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아이들이 겁나요
[교육칼럼]아이들이 겁나요
  • 경남일보
  • 승인 2019.07.1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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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택(前 창원교육장)
“아이들이 겁나요!”

매스컴을 통해서 보도되는 10대들의 대담하고도 흉포한 범죄 사건을 접할 때에 하는 어른들의 말이다. 아이들이 어른을 겁내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아이들을 겁내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많은 학자들은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하지 않기 때문에 청소년범죄는 갈수록 늘어갈 것이고 우리 사회의 큰 짐이 될 거라며 학교 교육의 혁신과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참여 방안을 강구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풍요로운 먹거리,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정보화기기 등 첨단산업이 만든 쾌락문화가 건강한 정신을 좀먹고, 마음만 먹으면 음란퇴폐문화에 쉽게 접속할 수 있는 사회 현상이 청소년 범죄의 증가 요인이라고 진단한다. 요즈음 아이들은 물질과 정신의 부조화가 심화되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통제가 어렵고, 참을성이 없으며 조그마한 일에도 욱하는 기질이 커져서 작은 다툼으로 끝날 일도 큰 싸움이 되는 행동특성을 들어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다.

‘아이들이 겁나요’라는 말은 같은 또래의 아이들로부터도 듣는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폭력, 왕따, 집단 괴롭힘, 금품갈취 등을 당하거나 그 모습을 지켜본 아이들이 전해주는 이야기에 부모들은 태산 같은 걱정을 한다.

‘아이들이 겁난다’는 말은 교사들도 한다. 일탈행동을 타이르거나 제재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교사에게 대드는 아이, 욕설을 하는 아이, 심지어 교사를 폭행하는 아이들까지 있다. 이런 일들이 사건화 되어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교사 자신이 짐짓 못 본 척 하기도 하고, 자신의 지도역량을 문제 삼을 수도 있어서 참을 때도 많을 것이다. 그리하여 중·고등학교에서는 생활지도 담당 업무를 기피하는 교사가 늘고, 학급 담임을 부담스러워하는 교사가 많다. 심지어 초등학교마저 고학년 담임을 선호하지 않는 교사가 적지 않다. 왕년의 학생지도담당 교사의 절대적 권위(?)는 전설이 된 지 오래라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총기 사고가 일어나는 미국의 교육을 보면서 우리나라 교육에 긍지를 느낀 적이 있었다. 이지메가 일본열도를 들썩거린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생각한 것이 엊그제 일이었다. 그러하였던 우리나라의 학교교육이 안전지대를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겁나는 아이’가 없어야 하고, 겁을 내는 아이는 더더욱 없어야 한다. 아이를 학교에 맡긴 부모마음이고, 학교가 담당해야할 준엄한 책무이다. 따라서 학교는 교육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학교 교육이 흔들리지 않게 하는 일에는 교육당국만의 노력으로는 한계에 봉착한다. 학교 단위의 적극적 교육을 활성화하도록 범정부적인 정책이 강구되어야 하고 범사회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필자가 들은 이야기이다. 어느 도시에 있는 고등학교는 동창회와 학부모, 그리고 주민들이 힘을 모아 발전기금을 조성하였다. 상당히 큰 규모의 발전기금을 전달하는 자리에서 기관단체장들과 학부모는 교장에게 “소신껏 교육하십시오. 열심히 가르치다가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저희가 돕겠습니다”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발전기금의 액수보다 ‘소신껏 교육’ 할 것과 ‘저희가 돕겠다’는 말에 필자는 크게 감동하였다. 이처럼 학교는 교육의 사명을 다하고,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 도와준다면 ‘겁나는 아이’는 설자리를 잃게 될 것이고, ‘아이들이 겁나요’라는 말은 점차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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