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대학자 정여창 정신 깃든 남계서원
조선 대학자 정여창 정신 깃든 남계서원
  • 정희성
  • 승인 2019.07.07 18: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552년 창건·1566년 남계로 사액
한국서원 독창적 배치 형식 근간
임진왜란 때 경남 의병활동 주도
이번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함양 남계서원은 함양군 수동면 원평리에 있는 조선시대때 두 번째로 세워진 서원이다. 서원은 공립학교인 향교(鄕校)와 달리 지방 지식인이 설립한 사립학교로, 성리학 가치에 부합하는 지식인을 양성하고 지역을 대표하는 성리학자를 사표(師表)로 삼아 배향했다.

남계서원은 조선 전기 사림파의 대표적 학자인 일두 정여창(鄭汝昌)의 학덕을 기리고 그를 추모하기 위해 이 고을의 유생 개암 강익(姜翼)을 중심으로 30여 명의 선비들이 1552년(명종 7년)에 창건해 위패를 모셨고 이후 1566년(명종 21년)에 ‘남계(藍溪)’라고 사액(賜額)됐다.

정여창은 함양 출신 사림으로 16세기 전반 중앙 정계에 관료로 진출한 인물이다. 조선 전기 사림파의 대표적인 학자로서 일찍이 지리산에 들어가 5경(五經)과 성리학을 연구했다. 1490년(성종 21) 효행과 학식으로 천거돼 소격서참봉에 임명됐으나 거절하고 나가지 않았다. 같은 해 과거에 급제해 관직에 나간 후 예문관검열·세자시강원설서·안음현감 등을 역임했다. 그는 유학적인 이상사회, 즉 인정이 보편화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먼저 치자(治者)의 도덕적 의지가 확립돼야 한다고 보았다.

정여창은 이를 바탕으로 당시의 집권세력이었던 훈구파를 공격했다. 그 역시 스스로 성인을 공언해 이러한 사명의 담지자(擔持者:생명이나 이념 따위를 맡아 지키는 사람)로 자처했고 결국은 무오사화에 연루돼 죽었다.

저서는 무오사화 때 소각돼 대부분이 없어지고 정구(鄭逑)가 엮은 ‘문헌공실기 文獻公實記’에 일부가 전하며, 1920년 후손이 유문을 엮어 만든 ‘일두유집’이 있다. 중종대에 우의정에 추증됐으며, 1610년(광해군 10) 조광조·이언적·이황 등과 함께 5현(五賢)의 한 사람으로 문묘에 배향됐다.

남계서원은 16세기 후반 일본의 침입에 대해 경남의 의병활동을 주도해 1597년(선조 30년) 정유재란으로 일본군에 의해 불에 탔으나 1603년 함양지역 사림들에 의해 인근 수동면 우명리 구라마을로 옮겨 재건된 뒤 1612년 옛터인 현재 위치에 중건됐다.

이후 경남의 서원들과 사림 중심 거점으로 발전해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19세기까지 훼철되지 않은 경남 유일의 서원이다. 1974년 경남 유형문화재 제91호로 지정된 후 2009년 사적 제499호로 지정됐다. 전체 면적은 4810㎡다.

남계서원은 전면에 들판이 조성된 탁 트인 경사지에 입지하고 있어 남계까지 이어지는 들판을 감상할 수 있다. 경사지의 지형조건을 활용해 제향-강학-교류와 유식이라는 서원의 배치 정형을 최초로 제시해 한국서원의 독창적 건축 배치 형식의 근간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한국 서원의 운영과 건축배치의 전형을 구축한 서원으로 이후 건립되는 많은 서원들의 기준이 되기도 했다.

경내 건물로는 사우(祠宇)·전사청(典祀廳)·명성당(明誠堂)·양정재(養正齋)·보인재(輔仁齋)·애련헌(愛蓮軒)·영매헌(詠梅軒)·풍영루(風詠樓)·묘정비각(廟庭碑閣)·고직사(庫直舍) 등이 있다. 사우에는 정여창을 주벽(主壁)으로 해 좌우에 정온과 강익의 위패가 봉안돼 있다. 명성당은 강당으로 중앙의 마루와 양쪽 협실로 되어 있는데, 왼쪽 협실은 거경재(居敬齋), 오른쪽 협실은 집의재(集義齋)라 하며, 유림의 회합 및 학문의 강론 장소 등으로 사용됐다. 동재(東齋)인 양정재와 서재(西齋)인 보인재에는 각각 연못과 애련헌·영매헌이 있다.

안병명기자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서원’ 중 함양 남계서원의 전경.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