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은 나의 몫
부끄러움은 나의 몫
  • 경남일보
  • 승인 2019.07.04 16: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혜정(진주여성회 대표)
여성-박혜정

얼마 전 모당 여성 당원 행사 장기자랑에서 당원의 퍼포먼스 중 하나로 바지를 내리고 속옷차림으로 엉덩이춤을 추어 논란이 되었다. 이날 함께 한 당대표는 이 장기자랑을 보고 아무런 문제 지적 없이 “더 열심히 연습해서 좋은 공연을 보여 달라”는 말을 해서 더 논란이 되었다. 그 기사 댓글에는 이런 글이 달렸다. “행사는 당이 했는데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가?” 왜 그 기사를 접하는 시민이 부끄러웠을까? 당을 위해 최선을 다한 그들이지만 그들에게는 시민들이 말하는 뭐가 부끄러운지 알아차리는 감수성이 없었다.

여성을 위한 행사를 한다면서 선정적이고 여성을 희화화한 퍼포먼스는 분명 여성을 위한 행사도 아닐뿐더러 배려와 존중과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여성단체를 비롯한 다른 정당에서는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이 당에 자성을 촉구하며 더 이상 여성을 도구로 이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아이스크림업체인 베스킨라빈스는 신제품 홍보영상에서 아동을 이용한 성적 대상화 논란이 일자 하루만에 사과문을 올리고 영상을 내렸다. 그 영상에는 맛있는거 사주고 잘해주고 싶다 등등 온갖 희롱적인 댓글이 난무했다. 참지못한 네티즌들이 사측에 항의한 결과 하루만에 광고를 내리고 사과를 한 것이다. 그 광고는 짙은 화장에 아이스크림을 먹는 입술만을 부각해서 사회가 만들어낸 여성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성적으로 대상화 했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또한 다른 나라에서 광고를 찍었을 때는 자유롭게 뛰노는 평범한 아이 모델로 그려지는데 동일모델이 우리나라 광고에서는 선정적으로 그려지는 것에 대한 이의 제기가 있었다.

화장하고 옷을 입는 것, 모델로써 활동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의도된 화장, 선정된 옷차림, 과도하게 연출된 행동, 특정한 부위를 부각시킨 촬영은 그 광고를 통해 11살짜리 아이가 받게 될 시선을 생각하니 불편하지 않을 수 없다. 뒤늦게라도 광고를 내려준 것은 부끄러움이 고스란히 광고를 보는 우리의 몫이 되지 않도록 해 주었다.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회가 위험하니 너무 노출이 심한 옷은 안된다. 어깨가 파인 옷을 입으면 쉬운 여자로 보인다.화장을 요란하게 하고 다니면 오해받는다 등등을 말한다. 심지어 성폭력, 성추행 피해자에게 짧은 치마를 입었는지, 상대방에게 추파를 던졌는지, 노골적인 시선을 보냈는지를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묻는 사회에 살고 있다. 여성이 대상화하는 데 익숙한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대상화는 광고, 모델, 일상에서도 적용된다. 모당 행사처럼 아무렇지 않게 바지를 내리고, 연예프로그램 자막엔 ‘쭉쭉빵빵’이란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하며, 여성의 몸을 희화하 하는 것이 즐겁고 유쾌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게 뭐가 문제냐”고 도리어 묻는다. 다만 부끄러움은 그것이 무엇인지 아는 자의 몫일 뿐이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것만 주목받고 빛나는 것은 아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 표현되고 존중받고 인정받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옛날부터 해 오던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니 그냥 넘어 가자고 할 것이 아니라 불편한 것은 불편하다 말하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분위기를 위해 당행사를 위해, 주목하게 하는 상품이 되는 것을 위해 불편한 것을 참아 줄 수 없다 잠시 참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제는 달라진 감수성을 인정하고 서로에게 진솔함으로 다가가야 한다. 내가 포함된 우리가 부끄럽지않는 사회를 위해 행동하자. 그 실천으로 인해 우리는 충분히 부끄럽지 않게 오늘을 살아 갈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