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항과 투신’ 갈등하다 극단적 선택
‘투항과 투신’ 갈등하다 극단적 선택
  • 김종환 기자
  • 승인 2019.07.09 2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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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전처 회사 사장 살해범
14시간 40분간 대치 끝 투신
범행 사전계획…“동선 짰다”
휴대전화에 끼운 유서 투척도
속보=거제시 옥포 1동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한(본보 9일 4면 보도) 뒤, 아파트 옥상으로 달아난 40대 남성이 경찰과 밤샘 대치 끝에 투신해 사망하는 참극이 발생했다.

거제경찰서는 9일 40대 살인범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열고 A(45)씨가 8일 오후 2시 16분께 거제시 옥포동의 한 20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 1층 복도에서 B(57)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B씨를 숨지게 하고 범행 직후 아파트 옥상으로 달아난 뒤 출동한 경찰특공대와 밤샘 대치하다 9일 아침 투신해 사망했다고 사건 경위를 밝혔다.

브리핑에 나선 한종혁 형사과장은 “범인 A씨는 위기협상요원의 오랜 설득과정에서 투항과 투신을 갈등하다가 갑자기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전처를 상대로 지난 8일 조사한 결과 (A씨가) 숨진 건설사 사장과 (전처 간) 내연관계를 계속 의심해 왔으나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18일 오후 사건 당시 피해자 B씨는 아파트 상가 건설사 사무실 앞 1층 복도에서 흉기에 복부 등을 찔렸다. 비명을 듣고 달려온 직원(딸)에 의해 119 신고 돼 긴급히 대우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이날 오후 2시 55분께 치료 도중 과다 출혈 등으로 숨졌다.

A씨는 아파트 20층 옥상으로 도피 직후 미리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유서를 자신의 휴대폰에 끼워 지상으로 던졌다. 유서에는 ‘전처와의 문제로 인해 먼저 간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경찰이 A씨가 옥상에 있다는 아파트 주민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A씨는 이미 운동화를 벗어 땅바닥으로 던진 맨발 차림이었고 술은 전혀 마시지 않은 상태였다.

A씨는 경찰에게 전처와 만나거나 통화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한편 사전답사를 2차례 정도 했으며 범행 뒤 극단적 선택을 할 것까지 고려해 동선을 짰다고 토로했다.

옥상으로 투입된 위기협상요원은 A씨가 들려주는 개인적인 하소연과 자신의 인생사에 호응하며 적극적인 설득에 나섰으나 심리적인 불안감이 극에 달한 A씨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A씨는 14시간 40분가량 경찰과 대치한 끝에 9일 오전 6시께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투신 직전까지 흉기에 찔린 B씨의 사망 사실을 알지 못했다. 마지막에는 어느 정도 안정감을 보이며 투항하겠다는 의사까지 보였지만 투신을 막을 수는 없었다.

경찰과 거제소방서는 “아파트 주변으로 에어매트를 많이 설치했지만, A씨가 추락 과정에서 1∼2회 아파트 구조물과 충돌 후 떨어졌기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A씨가 지난해 1월 이혼 문제로 전처와 다투는 과정에서 단순폭행 사건으로 112 신고가 돼 조사를 받았으나 협의이혼 과정에서 전처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하자 불기소(공소권없음) 처분을 받았다는 내용도 밝혔다.

A씨는 수개월 전까지 조선협력사에 다니다 최근에는 별다른 일 없이 지내고 있었으며 전처는 4~5년째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피의자가 사망해 사건을 ‘공소권없음’으로 종결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범행 경위와 범인의 행적 등을 밝히기 위한 기본적인 수사는 진행할 계획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종환기자

 
경남 거제시에서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하고 고층 아파트 옥상으로 달아난 박모(45)씨가 경찰과 대치 끝에 투신한 거제시 옥포동 한 아파트 현장 주변을 119 소방대원이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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