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 엿보기(6)
토박이말 엿보기(6)
  • 정희성
  • 승인 2019.06.26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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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란비, 불볕더위, 무더위
여름으로 가득할 거라고 했던 온여름달 6월의 끝자락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여름다운 날씨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해마다 이 무렵 찾아오는 장마가 왔다고 하는데 또 얼마나 장마다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토박이말을 챙기는 일을 한다는 게 알려져서 그런지 저를 보면 말과 아랑곳한 것을 묻는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어떤 분이 ‘장마’는 왜 ‘장마’라고 하는지 아는지를 저한테 물었습니다. 저도 다 알고 있는 게 아니라서 똑똑히는 모르지만 요즘에 ‘장마 림’이라고 하는 한자말을 옛날에는 ‘오란비 림’이라고 새겼다고 하더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다시 말해 ‘장마’라는 말을 하기 앞에는 ‘오란비’라고 했다는 것이지요. ‘오란비’와 ‘장마’가 뜻이 같은 말이라면 ‘오란’과 ‘장’이 짝이 되고, ‘비’와 ‘마’가 짝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란’은 우리가 요즘도 쓰는 ‘오랜’과 닮아있어 ‘장’과 이어지지만 ‘마’와 ‘비’는 어떻게 이어지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장마’가 왜 ‘장마’인지 똑똑히 알지 못했지만 ‘장마’를 옛날에는 ‘오란비’라고 했다는 것을 알게 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을 수 있어서 저도 기분이 좋았던 생각이 납니다.

이제 몇 날을 지내고 나면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할 ‘더위’가 잦은 ‘더위달’, 7월입니다. 더위’하면 일기 예보에 자주 나오는 ‘폭염’이라는 말이 얼른 떠오르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날씨를 알려 주시는 분들이 ‘폭염’이라는 말을 참 자주 씁니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질 거라는 말도 자주 듣게 될 것이고, 때로는 ‘폭염경보’가 내렸다는 기별도 듣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궁금한 게 있을 때 찾아보는 말모이(사전)에서는 ‘폭염’을 ‘매우 심한 더위’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뜻풀이 아래에 ‘불볕더위’로 순화해 쓰라고 해 놓았지요. 많은 사람들이 두루 쓰는 말인 공공언어를 쉬운 말로 쓰자는 데 마다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버릇처럼 써 오던 말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은 것도 참일입니다.

그래서 누구나 알 수 있는 쉬운 말을 쓰지 않으면 안 되도록 하는 법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나라를 잃었던 때 많은 분들이 피와 땀으로 지켜 이어 주신 우리말을 그대로 지키는 것을 넘어 더욱 나아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이 쉬운 말이다 하고 알려 주고 그 말을 쓰라고 권하는 것으로 그치니 얼른 바뀌지 않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 모두가 스스로 쉬운 말을 알고 그 말을 쓰겠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위 이야기가 나온 김에 ‘불볕더위’와 뜻에서 맞서는 말인 ‘무더위’라는 말도 알고 잘 가려 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무더위’가 ‘물기를 머금은 찌는 듯한 더위’라 우리나라 여름철에 두루 어울리는 말이기는 하지만 요즘과 같은 장마철에 더 잘 어울리는 말이라고 하겠습니다.

/이창수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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