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의 박물관 편지[33]
김수현의 박물관 편지[33]
  • 경남일보
  • 승인 2019.07.1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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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의 흔적을 찾아서(1)
빈센트 반 고흐 하우스 in ‘준더르트’
◇비운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그림에 대한 관심이나 조예가 그리 깊지 않아도 빈센트 반 고흐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비운의 화가’라는 수식어가 언제나 그의 이름 앞에 붙어 다니지만, 고흐는 오늘날 그 어떤 화가보다도 큰 인기를 누리며 애호가 층까지 형성하고 있다. 고흐와 동시에 언급되는 그의 대표 작품 ‘해바라기’는 어쩌면 화가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37년의 짧은 생을 사는 동안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 잘 알려져 있는 그의 슬픈 인생 이야기를 떠올리면 자연히 마음 한구석이 저릿해 지는데, 이것은 아마도 뭐든지 한번쯤 실패해본 경험이 있는 우리네 인생과 동질감이 느껴져서 일 것이다. 사랑에도 성공하지 못했고, 작품도 인정받지 못했던 화가였지만 고흐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림에 더욱 애착을 가지면서 미쳐가는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고통 받고 있던 정신병 증세가 점점 악화되면서 자신의 귀를 잘라 버린 것도 모자라, 결국은 권총 자살로 생을 마무리 하게 되는 이 화가에게 어떠한 말로 위로를 건네는 것이 좋을까. 이 비극 중의 비극은 그의 삶과 작품에 대해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려서 이러한 사건들이 오늘날 고흐를 더욱 톱스타로 만들어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한다. 어쩌면 작품 그 자체보다도 그의 파란만장하고 가여운 인생이야기에 조금 더 집중하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워낙 화가의 사생활과 인생의 민낯이 스토리화 되어 있는 통에 고흐에 관한 것이라면 줄줄 꿰고 있는 사람도 많지만 그가 정작 네덜란드 출신 화가라는 점은 모르는 이들이 많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신병 증세를 보이던 고흐가 자신의 왼쪽 귀를 잘라 매춘부에게 가져다 준 사건, 자신의 가슴에 총을 겨누어 자살해 큰 이목을 집중시킨 사건들이 모두 프랑스에서 일어나서일까. 특히 그가 프랑스 파리,아를,오베르 쉬르 우아즈 등에서 머무를 때, 오늘날 그의 대표작 대부분이 탄생하기에 프랑스 출신으로 더욱 의견이 기운다. 그러나 오늘날 관람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그림들이 모두 프랑스에서 탄생했다고 할지언정 고흐가 평생토록 캔버스에 담아냈던 자연 그리고 그 자연과 소통하기까지는 그가 유년기를 보낸 네덜란드의 영향이 매우 컸다.



 
 
◇끝없이 펼쳐진 밭과 소들이 풀을 뜯는 전원풍경

고흐가 태어나고 자란 네덜란드 남부지방 브라반트주(州)는 대도시와는 정반대로 시골 풍경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지역이다. 어릴 때부터 자연과 어우러져 자란 그는 빛과 자연으로 부터 나오는 소재를 관찰하여 표현하고 싶어 했다. 이 때문에 고흐의 초기작품 스타일이나 주제는 네덜란드의 자연과 그 자연을 기반으로 일하고 먹을 것을 얻는 농민이었다.

그는 네덜란드의 궂은 날씨와 흙 묻은 농민들의 손, 허름한 그들의 옷차림, 땅을 일구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흙과 땅의 색을 상기시키는 어둡고 탁한 색들을 사용했다. 고흐가 태어난 마을 준더르트(Zundert)는 네덜란드 벨기에와 인접한 네덜란드 남쪽의 작은 시골 마을이다. 기차역에서부터 마을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야 도착하는 이 마을 주변에는 끝없이 펼쳐져 있는 밭과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전원풍경이 펼쳐져 있다. 고흐의 아버지 테오도루스는 이 마을의 덕망 높은 목사였고 가족들과 함께 마을 중심에 위치한 목사관에 살았다. 고흐의 어린 시절에 대해 많이 알려진 바는 없지만, 다른 또래 아이들과는 확연히 다른 성향을 가졌던 모양인지 열한 살이 되던 해에 다니던 학교를 그만 두고 부모에게 교육 받았다.

어릴 적부터 특별한 두각을 나타냈던 많은 예술가들과는 달리 고흐는 그림에 타고난 천부적 재능과 소질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림에 관해 큰 관심을 보였다거나 뛰어났다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고흐가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것 보다 자연을 벗 삼아 산책하기를 좋아하고 조용함을 즐기는 내성적인 아이였다. 고향 마을 근처의 습지와 숲을 걸어 다니면서 발견하는 꽃과 벌레는 늘 혼자이던 고흐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훗날 어른이 된 이 아이에게는 어린 시절 고향에서의 기억이 소중하고 돌아가고 싶은 좋은 추억으로 여겨졌던 듯하다.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마주 할 때면 언제나 고향 네덜란드를 떠올렸고,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에도 그는 종종 이곳의 나날들을 회상하며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죽어서 다시 태어난 고흐를 만날 수 있는 곳

고흐가 처음 세상의 빛을 본 곳이자 교회의 목사관이기도 했던 건물은 1903년 재건축되면서 현재의 반 고흐 하우스가 되었다. 이곳에서는 고흐의 출생에서부터 그의 어린 시절을 자세히 살펴 볼 수 있다. 어린 고흐의 모습은 마치 그가 살던 시절로 시간을 되돌린 느낌을 주는데, 고흐의 순탄치 않은 삶을 이미 알고 있는 우리는 이내 측은한 느낌을 받는다. 한편 특별 전시실에서는 반 고흐에게 영향을 받은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며 현대 화가들에게 비춰진 고흐를 만나볼 수 있으며, 나아가 마을의 문화 예술을 대표하는 화합의 장이 되고 있다.



주소: Markt27, 4881CN, Zundert

운영시간: 수-일 10:00~17:00

홈페이지: http://vangoghszundert.vangoghhuis.com/

입장료: 6유로,12세 이하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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