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도 전술도 보이지 않는 정부의 경제·외교정책
전략도 전술도 보이지 않는 정부의 경제·외교정책
  • 경남일보
  • 승인 2019.07.1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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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국(경남도의회 건설소방위원장)
강민국도의원
강민국도의원

아베 정부가 지난 7월 1일에 우리나라를 겨냥하여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규제를 예고한데 이어 7월 4일부터 수출규제 조치를 시행하는 등 경제보복 카드를 꺼내어 그 심각성은 더 커지고 있는데 이에 대처하는 정부의 허둥대는 아마추어적 모습이 한심함을 넘어 애처롭기까지 하다.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 정부간 불편한 관계가 이제는 한일간 무역 갈등관계로 확산되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큰 파급력의 경제 위기가 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하는가?

경영이나 상법(商法)은 병법(兵法)과 상통한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병서인 육도삼략, 손자병법, 오자병법 등을 상법이나 경영학에 도입한 논문이 유행이고 유럽 또한 근대 군사 전략가인 크라우슈비츠와 리델 하트의 병법을 경영측면에 도입하여 체계화한 저술이 넘쳐난다고 한다. 필자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둘러싼 위기적 상황을 두 가지 역사적 사례와 비교해 기술하고자 한다. 전국시대에 위나라 임금 문후가 오자병법의 저자인 오자(吳子)에게 물었다. ‘진(秦)이 서쪽 국경을 넘보고 있고, 초(楚)가 남쪽에서, 조(趙)가 북쪽에서, 제(齊)가 동쪽에서, 연(燕)이 후방에서 우리 국경을 넘나드는데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에 오자(吳子)는 ‘그 나라들의 강점이나 장점과 맞대결해서는 백전백패이니 그 나라의 약점이나 허점 등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우리가 철저히 분석하고 그것을 가지고 찔러대는 요적지술을 써야 합니다’라고 명쾌히 답변한다. 가히 동양철학의 마키아벨리라 불 릴만 하다.

또 하나는 아베를 비롯한 일본 지도자들의 정신기저에 깊이 각인되어 있는 일본 전국시대를 실질적으로 통일한 오다 노부나가의 사례이다. 어릴 때 ‘오와리의 얼간이’라 불리던 오다 노부나가가 10년에 걸쳐 오와리를 겨우 통일했을 무렵 밖으로부터 큰 위협이 닥쳤다. 도카이 지역의 대영주 이마가와 요시모토가 대군을 이끌고 침공해 온 것이다. 당시 요시모토의 군대 숫자가 3만여 명에 가까운 대규모 군사였다고 하는데 수천명의 노부나가 군세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이마가와의 침공을 알리는 화급한 보고가 연이어 올라왔지만 노부나가는 급히 모여든 가신들에게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는 이마가와군에 맞서 싸울 전략에 관한 이야기가 일체 없었고 노부나가는 무심한 듯 사소한 신변잡기에 관해서만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물러난 가신들은 이제 오다 가문이 멸망한다며 한탄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이튿날 아침 일찍 모여든 군사들을 데리고 노부나가는 곧바로 출진했다. 얼마나 급히 출진했는지 부하들이 미처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많은 군사에 취해 늦잠을 자던 이마가와 가문의 본진을 바로 기습하여 오케하자마 인근에서 이동 중인 요시모토를 죽이는 데 성공했다. 일본 정치지도자들이 즐겨 얘기하는 오케하자마 전투에서 이번 아베 총리의 준비된 기습적인 경제보복 조치가 데쟈뷰되는 것은 왜 일까? 상대를 알아야 이길 수 있다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과거는 돌아가 살 수 없지만 미래는 우리가 살아가야할 또 하나의 현실이다. 이제 과거 프레임보다 미래 프레임으로 가야한다. 대한민국 안팎의 경제, 외교 상황을 재점검하고 거시적 전략과 미시적 전술을 새롭게 그려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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