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를 위한 강사법이 되어야
강사를 위한 강사법이 되어야
  • 경남일보
  • 승인 2019.07.1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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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시간강사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한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이 8년 동안 4차례의 유예를 거쳐 드디어 오는 8월부터 시행된다. 그동안 많은 논란 속에서 교육부와 대학, 강사단체의 협의를 통해 시간강사법의 시행을 위한 방안마련을 모색해 온 결과이지만, 과연 강사를 위한 강사법으로 정착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강사단체에서는 이미 대학들이 강사법의 시행을 앞두고 선제적 대응방안으로서 시간강사들을 대량 해고했다고 주장하면서 대학이 강사법의 취지에 맞는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강사단체의 주장에 따르면 올해 1학기 강의를 얻지 못한 강사들이 2만 명에 달하고, 실제로 교육부도 최소 1만개의 강사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강사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 원인은 대학이 그동안 소규모 강좌를 통폐합하거나 전임교원의 강의를 확대하는 등의 방식으로 강사들의 일자리를 줄인 꼼수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부는 시간강사의 대량해고를 막기 위한 조치로서 대학재정지원사업과 기본역량진단에 ‘강사 고용안정 지표’를 반영할 계획이라고 지난 6월 발표했다. 대학에서 개설하고 있는 강좌 수나 시간강사의 담당학점 등을 대학평가에 반영해서 지난해 2학기에 비해 강좌 수를 줄이거나 시간강사의 담당학점을 줄이는 대학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부의 방침에 대해 특히 사립대의 경우에는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 동안 등록금은 동결되었고, 또한 방만하게 운영되었던 강좌들도 이를 통폐합하거나 줄이면 바로 대학평가와 재정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을 입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운영해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강사법의 시행으로 대학의 시간강사가 되면 1년 단위로 계약을 하게 되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최소 3년까지는 고용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시간강사의 고용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허점투성이다. 교육부는 시간강사의 방학 중 임금은 한 학기당 2주로 책정하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6주 이상의 임금은 대학이 지급하지 않는 한 보장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시간강사의 주당 강의 시간도 기본적으로 6시간 이내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현행법에 따르면 퇴직금도 받지 못하고 고용보험의 대상자도 아닌 것이다.

강사가 1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면 1년 동안은 신분이 보장되고 건강보험과 퇴직금 지급도 이루어져야 하는 게 맞다. 그래서 강사법이 시행되면 현재 강사들에게 매 학기당 지급되고 있는 강사료 이외에 4개월의 방학기간 중에도 추가 예산이 소요되는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방학 중 강사임금 2308억원, 건강보험료 216억원, 퇴직금 433억원으로 연 2965억원의 추가예산이 필요하다고 보았는데, 교육부가 한 학기 당 2주의 방학 중 임금으로 288억원을 책정한 것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그리고 이 예산도 대학을 평가해서 차등지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대학에 따라서는 채용한 강사의 방학 중 임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강사법의 시행을 앞두고 교육부가 꺼내든 카드는 결국 그동안 해왔던 방식 그대로 대학구조조정이나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한 대학정책의 추진이라는 가장 손쉬운 방식인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가 그동안 대학의 교수 충원률과 전임교수의 강의담당비율을 각종 재정지원사업의 평가지표로 삼아왔던 것을 생각해보면 시간강사의 고용과 신분보장을 위한 정책을 다시 재정지원과 연계하는 모습은 어딘가 모순되는 느낌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시간강사를 위한 강사법이 제도적으로 정착되기를 바란다면 급한 김에 또다시 재정지원사업과 대학평가와 연계하는 정책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대학의 현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대학이 받아들일 수 있는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수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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