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 통일 찬반토론 수업
[경일춘추] 통일 찬반토론 수업
  • 경남일보
  • 승인 2019.06.2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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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주(초등교육 코칭연구소장)
조문주
조문주

필자는 오랫동안 도덕교과를 지도하면서 통일수업을 진행해왔다. 통일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많아서 찬반토론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통일을 찬성하는 이유와 반대하는 이유를 말해볼까요?”

전 학년에 통일수업을 해봐도 대답은 비슷하다. 솔직하게 의견을 말해보라고 허용하면 통일을 많은 아이들이 통일을 반대하는 속마음을 용기내어 말한다. “북한이 가난해서 우리가 먹여 살려야 하잖아요. 그러면 우리도 가난해진단 말이에요”, “통일 되면 대통령도 다시 뽑아야하고 돈도 새로 만들어야하니 귀찮아요.”

6학년 학급에서도 평균 5~6명의 학생들이 통일을 반대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기에 찬반토론수업을 하게 된다. 북한의 참혹한 실상이나 인권문제 등을 이야기 하면 통일을 해서 돕겠다는 생각보다 그런 사람들과는 친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북한말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의사소통도 잘 되지 않아서 통일을 반대한다거나, 북한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기가 어려울듯하다고도 한다.

“통일이 되면 남자들이 군대를 꼭 가지 않아도 됩니다”, “일자리도 많이 생깁니다”, “남한의 기술력과 북한의 지하자원이 만나면 부자가 됩니다” 이 정도의 찬성 의견이 나오면 반대의견이 조금씩 찬성 쪽으로 돌아서기도 한다. ‘6·25 전쟁’의 참상을 들려주면 반드시 평화통일을 해야 한다는 데에는 의견일치를 보인다. “친척이 우리 회사에 일을 하기 위해 가족들이 함께 살기로 했어요. 그런데 우리는 그 친척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어쩌죠?” 북한에 대해 얼마나 아느냐고 물으면 김정은과 핵, 가난하다, 북한말이 낯설다 정도의 답변이 나온다. 북한의 정식 이름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는 아이들이다. 컴퓨터가 있고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으며 데이트를 하는 사람도 있다 등의 내용을 ○× 퀴즈로 내면 의외로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의 솔직한 의견을 들으면서 통일교육의 방향이 어떻게 되어야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6·25전쟁을 겪은 세대와 겪지 않은 세대의 의견 차이에 대한 이해를 하지 않은 채 한 민족이니 서로 도와야한다는 교육은 막연하다. 분단된 지 70년이 될 정도로 남남으로 살아왔기에 서로 양보를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통일이 되면 어떤 이익이 서로에게 생기는지 구체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 탈북자를 이방인으로 여기지 않고 함께 살아가야할 우리의 가족이라고 말해주는 어른들이 많을 때 평화통일이 현실로 성큼 다가올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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