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세대가 저지른 잘못을 현 세대가 사죄해야 하는가?
앞선 세대가 저지른 잘못을 현 세대가 사죄해야 하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19.07.0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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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일건(동산작은도서관 사회복지사)
고일건 사회복지사
고일건 사회복지사

일본 오사카에서 6월 28, 29일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한일 정상회담은 무산되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양국 관계는 급속히 얼어 붙어 가장 가까운 나라에 있으면서 정상회담을 갖지 못했다.

위안부와 징용 피해자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자행된 만행과 관련이 있다.

일본은 전쟁에서 저지른 만행을 사죄하는데 인색하다. 1930~1940년대에 일본군은 한국과 다른 아시아 국가의 여성과 여자아이들을 강제로 끌어가 성 노예로 이용했다. 그러나 2007년에 아베 신조 일본총리는 부모세대가 한 잘못을 우리 세대는 책임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누구나 자신이 속해 있는 가족, 부족, 나라의 과거에서 다양한 빚, 유산, 적절한 기대와 의무를 물려받는다.

독일은 유대인 대학살 책임을 인정해 생존자와 이스라엘을 상대로 수백억 달러 상당의 배상금을 지출했다. 지난 수년 동안 독일 정치 지도자들은 공개 사죄하면서, 나치에 대한 책임을 다양한 모습, 즉 “도덕적, 물질적 보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2000년에는 요하네스라우 독일 대통령이 이스라엘 국회 연설에서 유대인 대학살을 사죄하고, “독일인이 한 일을 용서해 달라고”했다.

2017년 7월 경기도 광주 위안부 할머니들이 지내는 나눔의 집을 방문한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할머니들 생전에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배상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총리 재임기간인 1998년부터 2005년 독일 주변국에게 과거사 사과와 배상을 행동으로 옮긴 사람이다.

과거 강제노동자로 부역했던 폴란드인들과 체코인들에게 보상금을 송금했으며, 폴란드인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했다. 몇 년 전에 일본을 방문한 메르켈 총리도 아사이신문사에서 강연을 하면서 사죄는 한 번으로 끝나면 안 되고 여러 번 반복해서 해야만 된다고 했다. 이들은 끝까지 일관되게 책임을 행동으로 보인 사람들이다.

앞선 세대가 저지른 잘못을 현 세대가 사과와 보상할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역사와 전통에 애국적 자부심을 느끼기는 어렵다. 내 나라의 과거를 현재로 끄집어내 도덕적 부채를 해결할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내 나라와 역사에 진정한 자부심을 느낄 수 없다. 내 나라가 저지른 과거의 잘못을 보상하는 일은 내 나라에 충성하는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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