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복원도 어려운 의암바위 낙서
[사설] 복원도 어려운 의암바위 낙서
  • 경남일보
  • 승인 2019.07.0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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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명승지 등 바윗돌까지 못 말리는 낙서벽(落書癖)을 하는 민족 아닌가. 글자나 글은 꼭 써야 할 곳에 써야 한다. 안 될 곳에 쓰면, 아무리 고결하고 심오한 문구라 해도 그건 낙서에 불과하다. 조상들은 함부로 낙서를 하지 않았다. 경치 좋은 명승지의 바위에 새겨진 시구들도 그 경치에 합당한 문구, 그 자리에 꼭 있어야 할 문구들이다. 쓰는 사람 자신의 헛된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후손들이 경치를 보고 떠올려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기록한 것이다.

진주시의 대표적인 명소인 진주성 의암바위와 주변지역에 사람이 살았던 1970년 이전에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 낙서 흔적이 관광객·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진주성은 1963년 1월 국가지정 사적지로 지정됐다. 경남문화재자료 제8호인 촉석루와 경남기념물 제235호인 논개가 적장을 껴안고 투신한 의암 바위가 있다. 의암 바위주변엔 신원미상의 한글로 된 이름과 낙서의 흔적이 암반 곳곳에 새겨져 있다. 글씨는 돌을 팔 때 장비가 없으면 새기기 어렵다는 점에서 최근에 새긴 것이 아니다. 심지어 의암 바위에도 정체불명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우리의 관광명소 곳곳에 현대들어 바위에 흰 페인트나 정으로 이름을 새긴 낙서로 얼룩져 보기 흉하다. 일부 몰지각한 인사들에 의한 경관훼손을 보면 과연 문화시민인가를 반문케 한다. 최소한의 공중도덕조자 찾아볼 수 없고, 무질서는 말 그대로 무법천지다. 비양심적 자연경관 훼손행위는 공중도덕심 마비와 준법정신 결여 탓이 크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민단체들의 야외휴양 활동과 산책 장소에서지켜야 할 규칙을 정해놓고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서 ‘흔적 남기지 않기 운동’이다. 공중도덕이나 질서를 지키는 올바른 문화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나와 남을 위한 공동의 이익이 되는 행위이다. 진주성 의암바위와 주변의 얼룩진 낙서는 사실상 복원도 어렵다. 문화재의 가치를 훼손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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