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의 천사
휴일의 천사
  • 경남일보
  • 승인 2019.07.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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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순(수필가)

 

여름이 시작되는 화창한 휴일 아침, 어느 사장님께서 아파트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식사를 제공한다는 연락을 해왔다. 내가 살고 있는 우리 가좌동(진주)지역에서 짬뽕공장을 경영하고 있는 사장님의 순수한 기부라고 했다.

평소 듣기로 이곳은 장사가 잘 되는 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굳이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이유가 무엇인지 조금은 궁금했다.

봉사 당일 그분들은 뜨거운 불 앞에서 연신 음식을 볶고 튀기고 하면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요리해 많은 어르신들 앞에 신속하게 내놓았다.

가게 문이 열려 있어 찾아온 일반 손님을 향해서도 실례가 되지 않게 정중하게 “오늘은 쉬는 날인데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미안하지만 다음에 찾아와 주세요” 라고 예를 갖춰서 인사를 했다. 그런 종업원의 모습이 참 친절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날 이 분들은 100여 그릇 이상 음식을 만들고 접대하면서 온 몸은 땀이 범벅이 됐다. 그러나 사장님과 종업원들은 힘든 내색하나 하지 않고 환하게 웃는 얼굴이었다. 어르신들에 대한 접대가 끝날 무렵이 돼서야 그들은 겨우 식사를 했다. 나를 비롯한 자원봉사자들도 이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짜장면과 탕수육이었다.

음식을 제공한 사장은 중화요리를 시작한지 올해 14년째가 됐다고 했다. 슬하에 초등학생 4학년과 2학년 두 아들을 두고 있다고 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피나는 노력과 근검절약으로 오늘에 이르렀다고 겸연쩍게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아파트를 빚 없이 사면 한 달에 한 번씩 꼭 기부 할 것을 다짐했다고 한다. 현재 그 꿈이 이뤄져서 봉사활동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장님은 12명의 종업원들과 생사를 같이 하는데, 쉬는 날인데도 솔선해서 번갈아가며 봉사에 참여한다고 귀띔했다. 주로 찾는 곳은 진주장애인복지센터 소담마을 식구들과 평거 기독육아원 등 사회소외계층이 살고 있는 곳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이번 달에는 아들도 기부행사에 데리고 갈 생각이다. 그는 훗날 두 아들로부터 “자랑스러운 우리 아빠”란 말을 듣고 싶다고도 했다.

젊은 시절, 어려웠던 때를 잊지 않고 남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다짐한 뒤 훗날 이를 행동하고 실천하는 그를 보면서 참 진실 되고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란하지 않게 조용히 선행을 실천하고 있는 우리 동네 짬뽕사장님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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