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바다에 감성을 묻다(7)고성 자란마루길
쪽빛바다에 감성을 묻다(7)고성 자란마루길
  • 박도준
  • 승인 2019.07.09 0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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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은 발자국을 남기고 사람은 그 때를 상상한다
코스:고성 상족암공원~하일면 학림리(9.7㎞)
오션뷰 전망대:고성공룡박물관 전망대, 자란도를 바라보는 벤치
명소:공룡박물관, 상족암군립공원, 동화어촌체험마을
문의:상족암군립공원 055-670-4461

지구상에서 사라진 공룡이 국내 최초로 그 족적을 드러낸 곳이 바로 고성이다. 공룡은 2억 3000만 년 전 처음 모습을 드러낸 후 약 1억 6500만 년 동안 육지의 지배자로 군림하다 백악기가 끝남과 동시에 멸종하고 말았다. 고성군 14개 읍면 가운데 10개 면에서 5000점 안팎의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돼 사라진 공룡시대를 그려볼 수 있다. 고성은 지금도 온화한 기후와 천혜의 자연경관이 어우러져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지만 2억년 전 공룡들이 살기 좋았던 모양이다. 고성의 화석산지는 세계 3대 공룡발자국 화석지로 꼽힌다. 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해식동굴과 주상절리의 기암괴석, 점점이 바다 위를 수놓은 섬들이 풍광을 더해준다. 태고 적 신비가 살아 숨 쉬는 이번 코스는 공룡테마를 만나는 고즈넉한 여행길이 된다.

 
 
자란마루길은 ‘공룡의 나라’ 고성 이미지에 맞게 공룡들의 생활 터전과 놀이터였던 상족암군립공원일대에서 출발한다. 먼저 고성공룡박물관을 찾았다. 국내 최초의 공룡전문박물관인 이 곳은 어린이들과 일반인들이 공룡화석을 흥미롭게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다.

주차장에서 박물관 입구로 올라서자 랩터 무리가 브라키오사사우루스를 공격하는 모습이 영화속 장면처럼 묘사되어 있다. 이어 세계최대 24m의 대형 공룡탑이 보인다. 전망대에 서니 병풍바위와 안장도, 사량도, 욕지도, 수우도까지 눈에 들어온다. 박물관에는 고성에서 발견된 공룡발자국 종류와 형태들이 전시돼어 있다. 공룡 화석들을 만나고 체험하는 동안 백악기로 시간여행을 떠나본다.

공룡공원을 들어서자 람베오사우루스가 고개를 내밀고 방문객들을 맞는다. 야외에는 20여 조류의 공룡들이 실외에 전시되고 있다.

 
상족암 가는 길, 청소년수련원 앞 해변은 납작한 자갈돌로 이뤄져 있다. 탑을 쌓기 제격이라 누구나 주저앉아 탑을 쌓아보게 된다.
바다와 섬들을 조망하면서 공룡화석지를 찾아 상족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섰다. 해안가에는 수백 명이 한꺼번에 앉아도 될 만한 반석이 펼쳐져 있고 신혼부부를 비롯한 사람들이 기념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다.

상족암을 멀리서 보니 밥상 다리를 닮았다. 민간에서는 사람 발자국이 여럿 있다고 해서 쌍발이라 불린다. 상족암 해식동굴에는 침식작용에 의해 생긴 세숫대야 크기의 구덩이가 있는데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하고 갔다는 전설이 있다. 가파른 데크길을 올라와 해안을 따라 가면 발자국 화석지를 만날 수 있다. 덕명리 공룡과 새발자국 화석산지다. 이 화석산지는 제전마을, 실바위 해안선을 따라 약 6㎞에 걸쳐 초식공룡, 육식공룡, 익룡 발자국이 2000여 개가 발견되었다고 적혀 있다. 암반 위에 선명하게 찍힌 공룡발자국 너머로 병풍절리 바위가 손에 잡힐 듯이 다가왔다.

 
해안 바위에는 1억년전 공룡의 흔적이 뚜렷하다.
트래킹을 하려면 덕명마을에서 맥전포항까지 4㎞에 걸쳐 데크길로 조성된 상족암공룡길을 이용하면 된다. 곳곳에 공룡발자국화석을 만날 수 있다. 공룡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 중에 하나가 병풍바위이다. 주상절리로 이루어진 병풍바위는 길쭉한 석상들이 병풍처럼 세워져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아찔한 병품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노을은 환상적이다.

회귀하여 차를 타고 멸치가공으로 유명한 맥전포항으로 향했다. 400m가 넘는 서방파제와 200m의 동방파제가 있어 선박의 휴식처로 안성맞춤이다. 크고 작은 선박들이 접안되어 있는 해안가로 거북선을 닮은 놀이시설과 휴식공간들이 잘 조성되어 있다. 멸치산지거점유통센터 인근에는 멸치를 말리는 기구들이 수북이 쌓여 있고 어망들이 널려 있다.

 
소을비포성은 동화마을 해안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망루 하나가 남아 있다. 성곽 안쪽으로 군데군데 집터가 남아 성지를 알려준다.
소을비포성을 찾아가는 길에 ‘아름다운 포구’라고 적힌 동화어촌체험마을 상징탑이 조약돌로 단아하게 지어져 길을 안내한다. 고개를 돌리니 소을비포성이 내려 보고 있다. 성문 뒤쪽 돌계단을 올라갔다. 작은 성문을 통과하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고’ 띠풀과 토끼풀 그리고 망초만이 무성하게 성안을 지키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함대가 옥포해전 출전 시 일박을 했다는 성벽을 밟으며 북쪽 성문망루에 오르자 좌이산이 이순신 장군처럼 내려다 보고 있다. 임진왜란을 잊은 듯 갯벌 바지락체험으로 알려진 동화마을은 평온하기만 하다.
 
 
U턴해 골고개를 넘어 서면 부경대 수산과학기술센터 위쪽에 쉼터가 하나 나온다. 이번 코스에서 가장 환상적인 조망권이다. 육섬, 자란도, 목섬 등이 바다 위에 떠 있고 자란만의 품안에서 하얀 부표들이 나뭇가지 사이로 액자 속 명품 사진처럼 보인다. 지친 여독을 풀고 바다를 오른쪽에 끼고 달리면 육섬이 나오고 산 아래 평촌이 보인다. 학림권역은 농촌, 어촌, 과수원 등 농어촌 복합마을이다. 죽섬, 솔섬, 정여 등 작은 섬들이 육지에 바짝 붙어 있어 손을 뻗으면 잡힐 듯해 아기자기한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송천 갈대밭을 지나 임포항에 다다랐다. 한산한 횟집촌 임포마을을 들어서니 어민들이 어구를 수선하고 있다.
 
자란마루길을 조금 벗어나 고성군의 명소 학림마을 옛 담장길이 있다.
고성군수협 하일지점 위판장에서 어촌 풍경을 눈에 담다가 학림마을 옛담장을 찾았다. 마을에 들어서자 납작한 돌로 쌓아올린 담장이 줄지어 방문객을 반긴다. 마치 상족암에서 봤던 퇴적암의 층층단애를 담장에 갖다 놓은 듯 했다. 담장 위에는 납작한 돌을 얹어 마무리했다. 300년 된 이 길을 따라 걷자니 돌과 황토를 층층이 바르고 쌓아 만든 옛 담장이 나왔다. 또 담쟁이넝쿨이 돌담을 타고 추상화를 그리고 있다. 마치 옛 고향에라도 온 듯 시간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돌담길은 2.3㎞가 이어진다. 최씨종가 한옥마을에서 반가운 이름을 만났다. 경남일보 사장을 지낸 아천 최재호 선생의 생가라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선생의 올곧은 정신을 닮은 듯 고송이 담 안에서 지키고 서있다. 대대손손 한 장 한 장 담장을 쌓아 올려왔듯 느릿느릿 걸으며 옛것이 정겹다는 느림의 미학에 빠져보기 좋은 곳이다.
 
 
바닷길을 벗어난 김에 갈모봉산림욕장에서 힐링을 한다. 한창 녹음이 무르 익은 계절이라 눈이 절로 즐거워진다.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박보검과 김유정이 거닐던 장산숲 수련연못을 빼 놓고 갈 순 없겠다. 달달한 대사를 읊어줄 연인이 함께라면 마음도 한결 즐거워질 자란마루길이다.

글·사진=박도준·김지원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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