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의 경제이야기] 비누의 역사와 ‘대한민국 1호 비누’ 무궁화
[김흥길의 경제이야기] 비누의 역사와 ‘대한민국 1호 비누’ 무궁화
  • 경남일보
  • 승인 2019.06.3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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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비누
비누는 ‘유지가 나트륨이나 칼륨과 같은 알칼리 물질과 반응해 생성된 지방산’인 데, 이 물질의 계면활성제 기능이 때를 잘 빠지게 만든다. 계면 활성제는 물과 결합하려는 친수성과 기름과 결합하려는 친유성을 동시에 갖고 있어서 이 두 물질 사이의 표면장력을 무력화하고 두 물질의 분자가 서로 섞이도록 하는 것이다. 섬유의 올 사이에 끼어있는 지방·단백질·먼지 등으로 이뤄진 때 성분은 방망이질이나 물살과 같은 물리적인 힘으로도 떨어져 나가지만, 계면활성제를 넣으면 이것이 때의 분자들을 떼어내 쉽게 빨래가 되는 것이다. 오늘날 비누로 사용하는 지방산나트륨이 이미 1세기경부터 있었다고 한다. 당시 프랑스인들의 선조인 갈리아인들(프랑스에서는 골루와-gaulois라고 하는 골-Gaules 족들)이 짐승의 지방과 불탄 재를 원료로 하여 비누를 만들었다고 로마의 플리니우스가 쓴 ‘박물지’에 기록하고 있다.

비누를 프랑스어로는 사봉(savon), 포르투갈어에서는 사바오, 라틴어는 사포, 그리고 터키와 인도네시아서는 사분으로 쓴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북지역과 경남 일부지역에서도 노인세대에서는 비누를 사분이라고 쓴다. 그 까닭은 19세기 프랑스 신부 리델이 비누를 처음으로 들여왔는데, 빠리 외방선교회 소속 프랑스 선교사들이 경북 선산이나 구미 지역에서 선교를 하면서 비누를 사봉이라고 발음한 것을 사분으로 쓰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이 당시에 프랑스어들이 한국어에 차입되어 쓰이게 된 단어들이 사분 외에도 여럿인데, 예컨대 전부 또는 합계라는 의미의 몽땅(montant)이나 도랑도 프랑스어 탁류나 급류를 의미하는 또랑(torrent)에서 온 것이고, 본때는 선한 표본 또는 모본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봉때(bonte)에서 온 것이다.

비누를 의미하는 Soap라는 영어 단어의 어원은 고대 로마 시대 사람들이 사포(Sapo)의 언덕에서 짐승을 태워 그들의 신에게 제사를 지냈는데 이때 생긴 기름과 타다 남은 재가 섞여 강을 타고 흘러갔고 이 강가에서 빨래를 하던 여인들은 이것을 이용하면 쉽게 빨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사용하게 된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후 사람들은 사포 산의 이 물질을 비누, 곧 Soap라 부르게 된 것이다. 8세기에 들어와서 지중해 연안 특히 이탈리아(베네치아, 사보나, 제노바) 및 에스파냐(스페인)의 비누 제조업이 융성하여 사보나는 비누에 대한 라틴계의 호칭이 되었고 9세기 이래 그 지리적 위치로 말미암아 집산지로 크게 번영한 마르세유가 12세기경에 비누제조기술을 도입해 좋은 품질로 유럽의 비누업계를 석권하고 후세에 마르세유 비누(savon de Marseille)라는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중세 18세기의 비누 제조기술은 본질적으로 별다른 진보가 없었으나, 1790년 프랑스귀족의 주치의였던 르블랑(Le Blanc)이 소금과 석회석·숯을 이용해 인공 소다를 매우 싼값으로 만들어내는 발명을 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1811년에는 프랑스의 화학자 슈브뢸이 비누의 화학적 조성 성분까지 밝혀냄으로써 비누는 새로운 도약기를 맞게 되었다. 20세기 들어서는 독일의 헨켈사와 미국의 P&G사를 중심으로 대량생산체제가 갖추어 졌고, 2차 대전을 계기로 독일에서 합성세제가 개발 생산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 최초로 시판된 비누는 1947년에 주식회사 무궁화가 생산한 무궁화 비누이다. 무궁화 비누는 고 유한섭 회장이 1947년 서울 서소문동의 공장에서 제조한 국내 최초의 비누다. 이전까지는 양잿물로 집집마다 만들어 쓰거나 소규모 가내 수공업 규모로 만들던 비누가 국내 처음으로 상업화된 사례이다. 고 유한섭 회장이 작고한 이후 1980년대부터 40여 년 동안 주식회사 무궁화를 이끌어왔던 최남순 회장이 지난 24일, 향년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1950년에 동산유지,1954년에 애경유지 등이 세워져 오늘날의 비누를 생산해냈다. 1966년부터는 가루비누인 럭키의 하이타이와 애경의 크린업 등이 등장하여 세탁기 보급 확대에 힘입어 본격적인 합성세제시대를 열었지만, 무궁화 비누는 여전히 국산 빨랫비누의 대명사로 받아들여져 왔다.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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