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경남도의 ‘경전선 KTX 증편 운행 건의’ 타당하다
[아침논단] 경남도의 ‘경전선 KTX 증편 운행 건의’ 타당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07.0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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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경(경상대학교 총장)
이상경 총장
이상경 총장

‘기차’, ‘열차’라는 말에는 추억과 낭만이 깃들어 있다. 기차를 타면 꼭 김밥과 달걀과 사이다를 사 먹었다. 밤새도록 달려 목포역에 내렸는데 너무 이른 시간이라 갈 곳이 없어 역광장에 앉아 망연자실한 적도 있다. 진주에서 출발하여 섬진강을 지나면 손님들의 말투가 바뀌는 희한한 경험도 했다. 지금은 ‘기차’라는 말은 잘 쓰지 않는다. ‘케이티엑스(KTX)’라는 말이 기차를 몰아낸 지 오래됐다.

KTX가 대세를 이룬 건 기술이 그만큼 발전해 왔다는 뜻이다. 이를 다르게 말하자면, 우리 국민들은 장소ㆍ위치 이동을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KTX가 그 욕구를 충실히 실현해 주고 있다는 뜻이다. 진주에서 서울까지 5시간 30분 걸리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3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비행기, 버스, 기차 모두 교통 혁명을 이룬 주역들이면서도 서로 경쟁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 보자면 비행기, 버스, 기차가 각각 다른 교통수단으로 인식된다. 이용하는 형편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경상남도가 ‘경전선 KTX 증편 및 수서발 SRT 운행 공동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한 건 타당성이 있다. 경상남도는 지난 3월초 경남도내 경전선권역 중 KTX가 정차하는 지자체인 창원시, 진주시, 김해시, 밀양시와 공동으로 현재 창원 기준 하루 28회 운행하는 KTX를 36회 이상으로 증편하고, SRT를 경전선에 운행할 것을 요구하는 공동건의문을 채택해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경남도는 다시 5월 16일 국토교통부와 KDI를 방문해 ‘도내 경전선 구간에 KTX 8회 이상 증편과 경전선 SRT 신설 운행’을 건의했다. 그만큼 도민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진주역을 기준으로 보면, 2018년 KTX 승하차 인원은 31만 6000여 명이다. 단순 비교하면 진주시 인구 34만여 명의 90%를 넘는 훌쩍 넘는 사람이 한 해 동안 KTX를 이용한 것이다. 현재 진주역에는 주중에는 10회, 주말에는 14회 운행하고 있다. 창원권역(마산역, 창원역, 창원중앙역) 기준으로는 2018년 한 해 KTX를 이용한 승객이 267만 4000여 명에 이른다.

경전선 KTX 이용객은 2014년 264만 명에서 2018년 344만 명으로 매년 20만 명(연평균 6.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하루 평균 1만 2000여 명이 이용하는 것으로, 경남도민과 경남 방문객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떠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X 운행 횟수는 부족하여 주말 혼잡도가 114%에 이르고 입석까지 매진되는 실정이다.

외국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외국인 학자들이 KTX를 타고 진주까지 오는 일은 이제 흔한 일상이 되었다. 창원, 순천에서 경상대에, 또는 그 반대로 등하교하는 학생도 만만찮다. 그렇지만 시간대가 맞지 않아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열차 여행에 익숙한 사람에게 비행기나 버스를 이용하라고 할 수 없다. SRT의 경우 당장 경전선에 투입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그렇다면 KTX를 서울을 거쳐 수서까지 연장 운행하면 SRT를 운행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노릴 수 있겠다. 그보다 급선무는 경남도내 KTX의 운행 횟수를 경남도의 요청대로 늘리는 것이 정답에 가깝다.

전국이 일일생활권이 된 지 30년 이상 지났다. 모든 국민이 자기가 원하는 곳을 여러 가지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편리하게 이동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경남지역만 유독 교통의 편리함을 누리지 못한다면, 이것은 정부 당국의 안이한 인식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특정 지역만 불평등과 불이익을 감수하라고 하는 건 하나의 폭력이다. 무엇보다 경전선(慶全線)이 갖는 의미를 생각한다면 심사숙고하여 현명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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