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의 경제이야기] ‘한국 발효유의 아버지’ 고 윤덕병 회장
[김흥길의 경제이야기] ‘한국 발효유의 아버지’ 고 윤덕병 회장
  • 경남일보
  • 승인 2019.07.2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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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병 회장


발효유의 기원은 BC 3000년 경, 지중해에서 페르시아 만에 이르는 동지중해 지역의 유목민들이 양, 염소, 낙타, 말 등에서 짠 생유를 가죽 주머니에 담아서 사막지역을 돌아다니다가 어느 날 주머니에 보관했던 젖이 특이한 냄새를 내면서 순두부와 같이 하얗게 뭉글뭉글하게 변해있는 것을 발견한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요거트가 서유럽에 전달된 것은 1542년 당시 프랑스 왕 프랑수와 1세가 설사병을 앓자 오스만 제국의 술레이만 대제가 의사를 보내 요거트로 치료해준 것이 그 계기였다. 이러한 요거트가 본격적으로 각광을 받게 된 것은 20세기 이후로, 1905년 우크라이나 출신의 생물학자이자 노벨생리의학상(1908년) 수상자인 메치니코프(E. Metchnikoff)가 불가리아 지방과 코카서스 지방에 장수자가 많은 까닭이 발효유 덕분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면서부터였다. 후일 ‘유산균 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메치니코프는 발효유를 자주 먹으면 장내 이상 발효와 위장질환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제창하게 된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형태의 발효유와 요거트 또는 요구르트들이 시판되고 있지만, 1969년에 설립된 ‘한국야쿠르트 유업 주식회사’에서 1971년 8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음료타입의 야쿠르트가 그 효시이다. 한국야쿠르트에서 생산 판매하는 야쿠르트(Yakult, 일본어: ヤクルト, Yakuruto)는 일본에서 발명한 유산균 발효유로 발효된 우유와 유산균의 일종인 락토바실루스 카세이의 시로타 변종(Lactobacillus casei Shirota)을 섞은 것이다. 이러한 야쿠르트는 교토대학 의학부를 졸업한 시로타 미노루가 1930년에 개발하여 1935년에 야쿠르트 혼샤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제품으로 생산판매하기 시작하였다. 35년 뒤인 1969년에 한국야쿠르트를 창업한 윤덕병 회장이 유산균 발효유를 국내에 정착시킨 선구자다. 그래서 윤회장은 ‘한국 발효유의 아버지’로 불린다.

1927년 충남 논산에서 출생한 윤덕병 회장은 1969년 한국야쿠르트를 설립하여 50년간 기업을 이끌었다. 이 당시에는 정부 검사 기관이 발효유의 유산균이 규격에 맞는지 검증하는 기술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발효유 개념을 몰랐던 소비자 사이에서는 “균을 어떻게 돈 주고 사 먹느냐” “병균 팔아 장사한다”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였다. 윤덕병 회장이 간부 사원들과 함께 가가호호 방문하며 야쿠르트의 우수성을 알렸고, 공장 견학도 실시했다. 특히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신개념 방문 판매 시스템을 도입해 발효유 정보 전달자로 나서면서 오해는 사라졌다. 47명으로 시작한 야쿠르트 아줌마는 현재 전국적으로 1만3000명 이상이 활동하며 주부 판매원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한국야쿠르트는 1970년대에 가정방문 판매 방식을 도입해 유통업계에 혁명을 일으켰다.

한국야쿠르트는 1976년엔 중앙연구소를 설립하였고, 설립 후 20년 만에 독자적인 자체 유산균을 개발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고 필요한 종균(種菌)을 언제라도 자체 조달할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였다. 1981년에는 종균 배양에 성공해 유산균 국산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야쿠르트가 국내에 선보인 지 24년 만인 1995년에는 국내 최초로 유산균 균주(菌株)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한국야쿠르트 임직원들은 “유산균 독립 만세”를 외쳤다고 한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으로부터 수입한 종균에 의존한 제품 생산에서 벗어난 기쁨을 표현한 것이었다. 한국야쿠르트는 40% 안팎의 시장점유율로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윤덕병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1975년에 ‘불우이웃돕기 위원회’란 회사 내 임직원으로 구성된 조직을 만들어 불우이웃들을 돕기 시작했다. 1979년부터는 ‘사랑의 손길 펴기회’로 이름을 바꾸고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다. 2010년엔 사재를 출연해 저소득층 자녀에게 학자금을 지원하는 그의 호를 딴 ‘우덕 윤덕병재단’을 설립했다. 2014년엔 보건복지부와 손을 잡고 ‘독거노인 사랑잇기사업’을 시작하여 전국의 독거노인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윤덕병 회장은 지난 6월26일에 향년 92세로 영면에 들었다.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야쿠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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