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직업의 조건
좋은 직업의 조건
  • 경남일보
  • 승인 2019.07.2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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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얼마 있으면 대입 수시모집이 곧 시작될 것이다. 학생들이 대학을 진학할 때 학과 선택의 조건은, 자기의 적성이나 전공 공부의 의미도 작용하겠지만 장래의 취업을 가장 우선시 한다. 취업은 ‘직업을 얻어 직장에 나감’이고, 직업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을 말한다. 요즘은 ‘일자리’라고도 하는데 ‘좋은 일자리’ 즉 ‘좋은 직업’을 갖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 욕망이다.

세속적으로 좋은 직업의 조건은 ‘위급한 일을 다루면서 공급의 제한을 받고 법적 권한을 가지는 무정년’이라 한다. 이 기준에 의하면 의사나 변호사, 회계사가 최고의 직업군일 것이다. 하지만 이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한마디로 정리할 수 없지만, 가장 일반적인 기준은 고액의 연봉이나 막강한 힘보다 ‘보람되고 하고 싶은 일’을 최고의 직업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주중, 법원 부근 식당에서 한 부장판사와 점심을 먹으며 L군이 떠올랐고, 그도 법대에 갔다면 지금쯤 부장판사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L군은 92학번이니 학력고사의 끝자락 세대였다. 초등학교 교장이셨던 L군의 아버지는 서울대 법대에 가기를 원했다. 그때만 해도 진주의 인문계고에서 서울대에 몇 십 명씩 진학할 때이니 전교 1등인 L군은 문제없었을 것인데, 그는 영문과로 갔다.(그 때 하도 기뻐 영문 성경 1권을 입학 선물로 주었다) 서울대 영문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예일(Yale)대학에서 언어학 석·박사, 시라큐스(Syracuse) 대학에서 문헌정보학 석사까지 공부했고, 지금은 세계적 명문인 프린스턴 대학교 동아시아 도서관(The East Asian Library and Gest Collection)에서 책임사서로 근무한다.

부장 판사와 식사하면서 L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었다. 왜냐하면 부장판사는 어느 정도의 노력만으로도 가능하지만 프린스턴대학의 동양학 사서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고, 2012년 ‘출판저널’ 창간 25주년 기념호에 실린 그의 글을 보면, 그가 얼마나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학교와 자신의 일에 대해 긍지와 자부심을 갖는 지 잘 알 수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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