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반주했다 그만…면허 취소된 대리기사
저녁 반주했다 그만…면허 취소된 대리기사
  • 백지영
  • 승인 2019.06.2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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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단속 강화 첫날 풍경
다음날 운전 걱정하는 시민도
“0.098% 면허 취소 신고하겠습니다”, “한 번 더 불면 안 됩니까? 딱 한 번만”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 첫날인 25일 오후 7시55분께. 진주 경찰서 교통관리계 외근3팀이 벌인 음주단속에 처음 적발된 A(63)씨는 한 번 더 기회를 달라며 거듭 선처를 호소했다.

대리운전업을 하는 A씨는 이날 진주시 동성동에서 반주를 겸한 저녁을 먹고 운전대를 잡았다.

A씨는 “반주로 소주 한두 잔을 먹었을 뿐”이라며 항변했지만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98%.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수치가 나왔다. 불과 하루전이었으면 면허 정지에 그쳤을 수치다.

A씨는 “음주 단속을 강화한다는 얘기를 들었으나 그게 오늘인지는 몰랐고, 대상이 내가 될지도 몰랐다”며 허탈해했다.

반면 음주 측정 기준에 미달해 안도의 한숨을 내쉰 운전자도 있었다. 오후 8시 05분께 음주 감지기가 울려 차에서 내린 B씨는 “상갓집에 갔다가 맥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였다. 오늘부터 단속이 강화된다길래 나름대로 조심을 한다고 했다”며 경찰에게 읍소했다.

음주측정기로 검사한 결과 단속 기준치 이하의 수치가 나와 훈방조치를 받자 B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B씨는 이후 밝은 표정으로 “집이 바로 옆이니 걸어 귀가하겠다”며 차를 그대로 둔 채 집으로 향했다.

음주운전 단속이 한창인 경찰 옆으로 술에 취한 한 노인이 다가와 호통을 쳤다.

“진짜 이것 좀 하지 마이소. 안 그래도 서민들 살기 힘든데 피 빨아먹는 짓이야”

노인은 그를 말리는 경찰에게 몇 차례 더 불만 섞인 말을 내뱉고는 비틀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조용래 진주경찰서 교통관리계 외근3팀장은 “술에 취해 국민 세금 운운하며 욕을 하는 시민이 많다”면서 “시비를 걸어도 공무를 심하게 방해하지 않는 이상 묵묵히 참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응원을 하는 시민도 있다. 오후 10시 40분께, 진주시 하대동 중앙고등학교 앞으로 단속 장소를 옮긴 경찰 옆으로 50대로 보이는 여성이 수레를 끌고 다가왔다.

“음주 운전 많이 잡으소. 내 친구 남편이 음주 운전 차에 치여서 한쪽 몸이 마비됐어. 어떤 취객이 차를 몰고 있을지 몰라서 다니기가 겁나”

강화된 단속에 앞으로 술 약속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시민도 있었다.

경찰에게 아침에도 단속하는지 물은 한 남성은 “모레 저녁에 술 약속이 있다. 보통 6시 반부터 11시까지 마시는데, 그날은 대리운전 불러 집에 가겠지만 다음 날 아침에 단속에 걸리면 어떡하나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경찰이 “1차만 하는 음주문화가 좋다”고 하자 “그러면 음식 점주들이 곤란해질 것”이라고 답한 뒤 떠났다.

이날 진주경찰서 교통관리계 외근3팀이 들고 나간 음주 감지기는 자정까지 단 두차례 울렸다.

오선동 진주경찰서 교통관리계 계장은 “보통 이렇게 두 곳을 돌면 2~3명은 적발이 되는데 오늘은 저조하다. 두 번째 단속 때 70분간 그 많은 차를 검사했는데도 음주 감지조차 하나도 없었다”며 “최근 대대적인 홍보로 많은 시민이 경각심을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앞으로 두 달간 음주운전 특별단속기간으로 정하고 대대적인 단속과 음주 운전 예방 홍보에 돌입할 계획이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첫날인 25일 오후 8시께 경찰이 진주교 위에서 음주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첫날인 25일 오후 10시 30분께 경찰이 진주시 하대동 중앙고등학교 앞에서 음주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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