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만남과 그 함정(陷穽)
전략적 만남과 그 함정(陷穽)
  • 경남일보
  • 승인 2019.07.1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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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완(칼럼니스트)
2019년 6월30일, 66년 동안 미·북 간 닫혔던 선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만나자’는 트윗을 날린 지 32시간 만에 무너졌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 땅을 밟은 사상 처음의 미국 대통령이 됐다. 트럼프 각하가 분리선을 넘어서 간 것은 좋지 않은 과거를 청산하고 좋은 관계를 이어가자는 남다른 용단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2분 정도 짧은 만남이 될 수 있을 것”이라던 트럼프 대통령의 예고와 달리 두 정상의 판문점 만남은 배석자 없이 단독으로 53분 동안 진행됐다. 두 정상 간에 있었던 대화내용을 아는 사람은 통역밖에 없어 그 내용은 무덤까지 갈지 모른다. 이날 만남은 그 상징성을 빼고 나면 어떤 성과가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미·북 정상만남의 핵심은 북핵의 완전한 폐기인데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변화된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영국 처칠수상이 정상회담이란 용어를 쓴 후 단기간 내 두 정상의 만남은 세기적일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이 주장하는 “북·미간 단독정상회담을 통해, 핵관련 제재 해제·북한체제 보장·주한미군 철수”와, 트럼프의 내년 11월 재선 때 북핵 폐기를 위해 북한 땅을 최초로 밟았다는 주요 외교업적이 맞아떨어지면서 6월30일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을까를 추측할 뿐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한미연합훈련은 중지”되었고, “핵관련 제제 해제 등 3개항”은 미·북 단독정상회담을 통해 ‘핵 폐기를 일괄처리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해나가자고 지연전략’을 쓰다보면,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듯 트럼프가 재선을 위해 “완전한 핵 폐기가 아닌 핵 동결”로 결말이 날 경우 우리에겐 치명적인 전략적 함정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트럼프는 실제 이번에 “2년 전에는 한반도 상황이 안 좋았는데 내가 대통령이 된 후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하는 그 진전이 바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이다. 중재자니 운전자는 전 국민이 지켜본 대로 미·북간 정상만남 시 우리 땅에서 우리의 문제에 우리 대통령은 완전히 배제된 채 그들의 회담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문대통령이 7월2일 국무회의에서 판문점 3차 미·북 정상만남에 대해 “남북에 이어 북·미간에도 문서상의 서명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행동으로 적대관계의 종식과 새로운 평화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말씀대로 정말 이 땅에 평화가 찾아와 평양 가는 열차로 시베리아를 횡단하여 유럽을 가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각설하고, 미·소는 한반도에 38도선을 그어 분할 점령(1945년 9월)하였고, 6·25전쟁 중 우리의 반대에도 정전협정(1953년 7월27일)으로 오늘의 휴전선을 만들었다. 베트남 평화협정(1973년 1월27일, 파리)은 남베트남의 반대에도 미군이 남베트남에서 철수함으로써, 1975년 4월30일 북베트남군의 사이공 점령으로 남베트남은 이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강대국은 국익을 위해서라면 약소국의 운명 따위는 쳐다보지도 않았음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우리는 국가중대사에 관해 역사의 반면교사(反面敎師)를 거울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미·북간의 단독정상회담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면서 대한민국이 패싱당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국력을 결집하여 우리의 문제를 우리가 주도적(主導的)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늘 그 사실을 상기하며, 우리의 주권(主權)이 반영될 수 있도록 감시자가 되어 그들의 함정(陷穽)에 빠지지 않도록 심모원려(深謀遠慮)해야 할 것이다.

강태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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