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바친 6·25참전 학도병을 추모합니다
청춘 바친 6·25참전 학도병을 추모합니다
  • 임명진
  • 승인 2019.06.24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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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군사훈련만 받고 전장으로…진주 학도병 152명 명비로 남아
6·25 기념일을 하루 앞둔 24일 오후에 찾은 진주시 청소년수련관. 농구장 한 켠에는 ‘진주 6.25참전 학도병 명비’가 서 있다. 거창하게 꾸민 장소는 아니지만 진주출신의 학도병 152명의 명단과 출신학교들이 정성껏 새겨져 있다.

당시 진주의 명문학교로 이름높았던 진주농고(현 경남과기대), 진주고, 진주사범학교(현 진주교대) 학생들은 1950년 6월25일 북한군의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하자 자원입대했다.

기념비에는 ‘6.25참전 학도병은 1950년 전쟁이 발발하자 학생의 신분으로 기본적인 군사훈련만 받은 채 전장에 투입되었습니다. 열악한 여건 때문에 군복 대신 교복을 입고, 철모 대신 교모를 쓰고, 연필 대신 총을 들고 전장에서 싸웠습니다. 우리는 학도병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호국정신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라고 쓰여져 있다.

이 기념비는 2018년 11월 준공됐다. 3개 학교의 학도병 명단을 모두 기재하고, 전액 국비로 지원된 학도병비로는 전국 최초에 해당한다.

기념비에는 당시 학도병의 모습을 그린 조각물과 참전한 학도병의 이름이 학교별로 새겨져 있다. 비의 옆면에는 ‘구국의 열정으로 청춘을 바친 진주의 6.25참전 학도병을 추모합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

뒷면에는 학도의용병 조재섭씨가 쓴 ‘호국의 꽃’이라는 글귀가 태극기 무늬와 함께 아로 새겨져 있다.

노병(학도의용병)은 살아서 말한다.
1950년 7월 초
어느날 종례시간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의 훈시
6.25남침으로 조국이 위기를 맞았다. 너희들의 자진 입대를 권유한다고 엄숙히 말씀하셨다.
아버지는 지원을 반쯤 승낙했고, 어머니는 끝까지 만류했다.
어머님의 말씀을 뿌리친 채 국토의 최후 방어선인
낙동강 기계전투에서 교복을 입은 그대로
난생 처음 잡아보는 총을 들고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포탄 속에서
어머니를 절규하며
쓰러져 간 전우들의 사모곡을 잊을 수 없어
여기 어린 학도의용병 영령들의 나라사랑 충혼을 돌에 새긴다. 2018. 10. 학도의용병 조재섭

청소년수련관은 지역의 중·고교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장소이다. 지금 학생들은 이 학도병 명비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고등학생 김모(17)군은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학도병의 의미를 알고서는 정말 놀라웠다. 그분들도 전쟁터로 나간다는 생각은 선뜻 하기 어려운데, 그런 노력들이 있었기에 나라를 지킬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모(18)양은 “과연 그분들처럼 우리도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때 자발적으로 그렇게 할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면서 “6.25의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오고, 정말 그분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와 교육계의 지속적인 관심을 주문하는 이들도 있었다.

시민 김모(48·초전동)씨는 “이런 훌륭한 활동을 하신 분들의 업적이 정작 시민들에게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면서 “진주의 자랑인 분들인데 학교에서 탐방교육도 실시하고 제대로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현재의 위치가 농구장 골대 바로 지척에 위치해 있어 더 주의깊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어느덧 6·25전쟁이 발발한지 69년째를 맞이했다. 그때의 기억과 흔적은 점차 사라져 가고 있지만 나라를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버린 학도병의 의기만큼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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