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 엿보기(7)
토박이말 엿보기(7)
  • 경남일보
  • 승인 2019.07.1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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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장마, 개똥장마, 억수장마, 빨래말미
‘장마’를 옛날에는 여러 날 오래 비가 내린다고 ‘오란비’라고 했다는 것은 앞서 알려 드렸습니다. 올해는 여느 해보다 늦게 비롯된 장마가 아직 끝이 났다는 기별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장마’와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몇 가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올해는 장마라고 하지만 비가 그리 많이 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처럼 장마철에 비가 적게 오거나 갠 날이 이어지는 것을 가리켜 ‘마른장마’라고 하지요. 요즘 날씨를 알려 주시는 분들이 자주 쓰시더라구요.

그 다음에 ‘개똥장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거름이 되는 개똥처럼 좋은 장마’라는 뜻으로 오뉴월 장마를 이르는 말이지요. 그래서 ‘오뉴월 장마는 개똥장마’라는 말도 있습니다. ‘개똥’은 아주 흔해서 하찮은 것으로 여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개똥도 비료가 흔하지 않던 때에 거름으로써 값진 구실을 했다고 합니다. 오뉴월 장마에 오는 비도 흔해서 때론 많이 내려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주기도 하지요. 장마가 오기 앞에 가뭄에 시달리기도 하는데 이런 가뭄 속에 내리는 오뉴월 장맛비는 반가운 비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어려움을 주고도 하지만 도움을 주기도 하는 사람이나 일몬(사물)을 빗대어 이르는 말이 되었다고 합니다.

봄에 여러 날 비가 이어지면 ‘봄장마’라고 하고, 가을에 여러 날 비가 오면 ‘가을장마’가 되고, 겨울에 여러 날 비가 이어서 오면 ‘겨울장마’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철 이름에 붙은 것도 있지만 또 다른 철에 맞춰 붙인 장마 이름도 더 있습니다. 먼저 장마철에 들어서기 앞 보리를 거두어들일 무렵에 지는 장마는 ‘보리장마’라고 하고, 들여름인 초여름에 치는 누에가 오를 무렵 오는 장마는 ‘고치장마’라고 했다고 합니다. 또 가을로 접어드는 들가을에 비가 오다가 금방 개고 또 비가 오다가 다시 개고 하는 장마를 ‘건들장마’라고 한답니다.

내리는 비의 세기에 따라 붙인 장마이름도 있는데 그것은 ‘억수장마’입니다. ‘여러 날 동안 퍼붓는 듯이 세차게 내리는 장마’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장마’와 아랑곳한 말 가운데 ‘빨래말미’라는 토박이말도 있습니다. 이 말은 우리가 잘 아는 ‘빨래’와 ‘휴가’를 갈음해 쓸 수 있는 ‘말미’를 더한 말입니다. ‘장마철에 날이 개어서 빨래를 말릴 만큼 짧은 동안 해가 드는 겨를’을 뜻하는 말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장마철에 여러 날 비가 내리면 햇볕 구경하기가 어렵지요. 하지만 빨래를 해야 할 옷이 쌓이기도 하고 마냥 쌓아둘 수가 없어 빨아도 잘 마르지 않아 머리가 아프거든요. 이럴 때 짧게나마 해가 나오면 그 햇볕에 눅눅한 이불과 옷가지를 말릴 수 있어 참 반갑고 고맙지요. 그 동안을 가리키는 이름이랍니다.

빨래만이 아니죠. 옛날에는 밥을 할 때도 불을 때지 않으면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장마철에 마음 놓고 불을 땔 수 있는 땔감 곧 젖지 않은 마른 나무도 많이 아쉬운 때이기도 합니다. 이럴 때 비가 그쳐 해가 나면 젖은 나무나 풋나무를 말릴 수 있어 참 반가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동안을 ‘나무말미’라고 했답니다.

 
이창수(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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