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파요 (박소란 시인)
삼양동 시절 내내 삼계탕집 인부로 지낸 어머니
아궁이 불길처럼 뜨겁던 어느 여름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까무룩 꺼져가는 숨을 가누며 남긴
마지막 말
얘야 뚝배기가, 뚝배기가 너무 무겁구나
그 후로 종종 아무 삼계탕집에 앉아 끼니를 맞을 때
펄펄한 뚝배기 안을 들여다볼 때면
오오 어머니
거기서 무얼 하세요 도대체
자그마한 몸에 웬 얄궂은 것들을 그리도 가득 싣고서
눈빛도 표정도 없이 아무런 소식도 없이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느른히 익은 살점은 마냥 먹음직스러워
대책 없이 나는 살이 오를 듯한데
삼양동 시절 내내 삼계탕집 인부로 지낸 어머니
아궁이 불길처럼 뜨겁던 어느 여름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까무룩 꺼져가는 숨을 가누며 남긴
마지막 말
얘야 뚝배기가, 뚝배기가 너무 무겁구나
그 후로 종종 아무 삼계탕집에 앉아 끼니를 맞을 때
펄펄한 뚝배기 안을 들여다볼 때면
오오 어머니
거기서 무얼 하세요 도대체
자그마한 몸에 웬 얄궂은 것들을 그리도 가득 싣고서
눈빛도 표정도 없이 아무런 소식도 없이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느른히 익은 살점은 마냥 먹음직스러워
대책 없이 나는 살이 오를 듯한데
어찌 된 일인가요
삼키고 또 삼켜도 질긴 허기는 가시질 않는데
밤새 내린 비에 세상이 환합니다. 꽃을 달았던 애기사과나무는 꽃잎을 털어낸 자리에 열매를 맺었습니다. 눈부신 열매 몇 알이 제 세상 밖으로 환하게 뛰어내렸습니다. 손톱크기의 열매는 푸른빛을 띠지만 제법 온전하게 과일 모양을 갖추었습니다. 하지만 환한 세상이라 믿었던 곳은 생각처럼 녹록치가 않습니다. 비로소 엄마 품이 간절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마음이 쓰여 어린 열매를 제 뿌리에 얹어주었습니다. 개미가 벌이 어쩌면 나비가 잠시 앉았다 갈지 모를 일입니다. 그리하여 과육은 그들의 소중한 양식이 될 일이겠습니다. 비바람을 잘 견딘 열매는 제법 알이 굵어졌습니다. 먼저 생을 마감한 열매는 다른 열매를 위해 스스로를 헌신한 건 아닌지, 신비로운 자연의 섭리를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세상에서 가장 거룩하고 숭고한 이름 하나를 떠올립니다. 생각만으로 울컥하는 심장과 아련한 기억과 아득한 날의 그리움에 붉은 것이 온몸을 타고 흐릅니다. 당신의 희생으로 우리는 지금을 잘 살아내고 있습니다. 까무룩 꺼져가는 마지막 숨을 누르며 뚝배기가 무겁구나 얘야. 어깨를 짓누르는 생을 반추하며 그래도 행복했다는 말이 줄임표로 남았겠습니다. 현재의 체험으로 과거를 환기시키는 시 한 편 뜨겁게 받아들며 어머니, 나직이 불러보는 당신이라는 이름. 오오 어머니, 거기서 무얼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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