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형제의 나라’ 에티오피아
[기고] ‘형제의 나라’ 에티오피아
  • 경남일보
  • 승인 2019.06.2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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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문(국립산청호국원 현충과)

 

“형제의 나라라고 하면 어떤 나라가 떠오르시나요?”

대부분 6·25전쟁 때 참전했던 터키를 꼽을 것이다. 2002년 월드컵 3, 4위전에서 만나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이 손에 손을 잡고 경기장을 돌던 터키. 그러나 터키는 자발적으로 참전한 나라는 아니다. 당시 구소련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터키는 NATO에 가입 하는 게 급선무였다. 이를 위해 세계 평화를 지키고 우방국임을 알리기 위해 참전국 16개국 중 미국, 영국, 캐나나에 이어 4번째로 많은 병사를 파병했다.

그럼, ‘6·25전쟁 참전 16개국 중 자발적으로 참여한 나라가 있을까?’ 우방국과의 관계나 자국의 이익과 상관없이 참전한 유일하게 나라, 바로 ‘에티오피아’다. 에티오피아 하면 세계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 중의 하나인데 어떻게 참전했을까?

에티오피아는 중세부터 유럽을 잇는 무역로 중간에 있어 문화와 경제가 발전했고, 아프리카 나라 중 유일하게 ‘언어, 문자, 화폐’를 가진 유일한 나라로 1950년 당시 우리나라보다는 잘 사는 나라였다. 하지만, ‘잘 산다는 이유로 파병을 할 수 있을까?’ 여기에는 에티오피아 셀라시에 황제의 결의와 아픈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에티오피아는 1935년 이탈리아의 침공을 받고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다. 그로인해 27만명의 에티오피아인이 피살되었고 결국 식민지가 되고 말았다. 이후 이들은 계속 투쟁해 1941년에 기적적으로 독립을 하게 된다. 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 도움을 받지 못한 설움을 잘아는 셀라시에 황제는 UN의 파병요청에 흔쾌히 한국에 병력을 보내게 된다.

병력도 일반 병사가 아닌 에티오피아 최정예부대라 할 수 있는 황제직속의 제1근위 사단에서 지원자를 모아 파병을 한다. 부대의 이름을 ‘강뉴대대(Kagnew Battalion)’라는 칭호를 내린다. 강뉴의 뜻은 ‘적을 초전에 격파하다’ 또는 ‘혼돈에서 질서를 확립하다’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셀라시에 황제는 “침략군을 격파하고 한반도에 평화와 질서를 확립하고 돌아오라. 그리고 이길 때까지 싸워라, 그렇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싸워라”라고 훈시한다. 연인원 6000여 명을 파병한 걍뉴부대는 1951년 5월 7일 부산에 도착하여 5월 첫 전투에 투입된다. 1953년 7월 27일 정전이 선언될 때까지 총 253전 253승 무패의 기록을 세운다. 역사상 전쟁에서 이런 전승기록은 없다. 에티오피아는 참전 16개국 중 유일하게 포로가 없다. 동료가 포로로 잡혀가면 끝까지 추적하여 동료를 구해냈고, 121명의 전사자와 536명의 부상자가 있었는데도 단 한구의 미 수습 시신이 없었고 전원 본국으로 송환했다.

정전 후에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반도의 평화와 질서를 확립하고 돌아오라’는 황제의 명에 따라 1956년까지 한국의 재건사업을 도와주고 본국으로 귀환한다. 귀환 후 호국영웅으로 칭호를 받지만 1974년 군부 쿠데타를 일으킨 공산주의 정권은 북한군과 싸웠다는 이유로 참전용사들의 재산을 몰수했다. 배급과 자녀교육, 직업을 가질 수 없는 처지에 놓여 그야말로 인간이하의 생활을 해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1991년 멩기스투 공산정권이 붕괴되고 다시 민주정부가 세워졌지만 국토는 극심한 사막화로 작물 하나 심을 수 없는 땅이 되고 긴 공산정권의 속에 경제를 일으킬 수 없는 사회가 됐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는 에티오피아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 자신도 살아가면서 에티피아인들을 만날 기회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 분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기억 하는 것이 이 분들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피부색, 언어, 사는 기후도 다르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형제의 나라’ 에티오피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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