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지방 주택시장과 앨빈 토플러의 ‘아드레날린’론
[경일시론] 지방 주택시장과 앨빈 토플러의 ‘아드레날린’론
  • 정영효
  • 승인 2019.06.3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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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객원논설위원)
정영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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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각국의 정부가 지금의 경제 위기 상황을 대처하고 있는 방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수많은 시장 주체들은 여러가지 서로 다른 질환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데 중앙정부와 경제전문가들은 다양한 질환에 대해 똑같은 처방을 내리는 의사와 같다”고 했다. 다리가 부러진 환자든, 뇌종양을 앓고 있는 환자든 상관하지 않고 모든 환자들에게 아드레날린 주사를 처방하는 의사 처럼 중앙정부 역시 경제 위기에 대해 획일적인 처방을 하는 바람에 지역 및 단위 경제 상황을 더 심각하게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아드레날린은 신체 능력을 일시적으로 향상시켜 일시적 효과는 볼 수 있으나 자주 혹은 과하게 사용하면 병은 더 악화돼 끝내는 몸이 버티지 못하는 부작용이 크다. 같은 시장이라도 각 계층별, 지역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모두 똑같은 획일적인 정책을 추진하면 그 시장은 더 심각한 상황이 된다는 게 앨빈 토플러의 ‘아드레날린’론이다.

우리나라 지방 주택시장이 앨빈 토플러의 ‘아드레날린’론 처럼 진행되고 있다. 서울 집값, 특히 서울 강남권 집값이 폭등하자, 정부는 대출 규제, 보유세 인상 등 전방위적인 부동산 대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집값 안정에 나섰다. 그런데 정부는 서울 집값 잡기에만 너무 매몰된 나머지 서울·수도권과 대도시, 지방중소도시, 농촌도시 집값 상황이 각기 다른데도 사실상 모두 같은 처방을 내리는 우를 범했다. 그 결과 서울 집값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이 발표될 때에만 잠시 주춤거렸을 뿐 전반적으로 고공행진을 했고, 특히 서울 강남권은 폭등했다. 반면 지방의 집값과 전세가는 폭락했다. 그 폭이 너무 커 지방 주택시장은 혼돈 속이다. 게다가 거래 마저 얼어 붙는 거래절벽까지 겹쳤다. 더 심각한 것은 지방 주택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는데 있다. 획일적 처방에 따른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다. 집값 및 전세가 폭락으로 깡통 전세가 속출하고, 이로 인해 임대인·임차인간 분쟁과 갈등은 극에 달한다. 종전 집이 팔리지 않아 갈아타기도 할 수 없다. 내어줄 전세금을 마련할 수 없는 집주인은 울며겨자먹기로 싼값에 집을 내놓고, 팔리지 않자, 더 싼값에 내놓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아파트 분양을 받은 중산층·서민들은 대출 규제로 인해 잔금 마련이 어려워 수천만원까지 손해를 감수하면서 분양아파트를 팔고 있다. 이 마저도 잘 팔리지 않는다. 이런 아파트를 현금부자들이 ‘줍줍’하고 있다. 주택시장이 현금부자들만의 잔치판이 되고 있다. 그 피해는 중산층·서민층에게 고스란히 돌아 온다.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은 계속 오르고, 지방 집값은 계속 하락한다. 정부의 의도는 서울 집값은 내리고, 지방 집값은 하락을 멈추고 안정화되는 것이다. 그런데 의도와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획일화된 대책을 시행한 탓이다. 획일화된 정부의 대책이 서울 집값은 오히려 더 오르게 하고, 회복되어야 할 지방 집값은 계속 하락하게 한 것이다. 부동산 대책이 서울과 지방 집값의 양극화를 더 심화시켰고, 그 피해는 중·서민층만 입었고, 내집 마련이 더 어렵게 됐다는 불만이 높다. 최근 서울 집값이 또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나올 추가 대책이 획일화된 대책일 경우 지방 주택시장을 더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지금은 전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획일적 처방 보다 계층별, 지역별로 처방을 달리하는 섬세한 핀셋 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앨빈 토플러의 ‘아드레날린’론 조언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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