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유죄인데 왜 석방되는가, 집행유예 제도
[법률칼럼] 유죄인데 왜 석방되는가, 집행유예 제도
  • 경남일보
  • 승인 2019.07.0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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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준(변호사·바른숲법률사무소)

오동준변호사



최근 한 연예인이 마약 투약 혐의로 기소되었다가 징역 10월을 선고 받았으나 집행유예로 풀려나기도 했고, 누구나 다 알만한 기업의 총수 일가 모녀도 밀수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다가 징역형을 선고 받았으나 역시 집행유예로 풀려난 사건이 연이어 있었다. 범죄를 저질렀으면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고, 법관이 형사재판을 거쳐 징역형을 선고하기도 했는데,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한다니, 대체 무슨 제도일까?

집행유예는 일단 피고인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상응하는 형벌까지 선고하는 것이지만, 여러 사정들을 참작하여 즉시 형벌을 집행하지는 않고, 일정한 기간 동안 법관이 부가한 조건을 잘 지키고, 다른 죄를 짓지 않는다면 형벌 선고를 없었던 것처럼 만들어주는 제도이다.(형법 제62조) 형벌을 선고하기는 하였으나, 그 집행을 조건부로 미루는 제도이기 때문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피고인은 징역형을 살지 않아도 되고,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은 피고인 역시 집행유예를 받게 되면 무죄판결을 받은 것처럼 즉시 석방되도록 정하고 있다. (형소법 제331조) 이러한 효과 때문에 ‘집행유예’라는 말을 들으면 곧바로 ‘무죄’ 판결을 받아서 풀려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이때 ‘여러 사정들을 참작’한다는 것은 피고인의 연령이나 지능, 생활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나 수단, 결과, 범행 후에 피고인의 행동이나 자세 등을 말하는 것으로 실제로 이러한 기준은 형벌의 종류와 양을 결정하는 사유들(양형기준)과 일치한다.

집행유예는 아무 판결에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닌데, 우선 유죄 판결 중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만 가능하고, 그 이상의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능하다.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기간은 1년 이상 5년 이하인데, 이 기간 동안 법관이 부가한 조건(사회봉사명령, 수강 명령 등)을 잘 이행하고, 추가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아 집행유예가 취소되지 않는다면, 기존에 선고되었던 유죄판결의 형의 선고가 효력을 잃게 되어, 피고인은 벌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다만 법관이 부가한 조건을 어기거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에는 기존 집행유예가 실효되거나 취소되어 이후 유예되었던 벌을 그대로 다시 받게 된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하고, 죄를 범했다면 그 죄에 걸맞는 벌을 받아야 되는 것이고, 그 벌은 재판이 확정되는 즉시 집행이 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사람이 살아가면서 예상치 못한 사정으로 인해 우발적인 범죄를 저지르거나, 누구나 할 수 있는 가벼운 실수에 의한 범죄도 있을 수 있고, 단순히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만으로는 알 수 없는 범죄를 둘러싼 수많은 사정들이 있을 것인데, 기계적으로 법을 적용하여 징역형과 같은 무거운 벌을 내린다면 그 역시 사람의 행복을 위해 만든 법이 그 목적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전과자가 받는 취급이나, 징역형을 살고 나온 범죄자들의 재범률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비교적 경미한 범죄의 초범이나 깊이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는 범인의 재범방지와 교화 가능성을 위해 집행유예 제도가 꼭 필요한 제도라고 할 것이다.

다만 항상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집행유예를 결정하는 법관의 재량이 광범위하게 인정되는 만큼 그 결정도 공평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이유가 국민들의 법 감정의 눈높이에서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문구가 아직도 낯설지 않을 것이다. 집행유예 제도가 억울한 피고인의 사정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만큼 그에 따라 공평하게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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