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기(서부취재본부장)
사천에 ‘대한민국 제2공항’을 건설하자. 어쩌면 황당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라고 비아냥거릴 수 있는 얘기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다. ‘사천공항을 국제공항으로 승격하자’거나 ‘활주로를 확장하자’는 말들은 수년전부터 있었다. 그때마다 일부 사람들의 ‘존재감 과시’ 정도로 치부하고 무시해 왔다.
그런데 한술 더 떠 새로운 공항을 건설하자고 하니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제각각이다. ‘충분히 일리 있는 얘기’부터 ‘또 그 얘기냐’며 식상해하는 부류가 있다. 어느 쪽이 됐던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한 셈이다. 어떻게 이 얘기가 지역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을까. 불을 지핀 이는 송도근 사천시장이다. 그는 민선 7기 1주년 인터뷰 도중 ‘대한민국 제2공항이 사천에 건설돼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지난 달 경남과 전남 9개 시·군으로 구성된 남해안 남중권발전협의회 단체장들이 미국 연수시 잠깐 나온 말이긴 하지만 직접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천에 제2공항을 건설하자는 주장은 앞선 얘기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경남과 전남의 9개 단체장들이 한목소리로 지지를 표명하고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들이 생색이나 내자고 이 같은 말을 내뱉진 않았을 것이기에, 무게감은 배가되고 있다.
이들이 대한민국 제2공항이 사천에 건설돼야 한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동남권 신공항 건설계획이 PK와 TK의 첨예한 대립으로 수년 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막대한 건설비용과 효율성도 낙제점에 가깝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가덕도나 김해는 부산과 대구 등 약 1000만 명이 이용하는 지역공항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어, 광주를 비롯한 전라도 지역의 이용률이 현저히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대도시를 거쳐야 하는 문제점으로 인해 도로건설 등 최소 2~3조의 인프라 비용이 추가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천은 이들 지역에 비해 엄청난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별한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더라도 PK, TK, 울산 등 5개 광역자치단체는 물론 대전과 충청 일부, 광주를 포함한 호남까지 1700만 명 이상 이용이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이는 한두 시간이면 접근이 충분한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100만평이 넘는 바다를 매립해 발생하는 기상 이변은 예측하기 불가능하지만 사천은 지리산과 금오산, 와룡산 등에 둘러싸여 어떤 지역보다 자연재해에 안전하다. 무엇보다 공사비가 50% 정도 절감될 것으로 예상돼 저렴한 건설비용도 구미가 당기는 요인 중 하나이다.
이유는 또 있다. 사천은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의 핵심이다. KAI를 중심으로 항공MRO사업과 우주센터 등 미래 핵심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이들 산업이 활성화되려면 군사시설인 활주로를 사용해야 하는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성공할 수 있다. 이미 사천시는 대한민국 제2국제공항 건설을 위해 기본 구상을 마쳤다. 3훈련비행단이 사용 중인 사천공항은 그대로 두고 서포면 일대에 별도의 공항을 만드는 ‘원 레인’안과, 3훈련비행단과 합쳐 ‘투레인’으로 건설하는 방안이다. 사천에 제2공항이 건설된다면 지역균형발전은 물론 영호남 화합과 상생을 넘어, 갈수록 격해지고 있는 PK와 TK의 지역감정도 차단할 수 있다.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뒤바뀌는 선심성 정책이 아니라 진정 모두를 위한 가장 합리적 대안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국토부는 첨단기술 및 항공 산업 성장 등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제6차 공항개발종합계획’ 수립에 착수했다고 한다. 저마다의 계산법에 묶여 표류하는 신공항 예정지를 배제하고, 늦더라도 사천에 건설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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