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플러스(223) 밀양 북암산
명산플러스(223) 밀양 북암산
  • 최창민
  • 승인 2019.07.11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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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비경 숨겨 놓은 보물같은 산

아찔하게 솟은 암벽을 뒤로하고
포효하는 듯 울울한 '가인폭포'
수정처럼 맑고 투명한 산중호수
북암산에서 10분정도 벗어난 지점 전망대에서 바라본 문바위 모습
 
북암산에서 10분정도 벗어난 지점 전망대에서 바라본 문바위 모습


다가간 계곡에는 거대한 폭포수가 맑은 물을 쏟아내 마치 하얀 실비단을 걸쳐 놓은 듯 했다. 옆 사람 말소리가 들리지 않아 손짓 몸짓으로 소통해야할 만큼 물소리는 컸고, 쏟아진 뒤 하단에서 부딪치는 폭포수는 축제의 밤하늘에 터지는 불꽃같았다.

더 신기한 것은 폭포계곡으로 다가가자 어느 경계선을 기준으로 얼음동굴에 들어가는 것처럼 차가움이 훅 가슴에 안겼다. 등산로와 계곡사이에 온·냉을 가르는 커튼이 쳐져 있는 느낌이었다. 계곡 속의 그 물을 보면 눈이 시원해지고 그 물에 발을 담그면 흐르던 땀이 저절로 말랐다.

계곡만 있지 않다. 산허리 혹은 산 정상 곳곳에 거대한 암벽이 띠를 이루고 있는데 그 풍광이 절경이라 이를 가만히 보노라면 남몰래 지구의 심연이나 속살을 엿보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기이하고 황홀하다.

때로는 암벽이 노출된 지역으로 등산로가 나 있어 직접 다가가서 체험해 볼수도 있다. 형언할 수 없는 아찔함, 차가운 계곡만큼 싸늘하고 살 떨린다.

여름이 불러내는 계곡, 여름이 부르는 산, 가인계곡을 품고 있는 북암산이다.

북암산(해발 806m)은 밀양 산내면에 있다. 서쪽 바위이름 ‘북암’을 따 북암산이라고 한다. 인근 육화산을 비롯해 구만산이 서쪽에 있고 동쪽에 명산 억산과 운문산이 위치한다. 북암산과 직접 연결된 봉우리는 문바위와 사자바위봉, 수리봉이다.



 
북암산 오름길에 있는 암벽, 로프에 대롱대롱 매달려야한다.

 

▲등산로: 밀양 산내면 인곡마을 복지회관→인골산장→밀성박씨 묘→첫 암벽→북암산 정상→전망바위→문바위 못 미친 갈림길→전망바위→가인계곡→봉의저수지→인곡마을회관회귀. 약 8km에 휴식포함 5시간 20분소요.



▲오전 9시 50분, 느티나무 보호수가 있는 인곡마을 복지회관 앞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마을 안길을 따라 들어가면 인곡교다. 가인계곡 청정수가 봉의저수지에 모였다가 흘러내리는 여수로 교량쯤 된다. 다리를 건너서 사과 과수원 사이 길을 돌고 인골산장 앞 갈림길까지 들어간다. 왼쪽 오름길은 봉의저수지→가인계곡으로 가는 길, 오른쪽이 취재팀의 진행방향이다.

인골산장 마당 앞을 가로질러 20m정도 진행하면 왼쪽 숲속에 ‘억산 5.8㎞, 문바위 3,1㎞, 북암산 2,1㎞’를 가리키는 이정표와 함께 등산로가 나타난다.

등산로는 비교적 선명하다. 묵은 나무계단에 피어난 1년생 영지버섯이 꽃처럼 예쁘다. 한무리 풀벌레가 인기척에 놀라 폴폴 뛰어 오른다.

출발 30분 만에 큰 소나무 두 그루를 거느린 밀성박씨 묘지 앞을 지난다. 경계석 앞 휴식 후 다시 오름길, 20분 만에 움푹하게 패인 안부를 통과한다.

너덜이 발달한 안부사면에서 찬바람이 새어 나왔다.

등산로 들머리에서부터 굉음을 내며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작업을 하던 산림청 헬기소리는 안부에 들어서서야 귓전에서 멀어졌다.

이 부근에서 등산로는 길은 왼쪽으로 틀어 고도를 높인다. 초록으로 짙어가는 숲 사이로 북암산의 위용을 느낄 수 있는 회색빛 암벽이 힐끗힐끗 보인다.

전망바위에 서면 산 아래 사람들의 터전이 다가온다. 그 중 유난히 선명한 것은 강의 실루엣이다. 역동적인 동천의 동선이 인근 육화산 동창천을 닮았다.

이 강은 밀양에서 동창천과 합류해 시가지를 한 바퀴 휘돈 뒤 밀양천→낙동강으로 흘러간다.

로프가 쳐져 있는 첫 암벽에선 두 팔까지 써야 할 만큼 경사가 급하다. 나무뿌리, 돌부리 등 지형물을 잡아끌며 오르는 등반의 재미가 쏠쏠하다.

출발 1시간 30분 만에 북암산 정상에 닿는다. 사방 숲이 막혀 전망이 없다. 오래 머물 이유가 별로 없다. 북암산 최고의 조망처는 정상을 벗어나 문바위 방향으로 10분 정도 고도를 낮췄다가 다시 올라가면 나온다. 여느 산에 견줘 모자람이 없는 최고 최적의 전망처다.

사방으로 시야가 열린다. 동남쪽으로 운문산 가지산 능동산 간월산 신불산 영취산이 펼쳐지고 서쪽으로는 구만산 육화산이 손에 잡힐 듯 하다.

가장 가까운 산 마루금에 보이는 문바위, 그 오른쪽으로 능선을 따라 유장하게 흐르다 솟구친 봉우리는 수리봉이다. 이 구간은 아름다운 만큼 산세가 험하기도 해 등산객이 별로 찾지 않은 구간이었으나 요즘 이용자가 늘고 있다.

조망처 지나 조금 더 진행하면 요동치는 암릉 구간을 만난다. 천길 낭떠러지가 도사린 난간으로 내다보면 오금이 저리고 발바닥이 간지럽다. 머리를 들면 첩첩이 다가오는 산 풍경에 눈이 시리다. 그저 그런 평범한 산일 거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뜻밖의 행운을 만난 기분이다.

휴식 후 낮 1시 30분께, 문바위 못 미친 지점 갈림길을 지난다. 오른쪽으로 꺾어서 올라가면 문바위 억산방향이고 왼쪽은 가인계곡 하산길이다. 문바위 억산으로 갈수도 있지만 여름철 산행은 주로 가인계곡의 유혹에 이끌린다. 취재팀은 이곳에서 가인계곡으로 방향을 틀었다.

5분정도 내려온 뒤 등산로를 벗어나 뒤돌아보면 우뚝하게 치솟은 피라미드형 바위산을 볼수 있다, 마치 인위적으로 돌무더기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 것 같은 모습인데 오를 때 문바위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사자바위봉이다.

가인계곡 못미친 지점의 작은 폭포

가인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작은 공간도 별로 없는 비알의 연속이다. 추락하듯이 고도를 급격히 낮춘다.

오후 2시 20분께 드디어 계곡을 만난다. 작은 실계곡은 오른쪽 가인계곡에 합류한다. 최근 내린 비로 인해 수량이 많고 물소리도 요란하다.

계곡과 등산로는 한 두차례 서로 위치를 바꿔가며 아래로 향한다. 계곡가까이 다가가면 동굴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시원해졌다가 빠져 나오면 더워진다. 이러기를 반복하다가 너덜을 만난다. 오른쪽 구만산 방향에서 흘러내린 돌강이다. 곧이어 억산 구만산 가는 등산로가 나온다.

어느 한 지점에 닿았을 때 캠핑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급하던 물살이 조용히 흐르고 굵은 자갈이 적당히 깔려 정원이 됐다. 텐트 등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평평한 안부도 있다. 여름철 1박 2일 쯤 휴식할 수 있는 환상적인 캠프공간이다.

봉의저수지는 가인계곡의 깨끗한 물을 담은 산중호수다.

상류에 오염원이 될 만한 민가가 없는데다 산에서 곧장 호수로 연결되기 때문에 수정처럼 맑고 투명한 청청함을 자랑한다.

산행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맑고 투명한 호수는 심신을 정화시키는 마법을 지닌 듯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산행을 할 때 인적이 없거나 덜 알려진 곳에서 뜻밖의 비경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런 때는 더 반갑고 산행의 기쁨도 배가된다. 북암산이 그런 산에 포함된다. 인곡마을 복지회관에 도착했을 때 시각은 3시를 훌쩍 넘어섰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사자바위봉
가인계곡의 폭포
가인계곡의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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