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 같은 인생사
고목 같은 인생사
  • 경남일보
  • 승인 2019.07.0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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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나무에게 빚지며 산다. 오래된 마을·관청은 온갖 풍상을 이겨 내고 수 백 년 동안 애환과 질곡의 역사를 간직한 채 지켜온 수호신 같은 고목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거목 중에는 매년 음력 정월초순에 제관을 미리 선임, 동제를 지내는 등 마을과 관청의 안녕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추앙을 받는 경우도 있다.

▶고목은 수백 년 이상 커야 한다. 계절마다 옷도 갈아입는다. 자연의 섭리를 잘 따르는 나무에게서 우리는 생의 이치를 배운다. 삶의 기록을 매년 몸속에 남기는 고목은 우리에게 훌륭한 벗이자, 살아 있는 과거이자 미래다. 수호목은 우리에게 여름에는 그늘을 제공하는 큰 양산을 펼쳐주고 있다.

▶고목나무의 진수는 외양만이 아니라 나이테에서 알 수 있다. 고목나무 밑은 알림방, 세상 장소 등 진정한 소통의 장소다. 기나긴 세월 동안 지킴이로 살아온 나무는 원치 않아도 수많은 세상살이에 얽혀들기 마련이다.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겪었던 사연들도 많을 것이다.

▶진주성 호국사 앞 광장의 수령 600년 된 느티나무가 갑자기 쓰러졌다. 지난달 18일 낮 12시 10분께 호국사 앞 광장의 고목이 무성한 숲의 무게로 갑자기 큰 굉음과 함께 성 밖으로 쓰러져 성벽·외부계단·매표소를 덮쳤다. 겉으론 속이 빈 고사목인지 잘 몰랐지만 완전히 비어 있었다. 인생사도 나이가 들면 고목나무 같아 언제 생을 마감할지 누구도 모른다.
 
이수기·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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