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대피 돕다가 다쳤는데…돌아온건 ‘무급병가’
주민 대피 돕다가 다쳤는데…돌아온건 ‘무급병가’
  • 백지영
  • 승인 2019.06.2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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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참사’ 관리사무소 당직근무 정연섭 씨
안인득 흉기에 중상 입고 산재 신청 했지만
‘얼굴 부상이어서…’ 단 하루치 휴업급여 가능
사건 떠올라 정상근무 어려워…3개월 무급병가
진주 방화·살인 참사 현장에서 중상을 입고도 주민 대피를 도운 관리사무소 직원이 휴업급여를 하루밖에 받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25일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지난 4월 17일 이 아파트에서 당직 근무를 서던 정연섭(30) 주임은 당시 현장에서 안인득이 휘두른 흉기에 얼굴을 크게 다쳤다.

정씨는 안인득이 지른 불에 화재 수신기가 작동하자 해당 층에 올라가 상황을 파악하고 곧바로 화재 출동 신고를 했다. 이때 갑자기 안인득이 나타나 정씨의 얼굴에 흉기를 휘두르고 사라졌다.

정씨는 피가 흐르는 상처 부위를 부여잡고 다른 주민들의 대피를 도왔다. 출동한 구급대원에게 다른 부상자를 우선 수송해달라고 요청한 후 마지막으로 응급차에 올랐다.

이 사고로 정씨는 좌측 광대뼈 골절과 내부 신경 손상을 입어 상해 36일 진단을 받았다. 얼굴 안쪽에 핀을 박아둔 정 씨는 얼굴 오른쪽으로만 겨우 식사가 가능하다. 넉 달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사 소견에 따라 산재보험의 휴업급여를 신청해봤지만 다친 부위가 얼굴이라는 이유로 단 1일 치만 지급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정씨에게 ‘얼굴만 다쳤을뿐 손발은 다 움직이니 근무에는 지장이 없다’며 휴업급여 지급 기간을 단 하루로 산정했다.

정씨는 2주간의 입원을 거쳐 통원 치료를 다니다 더는 소득 없이 버티긴 힘든 상황이 되자 6월부터 다시 아파트로 출근했다.

더 큰 문제는 재출근 이후 발생했다. 정씨는 “참사가 났던 동에 전기 업무를 보러 방문한 이후 경기가 나기 시작했다”며 “아파트가 지진이 나 기울어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종일 정신이 멍한 상태”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의사는 그에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판정을 내렸다.

지난 3월부터 이 아파트 위탁관리업체 수습 직원으로 근무해온 정씨는 7월부터 3개월간 ‘무급 병가’에 들어간다. 그의 업무는 새 직원이 맡는다. ‘무급 병가’가 종료된 후 정씨가 다시 근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정경안 아파트 관리소장은 “휴업급여를 못 받는 상황이 안타까워 정상 근무를 하지 못하더라도 출근해 월급은 과거처럼 받아갈 것을 권했는데 서로가 더 힘들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고통에 시달리는 정 씨를 주간 근무에만 투입하는 대신 타 직원들을 3교대에서 2교대로 전환하고 한 달간 버텨왔지만 참사 이후 업무량이 급증한 상태에서 이 같은 체제를 유지하는 게 더는 힘들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씨 역시 “직원들이 나 때문에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 대신 대체 인력이 들어와야 그들이 업무로 정상 복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당분간 얼굴 신경 치료와 심리 치료에 집중하기로 했다. 걱정되는 것은 경제적인 부분이다.

흉기에 찔린 얼굴 부위는 외과적 치료만 놓고 보면 산재보험과 검찰 지원금으로 충분히 받을 수 있지만, 얼굴에 짙게 새겨진 흉터 제거 비용의 경우 산재 적용이 안 돼 검찰 범죄피해자지원심의회의 결정을 기다려 봐야 한다.

7월부터 ‘무급 병가’ 처리되는 정씨에게 가장 간절한 ‘휴업급여’의 경우 24일 받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소견서까지 추가해 새로 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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