. 곡용마을을 향해 걷다보면 300여m의 다리가 나온다. 바닥에 그려진 귀여운 공룡과 수초, 패류 그림들이 탐방객을 맞는다. 철재 난간으로 들어서자 범고래 그림이 바닥에서 뛰어오는 듯했다. 왼쪽으로는 바닷물이 빠져 속살을 고스란히 드러낸 갯벌 위로 물길이 거미줄처럼 이어지고 집게발을 세우고 분주히 오가는 게들과 진흙을 뒤집어 쓴 망둥어가 뻘구멍을 비집고 들어간다. 백로에게 들켰다간 다음 밀물을 기약하기 어려우니 서둘러야 할 판이다.

갯벌에 나란히 장대를 꼽아 줄을 이어둔 죽방렴 같은 기둥들은 원시어업의 흔적처럼 보인다. 오른쪽 새섬 너머로 어스름하게 산들이 보인다. 섬과 섬들이 바다를 품어 안은 고성만에는 파도도 고요히 잠을 잔다.


 
진짜 같은 백상아리 트릭아트, 인증샷 필수코스로 인기를 누린다.


해지개 해안둘레길은 바닥을 주의해야 한다. 이빨을 드러낸 백상아리가 입을 딱 벌리고 있는 모습은 인증샷 생각이 절로 나는 풍경이다. 그대로 바닷물에 풍덩 빠져들 것 같은 트릭아트 작품을 만나면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연출샷 한 장 남기고 싶은 욕심이 나는 코스다. 밤 조명 속에는 더욱 그럴 듯하다. 그럴 듯한 사진을 남기자면 수차례 시도는 필수다. 트릭아트는 절묘한 각도가 중요하니까.

이 길엔 바다를 향해 대형 하프와 하트조각들을 품고 있는 조형물 등이 서 있는데 경관조명이 켜지면 색다른 멋을 연출하니 밤낮 언제가 더 적절한 방문시간인지는 조언하기가 어렵다. 그 옆으로 언덕을 배경 삼아 거대한 수족관을 그려놓았다. 인어공주가 손으로 하트를 날리자 바다에 사는 공룡이 고개를 돌려 고래를 잡아먹으려는 듯한 그림은 재미있다. 다른 쪽 벽화엔 바다 위 익룡들을 그려놓았다. 400여m 떨어진 곳에서 5개의 하트 조형물이 어서 오라고 ♡를 날리고 있다.

 
갯벌이 드러난 해변에선 생명이 숨쉬는 소리가 요란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뿔산은 소라고둥, 안테나를 세운 조약돌은 죄다 게들이다. 구멍마다 숨어든 바다생물들의 숨소리가 뽀끔뽀끔 올라온다.


바다엔 어구를 싣고 있는 모여 있는 뗏마들을 보면서 가다보면 해안데크 끝자락에 하트조형물 5기로 이루어진 ‘사랑의 터널’에 다다른다. 연붉은색을 띤 하트 터널을 지나 원형의 공간에 서면 고성만 바다가 품에 안긴다. 되돌아서서 보면 사랑의 터널은 어느새 수줍은 분홍으로 변해있다.

되돌아오는 길, 남산 정상에 남산정과 산의 허리춤에서 수줍은 듯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있는 남산교가 해지개 해안둘레길을 굽어보고 있다. 야간엔 이 두 곳에 조명이 켜지면 또다른 남산의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남포항삼거리 있는 수남유수지는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작은 저수지가 있는 생태공원이다. 저수지에 고인 물위로 자꾸만 펄쩍펄쩍 소리가 나 들여다보니 물고기들이 여기저기서 튀어 오르고 있다. 수풀 옆으로 한가로이 걷는 왜가리는 배가 부른지 물고기의 점프쇼에는 관심도 없는 눈치다. 공룡알과 갈비뼈를 조형물로 만들어 둔 수남유수지 생태공원은 작은 언덕배기를 만들어 철새를 관찰 할 수 있는 탐조대도 설치해 두었다. 망원경 속에 한가로운 물새의 걸음걸이를 지켜보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관리소 어르신에게 물어보니 튀는 물고기는 숭어란다.

수남유수지에서 서쪽으로 10분쯤 달리다 보면 솔잎동산이 나온다. 이 동산은 삼산면 젊은이들이 쌈짓돈을 모아 만든 쉼터로 정자와 돌의자와 탁자가 마련되어 오가는 이들이 쉬어가며 해안를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코스에서 이런 쉼터를 서너 개 만났다.

 
수남유수지 생태공원은 공룡의 고장 답게 공룡알과 화석을 테마로 꾸민 조형물들이 있다. 얕은 바람의 언덕에는 풍차도 제자리를 잡고 있다.
물 빠진 굴 양식장.


병곡교를 지나면 썰물 때 굴양식장이 민낯을 드러낸다. 이곳도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으로 굴양식이 잘되는 모양이다. 멀리서 바라보니 철책처럼 촘촘히 들어선 기둥들이 밧줄로 이어져 있다. 대부분 생굴들을 걷어간 상태로 비어 있어 채취시기도 막바지에 다다른 모양이다. 앞바다 한 가운데 분홍부표와 흰부표가 줄지어 떠있다. 평일이라 낚싯배들도 어깨를 맞대고 쉬고 있다.

해안경관도로를 달리다 해안으로 빠지는 곳으로 내려가니 조그마한 선착장이 나왔다. 이곳엔 도로 옆으로 폐부표들이 수십 미터 수북이 쌓여 있다. 스티로폼 흰부표와 플라스틱 분홍부표들이 수명을 다하고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통영에선 폐패각들이, 고성에선 폐부표들이 무더기로 눈에 띈다.

 
다이노 캠핑장. 캠프를 차려 놓고 바로 앞 작은 갯벌에서 생태체험과 낚시도 즐길 수 있다.


다시 원 도로로 올라서 꼬부랑 고갯길을 따라 임진왜란 때 퇴비를 장만하던 농부가 쇠스랑으로 왜군과 싸웠다는 전설이 있는 쇠스랑장군비가 있는 장지삼거리를 거쳐 작은 길로 갯장어(하모)회로 유명한 군령포로 내려갔다. 바다에 다다르자 다이노캠핑장과 블루웨일글램핑장이 나타났다. 글램핑장은 삼면이 바다와 접하고 있고 해수풀장과 사우나, 찜질방까지 갖추고 있다. 멀리서 바라본 글램핑장 건물은 동화 속에 나올법한 파란색 등에 하얀 배를 가진 고래처럼 생겼다.

해안엔 한줄로 걸대식 굴양식장이 앙상하게 뼈마디를 보이고 있다. 비사도와의 사이에도 양식장부표들이 어김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고성 고성만 해지개길은 민물과 바닷물이 몸을 섞는 해안과 바다의 명당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굴양식장으로 대변되며, 특히 사랑이 움튼다는 ‘사랑의 터널’이 있는 해지개 해안둘레길이 그 정점을 찍는다.

글·사진=박도준·김지원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블루웨일 글림핑장의 고래 한마리.

 
해안 길을 따라 벽화가 끊이지 않는다. 화풍도 다양하다.
 
다이노 캠핑장 앞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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