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춘추전국시대의 순자와 박근혜 대통령
[경일포럼]춘추전국시대의 순자와 박근혜 대통령
  • 경남일보
  • 승인 2019.07.2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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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경남작가회의 회원)
흔히 진주와 경주를 말할 때 천년고도라고 한다. 100년을 10번씩이나 거듭해야할 정도로 까마득한 시간이다. 어느 한 시대에 인기가 치솟았던 책이나 그림, 음악도 천년을 한결같은 작품은 드물다. 하물며 이천년 전에 어느 분이 말한 이야기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도 대단한데 그 이야기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있다면 정말 대단하지 않는가. 속담과 격언, 사자성어의 긴 생명력은 그 말이 담고 있는 진실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세상의 원리가 같기 때문이기도 하다.

매년 년말이 되면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 발표해오고 있다. 2016년 12월, 교수신문이 택한 그해의 사자성어는 ‘군주민수(君舟民水)’였다. 이 사자성어는 말할 것도 없이 대한민국호의 선장인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을 비롯해 국정 농단자들과 함께 나라를 온전히 이끌지 못하고 어지럽힌데 대한 책임을 묻고 있는 경고성의 사자성어다. ‘순자’ 왕제편에 나오는 말이다. BC 250년경에 쓰인 ‘순자’는 춘추전국시대의 초나라 철학자였던 순자의 말을 모은 책이다. 사람 이름과 책 이름이 같다. 이 책에는 군주의 세 가지 자세를 왕자, 패자, 강자로 구분하여 설명해놓았다.

순자가 말한 지 구백년의 세월이 흘렀다. 632년, 정관 6년에 당 태종 이세민이 신하들에게 말했다. “짐은 구중궁궐 깊은 곳에 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일일이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 그러므로 경들을 짐의 눈과 귀로 삼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사해(四海)가 무사하다고 해서 기강을 누그러트려서는 안 된다. ‘백성을 사랑하면 백성 또한 군주를 경애한다. 군주가 무도하면 백성은 그를 배반한다’라는 말이 있다. 천자가 훌륭한 생각을 갖고 있으면 따르지만 무도하면 버리고 뒤돌아보지 않는다. 정말로 두려운 일이다.” 듣고 있던 간의대부 위징이 간언(諫言)했다. “이제 폐하는 천하의 부(富)를 모두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세상이 태평스러우며 또한 정치에 마음을 쏟고 있어, 마치 깊은 연못의 엷은 얼음 위를 걷는 듯합니다. 이러하면 나라는 역수(歷數)가 길어질 것입니다. 옛말에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며 또한 배를 뒤집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폐하께서 두려워 할 것은 성의를 다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대로 행하여 주십시오”라고 했다. ‘정관정요’ 정체편에 나오는 군신 간의 대화이다. 정관은 당 태종의 연호이다. ‘정관정요’에는 태종의 신하 45명이 등장하지만 주연급에 해당하는 인물은 위징, 왕규, 두여회, 이적, 방현령 정도이다. 이들 중에서 위징은 황제나 재상들의 잘못을 논박하는 직책인 간의대부(諫議大夫)였다. ‘정관정요’는 중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제왕학의 교과서로 인정받고 있다.

순자로부터 시작하면 무려 2300여년, 당 태종부터 계산하면 1400여년이 지난 2019년에도 순자의 ‘군주민수’가 여전히 중요한 교훈이다. 지금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무죄라고 생각하며 석방을 주장하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를 신뢰하는 많은 분들을 철저히 실망시켰음을 알 수 있다. 정치적 희생양이 아니라 해도 해도 너무 심했던 것이다. 이제 대통령이 바뀐 지 벌써 만 2년이 지났다. 아직까지 6·25전쟁 전후의 민간인 학살문제를 밝힐 진실화해위원회도 구성하지 못했고, 세월호의 진실 규명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이 시대의 민수(民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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